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슈 토크

점수로 ‘나’를 판단할 수 있는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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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수능 전형 비율의 확대와 일부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이다. 이를 두고 수많은 관련자들이 기대와 우려를 표하는 상황. 몇 안 되는 숫자가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과연 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대학생 독서토론동아리 쏘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토론_대학생 독서토론동아리 쏘메
 

Q 최근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김영준: 절대평가로 바뀐 일부 과목 때문에 입시 혼란이 생길 것 같아요. 
이러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과목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절대평가 과목은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요.
A. 강민혁: 의대, 약대, 수의대 등 특수 분야는 대부분 철저하게 수능 점수로
선발하죠. 전 그게 굉장히 의아해요. 물론 기본 지식이 갖춰져야겠지만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사람 관련 문제를 다루는 이들은 인성 등 다른 부분도 함께 봐야 한다고 보거든요. 절대평가가 된다면, 지금처럼 한두 문제를 위해 수백 시간 힘들이는 대신 그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A. 최현준: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변별력이 적어질 거고, 그 부분을 해결
할 방안이 필요할 거예요. 미국의 경우, ‘높은 점수=상위권 대학’이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이 학생이 뭘 했는지를 함께 보거든요. 지적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는지, 관심 있는 분야에 파고들어 봤는지 들여다보고 평가해요. 우리나라도 수능 점수는 참고로 보고, 고등학교 활동에서 평가 부분을 찾는 건 어떨까요? 그러려면 고등학교 제도나 사회적 환경 자체가 변해야겠네요. 학생들을 위한 연구 시설을 지원해준다던가 하는 형태로요.
A. 신정윤: 절대평가를 하면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등 다른 부분 평가 비율
이 높아질 테고, 변종 사교육이 많이 생길 수 있어요. 대신 한두 문제로 진학 당락이 좌우되지 않아서 학습 부담은 줄어들겠죠. 그러면 청소년 시기에 미리 자기 진로를 고민하고 계획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상대평가/절대평가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강민혁: 상대평가의 경우, 본인이 공부를 안 했는데 다른 친구들도 하지
않았다면 B+이 나올 수 있어요. 절대평가는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B+을 받기도 해요. 이 경우만 봐도 습득한 지식이 학점과 비례한 건 절대평가라고 생각해요.
A. 신정윤: 상대평가는 무한 경쟁을 해야 하므로 학생들이 좌절감을 많이 
겪는 것 같아요. 수능식 문제풀이 중심 수업이라서 심도 있는 학습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절대평가는 변별력이 좀 떨어지지만, 실질적인 학습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 오자연: 상대평가는 개인 차이를 두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됩니다. 하지만 시험이 쉽게 나온다면 변별력은 아무 소용없을 거예요. 반면에 절대평가는 커트라인이 있어서 목표를 정해 공부하게 되죠. 달성했을 때 성취감도 생겨요. 학문에 대한 열정을 일으킬 수 있고,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경쟁을 초월해 학생 모두가 협업하는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죠. 그래서 절대평가 이점이 더 크다고 봅니다.
A. 김영준: 상대평가는 확실하게 변별력을 가질 수 있어요. 국어 잘하는 학생은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와도 성적을 잘 받을 테니까요. 단, 한두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낮아질 수 있어서 노력의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반면 절대평가는 노력한 만큼 점수를 얻어요. 하지만 동일한 점수를 맞았을 때 실력을 구분할 수 없겠죠.
 

Q 취업 시장에서 학점이 신뢰도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김영준: 이미 신뢰도가 많이 내려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일정 학점만 넘기면 되고, 이외에 동아리나 대외활동을 더 중요시 하는 추세라고 봐요.
A. 강민혁: 상위 10개 기업의 취업자를 분석한 결과, 최고득점자가 아닌 3.5~4.0점 지원자가 많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학점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사라졌다고 봅니다. 전에 고려대에서 4년 내내 모든 수업을 pass/fail로만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지만 대학 내부에서도 학점이 갖는 모순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식을 찾고 있다는 거죠. 

Q. 대학 모든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A 최현준: 제 경우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큰 차이를 못 느꼈어요.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A. 오자연: 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대부분 학교가 상대평가를 하잖아요. 이건 학문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단순히 학점 올리기 밖에 안 된다고 봐요. 저희 학교 특정 과목의 경우, 문제가 쉽고 교수님 말씀만 잘 들어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보니 조금만 실수해도 C+을 받아요. 그래서 저는 상대평가가 그리 변별력 있다고 보지 않아요. 반면, 절대평가는 공부한 만큼 성적을 보장받을 수 있고 학생들도 불필요한 두려움을 안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A. 김영준: 평소에도 대학의 절대평가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만약 절대평가로 모두 바뀐다면 학점 비율 변화 때문에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평가 부분에는 출석이나 과제도 있는데 절대평가로 바뀌었을 때 이 부분도 애매해질 것 같고요.

Q. 공기업 등에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면서 학력이나 학점 기재란이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오자연: 긍정적으로 봐요. 면접 시 학력이나 학점이 아닌 직무 능력을 따지는 건 당연한데, 이제야 시행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공기업에게 먼저 시행하게 해서 서서히 학력·학점주의를 철폐하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A. 최현준: 저는 학력과 학점을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학점은 성실성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어요. 또 학점을 볼 때 어느 대학에서 그 점수를 받은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같은 4.0이라도 학교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니까요. 학점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학교 이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력이나 학점의 기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A학교의 학점과 B학교의 학점을 각각 변환하는 거예요. 두 점수를 동등한 선에서 바라보고 평가에 반영하는 거죠. 
A. 강민혁: 사실, 학력과 학점을 왜 블라인드 처리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대입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배우는 지식이 다른 겁니다. 그걸 무시한 채 학력과 학점을 기재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대외활동, 공모전 등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경험은 정해져 있잖아요. 다 시간과 돈이 드는 것들이죠. 이 부분에 여유가 없어 접근이 어려운 학생은 취업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게 될 텐데 이 역시 역차별이 될 수 있어요. 물론 학력과 학점만이 평가의 전부가 되면 안 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성적 평가 시스템이 개정된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A. 신정윤: 대학 진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고등학생들이 점수에 연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래서 저는 외국처럼 ‘갭이어’를 갖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른과 청소년의 갈림길에서 잠시 쉬며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A. 강민혁: 사실 성적 평가 시스템에 대해 논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개선해도 불만 갖는 분들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대입이나 취업에서 좀 실패해도 버려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A. 오자연 : 평가 방법이 개편된다고 해서 대학 서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계속 입시 전형이 변해왔지만 대학 서열은 그대로잖아요. 평등을 위해 입시 전형에 변화를 준 건데 현재 사회구조에서는 교육의 평등을 이루기 힘들어요. 대기업 중심의 자본이나 경제구조를 바꿔야 대학의 서열화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Audience Talk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 16 강민혁
학벌, 학점, 성적 위주 사회가 아닌 그 이상을 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14 김영준
유익한 시간이었고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덕성여자대학교 철학과 16 신정윤
청소년들이 대학이 아닌 행복을 인생 목표로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덕성여자대학교 철학과 16 오자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공부가 다가 아닌 세상 언제 오나요!

 

콜롬비아대학교 18 최현준
사회에서 학벌과 학점이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취재_정현재·하서빈 학생기자 글_하서빈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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