커버 인터뷰

페이지를 넘길수록 스며드는 차분함, 배우 오민수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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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길수록 스며드는 차분함, 배우 오민수
 
여름이 문을 두드리는 계절의 초입, 겨울을 닮았다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난 일은 신선했다.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고 했던가. 언뜻 차가워 보이기도,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가지기도 한 배우 오민수는 대화를 나눌수록 진중함과 차분함을 피워냈다. 조급하지 않고 나긋한 모습을 담은 화보와 인터뷰가 그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게 만들길 바란다.

 

군 복무 중 <비밀의 숲> 조승우 배우의 연기를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고요.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해요.
저와 어머니 모두 평소에 조승우 배우님을 좋아했는데 특히 <비밀의 숲>에서 강단 있는 모습과 연기가 너무 멋져 보였어요. 막연하지만 그렇게 멋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머리가 짧아서 그랬는지 제 얼굴에서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요. (웃음)

배우라는 직업은 흥미만으로 도전하는 건 쉽지 않은 듯한데요. 그만큼 확신이 있었던 걸까요?
사실 이전에는 오랫동안 운동만 해서 다른 분야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연기에 관심 있다고 하자 관련 업계에서 일했던 군대 후임이 진지하게 권유해 줬어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편이라 시작하는 방법 등에 대해 물어봤죠.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스펙도 따지지 않는 군대라는 환경 특성상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백골부대’에서 복무했는데, 힘들기로 유명한 곳을 겪었으니 사회에 나가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중 가장 멋있다고 느껴지는 일이 배우였죠.

멋지다고 느꼈던 배우, 연기를 실제로 해보니 어땠나요?
‘세상에 쉬운 건 없구나’라는 걸 가장 크게 느꼈어요. 사람 사는 일을 그려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운동만 해와서 그런지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요. 그래서 걷기, 말하기, 발음, 발성, 표현 등 기초부터 더 열심히 배웠어요.

지금 연기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상황에 이게 맞는 말인가’를 분별해요. 극에 담긴 작가 의도는 분명하니까 그걸 먼저 파악하죠. 제 연기를 보고 ‘다르다’라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틀렸다’라는 말은 듣지 않으려고 신경 써요.
 

어떤 배우가 되길 바라냐는 물음에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셨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다들 이렇게 한다’라는 말 같은 건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이 일이 정말 좋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기 위해 노력해요. 오래 가려면 그만큼 잘 쌓아나가야 하니까요.

배우로서 가치관에 대한 질문에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민수 님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에겐 터놓고 얘기하기도 편하고, 믿을 만한 배우에게 역할을 맡길 테니까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앞뒤가 비슷한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요.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엄마요. 친구 같은 사이라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죠. 저와 성향 자체가 비슷하시고, 항상 필요한 조언을 해주세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싶으신가요?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웃음) 일상이 그렇게 특별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평소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밥을 굉장히 중요시해서 일어나면 일단 뭘 먹고 운동을 해요. 이후에 연기 등 연습을 하거나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보내요. 대부분 하루가 그렇게 채워지는 편이에요. 쉴 때는 집에만 있고요.

실제 성격은 어떤지 궁금해요.
굉장히 침착한 성격이에요. 부모님께서도 어릴 때부터 침착했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무슨 일이 생겨도 사람을 우선으로 두고 먼저 사태 파악을 하려고 해요. 물건은 고치고 치우면 되는데 그것 때문에 누군가에게 화를 내면 마음만 상하잖아요. 그 사람도 실수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닐 텐데 말이에요.

축구와 골프 등 운동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셨죠. 운동부 경험이 지금 배우로서 도움 되기도 하나요?
액션이나 몸으로 버티는 연기를 하면 느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아직 그런 경험이 없네요.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예의범절을 갖추려고 하는 부분은 도움 됐어요.
 

