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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광고 제한, 어떻게 생각하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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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주류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는 효과음이다. 그러나 이르면 올해부터 TV 광고에서 이 효과음을 들을 수 없게 될 예정이다. 또한 주류 광고 모델이 직접 술 마시는 장면을 노출할 수 없고, 주류 광고 금지 시간대도 TV 외에 DMB, IPTV 등 일부 매체까지 확대 적용되는 등 주류 광고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절주 문화 확산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식 행정일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주류 광고 제한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숭실대학교 토론 동아리 ‘만장일치’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주류 광고 연령 제한법: 만 24세 이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주류 광고를 하지 못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부결되었다. 현행법상 주류 광고가 가능한 모델의 연령은 만 19세 이상으로 민법상 성년 기준과 같다.
 
평소 주류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신지연 맥주 광고를 보면 광고 모델이 ‘캬~’ 소리를 내면서 마시잖아요. 그런 효과음 덕분에 맥주를 마시면 갈증이 해소될 줄 알았는데, 막상 마셔보니 제가 상상했던 맛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실망했던 것 같아요.
유경희 어릴 때 주류 광고를 보면서 ‘술이 굉장히 맛있는 것’이란 생각을 했고, ‘성인이 되면 맥주 한 잔 정도는 하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어요. 광고가 음주와 관련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한 거죠.
구찬모 소주 광고를 보면 소주가 굉장히 맛있고 깔끔한 음료처럼 느껴져요. 실제 소주 맛은 그렇지 않죠. 술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그동안 정부의 절주(술 마시는 양을 알맞게 줄임) 정책이 금연 정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슨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선우 금연 광고는 ‘흡연은 살인입니다’ 식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광고 내용도 대체로 흡연 자체에 대한 지적이죠. 반면에 절주 광고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있다고 해도 ‘음주’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음주 운전’을 지양하자는 수준이죠. 사회적으로 끼치는 파장은 담배나 술이나 비슷한데, 광고 양상은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신지연 우리나라는 음주와 흡연 중에 흡연을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 같아요. 2017년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연 광고를 본 흡연자의 절반 이상이 금연을 고려하게 됐다고 응답했어요. 정부가 금연 광고처럼 금주나 절주의 내용을 담은 광고도 집행한다면 절주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2015년에 보건복지위원회가 *주류 광고 연령 제한법을 발의하는 등 사회 일각에서는 주류 광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신지연 2015년에 발의되었던 주류 광고 연령 제한법은 ‘광고 모델의 연령’만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모델의 연령대가 문제가 아니라 주류 광고를 보는 사람의 연령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광고 모델의 나이를 제한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유경희 주류 광고 연령 제한법은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이 주류 광고의 모델이 되는 걸 제한하기 위해 발의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청소년들이 주류에 대한 환상을 키우는데 광고 모델의 나이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주류 광고 모델인 ‘수지’의 나이는 만 25세지만,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에요. 법안이 만 24세로 제한 연령을 정한 것도 애매한 거죠. 이처럼 주류 광고 모델의 나이를 특정 기준에 맞춰 제한하는 것은 큰 실효성이 없다고 보아 당시 본 법안이 부결되었다고 봐요. 차라리 정책의 초점을 청소년들이 주류 광고를 접하지 않는 방향으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우 주류 광고 모델의 나이를 제한하려 했던 취지는 공감합니다. 아이돌의 경우 평균 연령대가 20대 초반이기도 하고, 모델의 나이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러나 앞서 말씀하신 수지의 사례처럼 만 24세 이상이지만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은 많아요. 차라리 연예인 혹은 운동선수를 주류 광고에 절대 기용할 수 없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찬모 실효성과 별개로 국회가 2015년에 주류 광고 연령 제한법을 발의함으로써 표면적으로라도 음주에 대한 사회 경각심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이미지를 활용한 주류 마케팅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선우 술병에 여자 연예인 사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주류 광고에 연예인의 이미지를 활용해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경희 연예인을 통한 주류 마케팅 금지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갑작스레 주류 광고에서 연예인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주류 회사나 소비자의 심한 반발을 살 수 있으므로 서서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봐요.
신지연 앞선 의견에 공감합니다. 지금 문제는 연예인의 주류 광고가 아니라 광고의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음주를 지양하는 절주 광고에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것이 더 효과를 볼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주류 광고에선 모델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캬~’하는 효과음을 노출할 수 없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진 중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경희 우리가 맥주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캬~’소리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소리가 정말 맥주가 시원해서 내는 소리인지, 매체의 영향으로 당연하다고 인지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신지연 확실히 효과음이 술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생각해요. 갈증과 같이 사람의 욕구를 심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어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우 저 역시 효과음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효과음 때문에 술을 마시면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주류 회사 차원에서는 제품을 팔기 위해 효과음을 전달하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청소년의 음주 욕구를 부추겨 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효과음을 넣는 걸 지양해야 한다고 봐요.
