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인터뷰

눈송이처럼 잔잔히 스며드는 배우 장연우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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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좋아한다고 전한 그는 맑고 투명한 겨울 하늘을 닮았다. 눈 덮인 길 위에서 발자국 하나하나가 새로운 길이 되듯 장연우가 전하는 한마디마다 궁금증을 자아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게 했다. 겨울의 고요함을 닮은 목소리로 마음을 채우고, 눈송이처럼 섬세한 내면을 품은 사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함을 찾아내는 그가 남길 발자취를 기대한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밝은 콘셉트라 조금 어색했는데 찍을수록 재밌었어요. 평소 무채색 계열로 입고 다니는 편이어서 밝은색 옷을 정말 오랜만에 입었거든요. 잘 어울릴지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좋아요. (웃음) 

 

지난 6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국제)’에서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영화판 버전으로 먼저 관객을 만났죠. 관객과의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그런 자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신기함도 컸지만 긴장을 많이 해서 머리가 하얘졌었어요. 레드카펫을 밟을 때도 ‘여기 서 있는 게 꿈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GV에서 팬분들을 처음 만났는데 당시에는 실감이 안 나다가 곱씹을수록 감사하더라고요. 그때는 너무 떨려서 제대로 전달을 못 한 것 같아요.

 

영화제에서만 느껴지는 에너지도 많잖아요.

장난 아니더라고요. (웃음) ‘내가 연기를 잘하고 있구나, 잘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한 듯해서 뿌듯했습니다.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 드라마 버전이 지난 10월에 공개됐는데 ‘부국제’에서 처음 상영했을 때와 마음이 달랐을 것 같아요.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제 분량이 훨씬 많아서 기대됐어요. 보는 내내 촬영할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공개 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응원 메시지를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1차 오디션을 봤을 때는 ‘도회’, ‘주영’ 역할을 받았다고요. ‘현호’가 아니라 다른 역을 맡았다면 연우 님은 어떻게 표현했을 것 같나요?

처음에 ‘현호’를 받았을 때는 성격이 너무 달라서 저랑 맞을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도회’나 ‘주영’ 성격 중에는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누림 님과 이선 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내 자리가 아니구나. 둘이 찰떡이구나’라는 걸 바로 인정했어요. (웃음) 너무 잘 어울려서 제가 맡았으면 어떻게 표현했을 거라는 걸 상상하지도 않았어요.

 

‘현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부담이 컸는데 연기할 때는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다른 친구들보다 대사가 적은 대신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어떻게 맺고 끊어야 하는지, 감정 표출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배웠어요.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는데요. 연우 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모두의 마음속에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도와주고 이해하려는 마음,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사소한 표현도 모두 사랑인 거죠. 그 형태를 어떤 식으로든 느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지는 태도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마다 ‘그 시절의 내’가 담겨 있어서 의미 있을 텐데요. <태권도의 저주를 풀어줘>에는 어떤 모습의 연우 님이 담겼나요?

에너지가 넘쳐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느껴요. 좋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열정이 조금 과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테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면 지금이 그리워지지 않을까요.

 

대본에서 어떤 캐릭터를 만나고 작품 하나가 무사히 끝나기까지 과정 중 가장 힘든 부분과 재밌는 점을 꼽는다면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이 가장 불안해요.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첫 촬영 전날까지도 ‘연기를 제대로 못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이 큰데 다행히 괜찮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작품에 적응하고 감독님이나 배우분과 대화하면서 지금 가는 방향이 맞다는 걸 확인해야 안정감이 들어요. 그때부터는 즐기면서 촬영하죠. 

 

가장 처음 배우를 꿈꾼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고 전공과 다른 길을 찾고 싶었어요. 지금처럼 진지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건 아니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 수업을 받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진로를 정하기 전에 이 직업을 가지면 미래에 어떨지 상상하거든요. 나이가 들어서도 연기하는 제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이 길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로 최선을 다했어요.

 

출연한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신기하면서 어안이 벙벙했어요. 동시에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면서 고민하고 실수했던 부분을 되새기며 계속 공부했죠.

 

 

나중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나 배우가 있을까요?

오래영 감독님과 만나고 싶어요. 연기 준비하면서 가장 처음 뵌 분인데 오디션 볼 때 도움을 많이 주셨거든요.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도 해주시고요. 언젠가 제 연기를 인정받고 조금 더 큰 역할로 만나면 좋겠어요. 또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같은 작품에서 만났던 신재휘 선배님과도 작업하면 즐거울 것 같아요. 조언을 많이 받으면서 친해졌는데 그때보다 조금 더 성장했으니 한 번 더 호흡을 맞춰보고 싶네요.