얼마 전 드라마 <연애지상주의구역> 팬미팅으로 팬들을 만난 소감이 궁금해요.
살면서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걱정이 더 컸어요. 그런데 무대 위 의자에 앉는 순간 팬분들이 보이니까 벅차더라고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걸 느낀 순간이었죠. 그때부터 팬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커졌어요.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연애지상주의구역>은 청량한 여름을 닮은 작품이에요. 민수 님은 스스로를 어떤 계절과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겨울이요. 계절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겨울에 입는 옷도 좋아하고요. 추울 때 가장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 외모를 보고 차가울 것 같다고 판단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친구나 관심 분야에는 진심과 정을 쏟는 성격이에요. 그런 부분이 겨울과 닮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 차가워 보여도 따뜻함이 필요할 때는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점이요.

<연애지상주의구역> 전까지 오디션을 70번 넘게 봤다고 하셨었죠. 가장 처음 봤던 오디션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궁금해요.
회사 없이 혼자 다닐 때라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잃을 거 없으니까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처음인 게 티가 나서 그랬는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봐 주시더라고요.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불합격인데, 궁금해서 계속 물어봤어요. 결국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고 끝났던 기억이 있죠. (웃음)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어요?
그때도 오디션 중 웃어주셔서 ‘이번에도 잘 안된 건가, 하루 이틀 기다려보고 연락 없으면 또 전화해야지’라고 생각 중이었는데요. (웃음) 바로 다음 날 같이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서 메모장에 ‘첫 캐스팅 된 날’이라고 적어뒀어요.
 

<연애지상주의구역> 상원을 맡았을 땐 어떤 느낌이었나요?
‘내 역할이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이 친구를 나답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상원을 연기하며 ‘나다운 모습’을 보여준 측면이나 닮았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이 많은 모습이 비슷해요. 상원은 겉으로는 차갑고 예의 없어 보여도 사실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나름의 정도 가졌죠. 다른 점은 저는 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상원이는 몇 번이나 거절당해도 계속 들이대거든요. 티내지는 않았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도 명하와 여운이 같이 있으면 질투를 느끼기도 했어요. 이런 점은 상원을 연기하며 새롭게 발견한 모습인 것 같네요.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궁금해요.
영화 <청춘 스케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굉장히 좋아해요. ‘사는 게 저렇지’라는 느낌을 주고 뒤죽박죽인 현실을 그린 작품들이죠. <청춘 스케치> 속 커피 한 모금, 담배 한 개비 등을 중요시하는 모습에 대해 누군가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 이에게도 희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었어요.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에서 스티븐 연 배우님이 맡은 대니 같은 역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항상 일이 안 풀리는 캐릭터라서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언젠가 그런 연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연기를 시작한 이유는 그냥 사람 사는 일을 그리고 싶어서였거든요. 복잡한 일상에 혼돈이 찾아와도 그걸 해결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연애지상주의구역>은 에피소드별 제목을 한 단어로 표현했어요. 오늘 화보와 인터뷰를 한 단어로 표현해 본다면요?
‘사회초년생’이요. 설렘과 기대, 어색함을 품은 채 일을 잘 마무리한 뒤 퇴근하면 일상으로 돌아가잖아요. 오늘은 사회초년생의 하루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민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진중함, 차분함 등이 떠올라요. ‘온화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이름 중 ‘민’ 한자가 ‘화할 민(旼)’인데 온화하다는 뜻이에요.

 

단답 Q&A

가장 좋아하는 색깔
검은색

가장 좋아하는 날씨
비 오는 날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
운동

가장 자신 있는 운동
골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스케줄이 끝났을 때

요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팬분들

팬덤 애칭을 지어준다면
오민수가 좋아서 늘 함께하는 ‘오늘’

나와 닮은 동물
상어

듣고 싶은 수식어
한결같은 사람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사랑

내가 좋아하는 사람 vs 나를 좋아하는 사람

입맛이 비슷한 사람 vs 취미가 비슷한 사람

꿈을 꿀 때 흑백 vs 컬러

10살로 돌아가기 vs 10년 후로 가기

자랑스러워 vs 사랑스러워

시리얼 먼저 vs 우유 먼저

아침잠 vs 아침밥

열린 결말 vs 닫힌 결말

다른 사람의 생각 듣기 vs 다른 사람이 내 생각 듣기

하루 종일 낮 vs 밤
CREDIT
 김혜정 기자
사진 이진철
헤어·메이크업 이정민, 나림
수정 헤어·메이크업 박주민
의상 이명선
스튜디오 스튜디오 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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