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_인천대학교 토론 동아리 ‘세치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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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어떤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셨나요?
류홍규 입학은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으로 했지만, 정시와 수시 교과·논술 전형 등 다양한 전형을 준비했어요. 학종을 준비할 때, 대학에 가기 위해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의무적으로 많이 써야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재원 원래 수시를 준비했지만 내신에서 한 번 실수해서 바로 정시로 바꿨어요.
박찬우 저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상위권 고등학교에 다녀서 내신을 따기가 굉장히 불리했어요. 저희 학교는 대부분 학생들이 모의고사나 수능 점수가 잘 나오는 편이었고, 저 역시 정시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준범 고등학교 때 예체능 계열로 수시 실기 전형을 준비해서 입시 학원을 주로 다녔어요. 학교 수업에 많이 참여를 못 했고, 비용 면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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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와 수시 중 우리 사회에 더 적합한 전형은 어느 것이라고 보나요?
정준범 수시 전형이 우리 사회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수시는 정시 특유의 획일적인 선발 기준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특기, 취미, 장점, 잠재력 등이 고려되면서 입시 기준이 다양하게 변화되었죠. 대학 본부 또한 다양한 입시 기준을 토대로 각 학교의 필요에 맞춰 학생을 뽑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대학 교육의 실질적인 목표가 전문지식의 함양이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유동적인 현대 사회에서 공정성만 가지고 수능과 같은 획일적인 기준을 토대로 대학 입시를 결정짓는 일은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원 정시가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흔히 ‘한 번의 실수가 삼 년의 노력을 갈아엎는다’며 정시를 단판 승부라고 비판하는데, 오히려 이런 비판은 수시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수시는 교과 전형 아니면 학종인데 내신에서 한 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상위권 대학에 가기 어렵죠. 또 학생 선발 기준이 모호해 결과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학종을 준비하려면 성적과 더불어 스펙을 만들어야 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죠. 더불어 여러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학생의 잠재력 발굴이란 본연의 가치보다는 집안의 재산이나 인맥, 정보 격차 등의 싸움으로 변질돼 수시 전형의 가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학교의 위상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암암리에 밀어주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학교의 입시 학원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수시가 공교육의 정상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류홍규 공정성은 서로 같은 출발선에서의 경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수능 점수에 초점을 맞춘 정시는 특정 기준에 따라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문제풀이를 잘하는 사람만이 상위 대학을 가고, 그 기준에 미달하면 대학 입학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시는 학생의 성적 외에도 다양한 장점을 수용할 뿐 아니라 재정적인 요건이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농·어촌 전형, 사회배려자 전형 등 다양한 전형이 마련되어 있어 출발선을 어느 정도 비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수시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점, 부유층으로 갈수록 정시 합격률이 높다는 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의 2019년 보고서) 등을 고려할 때 수시가 더 적합한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찬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과의 공정성입니다. 정시는 정량 평가라는 점에서 판단 기준이 객관적이고 명확합니다. 반면 수시는 정성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각기 다르고 모호합니다. 그로 인해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고 학생들의 불안이 가중되죠. 또한 내신을 주로 보는 교과 전형의 경우 고등학교별로 내신 편차가 있어서 정시에 비해 공정성이 더 떨어진다는 점에서 정시가 우리 사회에 더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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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는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2023학년도 대입까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모집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는데, 수시·정시의 적정 비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준범 교육 제도 개편은 토론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정시 비중 확대 방안은 적절하지만, 장기적으로 효율성과 공정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입시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고교 학점제 등의 제도를 활성화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교 내에서 다양한 학습 경험을 쌓고 조금 더 일찍 진로를 선택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재원 정시 비율을 늘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수시와 정시 모두 특장점이 있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시 비율이 50%를 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제도 개편 방식 또한 점진적이어야 하고, 더 이상 제도가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류홍규 정시 40% 확대의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각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기계적으로 시험 문제를 잘 푸는 것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정시를 급작스럽게 늘리기보다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균등하게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교육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찬우 농·어촌 특별 전형 같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수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숙명여고 내신 조작, 정유라 사건 등 입시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따라서 학종 비율을 낮추고, 정시 비중을 높여 정시 40%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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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의 입시 비리가 자주 발생한다고 언급하셨는데요. 학종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재원 학종은 완전 폐지에 가깝게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자기소개서, 엄마가 짜준 스펙, 아빠의 재정적 지원 등으로 만들어진 학종은 결과에 많은 의문이 드는 전형입니다. 따지고 보면 학종은 대학교 측이 원하는 대학생들을 명확한 기준 없이도 데려올 수 있는 전형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쉽게 받아들였다고 봅니다.