 

드라마가 끝난 요즘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정말 단조롭게 지내요. 운동하거나 책을 읽고 공부하며 저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죠. 혼자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고요. 친구나 지인과 약속도 한 번으로 줄였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아예 안 만나는 건 어렵더라고요. (웃음)

 

팬들이 연우 님 작품이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통해 보는 모습은 일부일 텐데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연우 님 일상을 알려 주세요.

웬만한 일상을 다 보여드리는데 연기나 외국어 공부하는 부분은 공개하지 않는 편이에요. 아직 부끄럽기도 하고 묵묵히 노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요. 

 

 

브이로그에서 한때 매일 같은 일상이 이어져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똑같아 보여도 똑같은 날은 없다’라는 관점으로 산다고 하셨죠. 그런 태도를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연기를 하면서 배운 거죠. 같은 장면도 다르게 표현하는 법을 알았거든요. 아침마다 물 마시는 씬을 찍는다고 가정했을 때 어제 마신 감정과 오늘 마실 때 감정이 다르니까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누구나 한번쯤 하는 고민일 텐데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계속 감정에 빠져 있기보다 힘들더라도 꾸준히 나아가길 바라요. 보리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올라오잖아요. 그런 맛이 날 때까지 계속 도전하면 좋겠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한다는 내용을 봤어요. 그런 모습을 유지하려면 지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균형을 맞추시나요?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은 제 본연의 모습이라서 에너지를 뺏기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 얘기는 잘 들어주지만 정작 제 속 얘기는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데요.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등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중심을 잡는 편이에요.

 

연우 님이 힘들 때 의지하는 문장이나 말이 있을까요?

‘늘 지나간다’라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힘든 만큼 성장한다고 믿거든요.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굳게 다잡고 계속 되새기다 보면 어느 순간 무뎌지는 것 같아요. 

 

 

벌써 12월이에요. 올해는 어떤 한 해를 보냈나요?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작년 말에 만난 지인이 한 가지 목표만 생각하고 노력하다 보면 다방면으로 이루는 게 많을 거라는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올해 ‘작품 하나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달렸더니 조금 힘들었지만 오디션에 붙고 연기를 하니까 뿌듯했어요.

 

내년 목표도 하나만 생각해 볼까요?

내년에도 건강하게 오디션 보고 더욱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 20대인데 시간이 빨리 지나서 서른이 되길 바라요. 오히려 30대가 더 즐겁다는 분이 많아서 제 30대도 기대가 돼요. (웃음)

 

미래를 밝게 빛나게 해줄 거라고 믿는 게 있나요?

연기할 때도 생각하는 마음인데 스스로를 믿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동진 평론가님이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사는 게 인생관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건지 고민하는 시기에 저 얘기를 들으니까 조금 해소되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잘 살면 미래도 밝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주변에 흔히 있는 친구처럼 정이 많고 친근한 배우이고 싶어요.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요.

 

 

단답 Q&A

크리스마스트리에 빌고 싶은 소원 

내년에도 올해처럼 보냈으면 좋겠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

그래도 해야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최근에 꾼 꿈

갇혀있는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꿈

가방에 꼭 챙기는 세 가지

립밥, 핸드크림, 인공눈물

듣고 싶은 수식어

친구 같은 장연우

저녁 메뉴 추천

굴보쌈

오늘 노래 추천

최유리 – 밤, 바다

오늘의 TMI

촬영장에서 먹은 쿠키가 맛있었다.

사랑한다는 단어 없이 사랑을 표현한다면

밥 먹으러 갈래?

 

덮은 머리 vs 깐 머리

과거로 돌아가기 vs 미래로 가기

평생 운동 못 가기 vs 여행 못 가기

한여름에 히터 vs 한겨울에 에어컨

짱구 보호자 되기 vs 코난 친구 되기

탄산 없는 탄산음료 vs 녹아서 액체가 된 아이스크림

민트 초코 라면 vs 파인애플 청국장

점잖은 바퀴벌레랑 살기 vs 시끄러운 모기랑 살기

팬들에게 첫사랑으로 남기 vs 끝 사랑으로 남기

팬들이 지치고 힘들 때 연우 님 생각하기 vs 행복할 때 연우 님 생각하기 

 

CREDIT

글 양지원 기자

사진 이진철

헤어 이순철

메이크업 섬세영

수정 헤어·메이크업 최혜영

스튜디오 스튜디오 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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