구찬모 과연 효과음을 뺀다고 해서 주류 광고에 지장이 가는지 의문이에요. 외국의 주류 광고를 보면 ‘캬~’소리를 빼고도 재료, 부드러움 등으로 충분히 어필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효과음보다 내용적인 측면을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경희 외국 광고에서 효과음이 없어도 정보 전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굳이 효과음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음주 운전, 주취 폭력 등 음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에 관대하다는 시선이 있죠. 주류 광고 제한이 사회 통념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보시나요?
구찬모 음주 운전을 한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 통념을 만드는 것이지, 광고가 사회 통념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경희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음주 관련 범법자가 여전히 TV에 나오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는 주취 폭력과 음주 운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걸 알 수 있어요. 사회 분위기가 ‘음주를 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식으로 굳어져 있는데 단순히 주류 광고를 제한한다고 바뀔 것 같지 않아요.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우 현재까지 논의되었던 주류 광고 제한법의 경우 내용상 주류 판매량과 연관될 뿐, 음주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는 담겨 있지 않아요. 광고에 건전 음주 문화를 장려하는 내용을 담아 노출한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단순히 연예인의 주류 광고 출연을 금지하거나 효과음을 삭제하는 방식으로는 사회 통념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주류 광고에서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구찬모 유튜브나 SNS를 더 많이 하는 요즘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TV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봐요. 도리어 셀럽들이 협찬을 받는 SNS나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홍보에 영향을 받죠. 그런데 유튜브나 SNS 같은 매체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안 되어 있어요. 따라서 TV 광고를 추가적으로 제한하는 것보다 TV 외에 다양한 매체에도 주류 광고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규제의 방향성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지연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은 광고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규제가 닿지 않는 SNS 마케팅이나 유튜브 바이럴 영상 등의 영역에서도 확실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하여 요즘 주류 회사에서는 자몽 맛, 청포도 맛 소주나 ‘진로 이즈 백’처럼 특정한 주류 소비가 마치 유행인 것처럼 광고해요.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다가 음주를 지향하게 되니 주류 회사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경희 술의 맛과 청량감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를 강조하는 광고는 정말 많아요. 그런데 술을 어떤 식으로 마셔야 하는지, 사람마다 권장량은 어느 정도인지, 건전한 술 문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요. 지금까지 이 부분을 짚지 않았던 것이 아쉬워서 옳은 음주 문화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광고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이선우 주류 회사에서는 보통 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에 포인트를 둡니다. 그러나 이것이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악영향을 준다면 규제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더불어 건전한 음주 문화를 장려하는 광고를 내야 합니다. 아예 정부가 나서서 주류 회사가 광고를 집행할 때 마케팅 차원의 광고와 건전 광고를 번갈아 내도록 두 포인트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판매량을 억제하는 식의 규제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주 욕구가 본인의 의지인지,
광고의 영향인지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Audience Talk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8학번
이선우

주류 광고가 음주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청소년들의 음주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류 광고의 제한과 더불어 절주 광고도 함께 내보내 올바른 술 문화가 정착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숭실대학교 철학과 17학번
구찬모

우리 사회의 잘못된 술 문화가 주류 광고 때문에 만들어졌거나 심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올바르지 못한 술 문화를 개선하네기 보다는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주류 광고에만 책임을 묻고 있는 건 아닐까요?



 

 

 

 

숭실대학교 화학공학과 16학번
신지연

제가 느끼기에 우리 사회가 술의 폐해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아요. 만취한 사람을 보았을 때도 웃고 놀리는 정도에 그치니까요. 사회 통념을 바꿔 나가기 위해서라도 소비를 촉진하는 주류 광고 외에도 지나친 음주의 폐해를 알리는 절주 광고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숭실대학교 의생명시스템학부 17학번
유경희

술 권하는 문화나 숙취 음료 광고는 있어도 애초에 절주 문화가 없었던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취재_안휘영, 윤혜린 학생기자 글_안휘영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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