정준범 학종을 두 가지 방면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소득분위나 농·어촌 등 특정 요건을 갖춘 학생만 학종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학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인 자기소개서의 사회 경력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요건을 갖춰서 학교 내 활동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활동만을 인정한다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홍규 학종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학종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학종이라는 것이 원래 수능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다른 분야에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뽑는 제도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교외 활동을 기술하는 등 다양하게 기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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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논쟁과 관련하여 자사고·특목고 폐지 여론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재원 일반고가 아닌 특목고를 통해 수월성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해당 고등학교의 목적은 지켜져야 합니다. 외고에 들어간 학생은 언어를, 과학고에 들어간 학생은 자연과학이나 공학 계열 등 관련 학문으로 진학해야죠. 만일 특목고가 단지 상위권 대학 진학용으로 쓰인다면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입시 학원화하는 것에 불과해 그런 특목고를 유지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준범 특목고를 통해 학생들이 얻는 교육권이나 엘리트 육성이라는 장점보다도 이로 인해 파생되는 입시 관련 폐해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고 내에서도 공부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기 때문에 특목고를 폐지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류홍규 특목고를 폐지하게 되면 일반고 내에서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꼭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강남 8학군 등에서는 지금도 심한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공정한 대입 제도 운영을 위해 어떤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까요?
김재원 먼저 수시 전형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정보 격차 없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대학마다 명확한 평가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입시 논란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의 표증입니다. 따라서 입시를 바꾼다 해도 사회 구조가 그대로라면 결과가 공정해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학 서열화가 채용 문제에 미치는 영향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즉, 모든 분야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찬우 단순히 수시·정시만을 가지고 입시 제도를 논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서열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간 서열이 없는 독일이나 파리 제1대학, 제2대학으로 칭하는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정부가 국내에 잘 맞게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부존자원 중에서 인적 자원이 중요하다보니 대학 서열화가 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가 집약된 문제인데 수시·정시로 한정 짓고 논한다는 것은 문제를 축소하려는 기만으로 보여요.
류홍규 학연 등의 문제 때문에 대학 서열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대학 서열화를 완전히 타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대학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지 않고, 대학만을 가지고 인생을 판가름하지 않도록 학력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다른 부분에서 공정성 있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박찬우 정시의 비율을 올리는 게 답이 아니라 수시가 가지고 있는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수시 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2022학년도 대입부터 반영되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교사 추천서 폐지, 자기소개서 서식 간소화 및 개선, 평가 기준 발표, 선발 결과 공시 등의 지침을 내놨습니다. 또한 적성고사가 폐지되었고 논술 전형은 단계적 폐지를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수시 제도의 공정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시 제도가 공정성과 다양성을 고루 담보할 수 있도록 균형있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Audienc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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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6 김재원
좋은 대학교에 못 가면 불행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입시에 목매게 됩니다. 토론을 준비하며 수시, 정시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사회가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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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법학부 16 정준범
공정하고 효율적인 입시 제도가 마련되어야 국민 모두가 정직한 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토론을 준비하며 입시 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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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법학부 17 박찬우
‘어떻게 해야 더 공정한 입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나’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이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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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중에서 결국 우리 사회가 실질적인 평등을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