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슈 토크

노키즈존 도입, 동의하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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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은 아이를 동반해 입장할 수 없는 공간이다. 작년 겨울 <겨울왕국2>가 개봉한 뒤, 일부 아이들의 관람 에티켓 부족으로 성인 관람객이 불편을 겪으면서 노키즈존 도입 논란이 가속화됐다. 노키즈존 도입 찬성 측에서는 업주가 일반 고객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영업 방침이니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특정 연령에 대한 명백한 사회적 차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노키즈존 도입과 관련해 고려대학교 토론 동아리 ‘고란도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키즈존’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실생활에서 노키즈존을 본 적이 있나요?
전언호 최근 은평 한옥 마을을 방문했는데, 4층 규모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한 층을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더라고요.
황세진 노키즈존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과 다르게 생활 속에서 노키즈존을 마주친 적은 별로 없었어요.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노키즈존 여부를 신경 써서 체크할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아요.
김동현 저 또한 일상 속에서 노키즈존을 경험한 적은 없고,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만 접했어요.

‘노키즈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원호 저는 노키즈존 도입에 반대하지만, 도입 여부를 법으로 규정해선 안 되고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노키즈존을 무조건 금지하는 법안은 업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애초에 만들어질 수 없다고 봐요.
김동현 노키즈존이 편견에 의한 조치라고 생각해서 반대합니다. 모든 아이가 경우없이 뛰어 놀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니죠. 업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고객이 꼭 나이가 어린 건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노키즈존은 일부 아이의 사례를 일반화해 모든 아이를 차별하는 과잉 조치라고 봐요. 2017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노키즈존을 ‘나이를 이유로 한 비합리적인 차별 행위’라며 시정 권고를 내린 바가 있어요.
전언호 저는 노키즈존이 꼭 아이를 차별하려고 도입한 게 아니라, 업주들의 불가피한 선택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업주 입장에서는 노키즈존 도입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거나 고객의 반발을 사는 등 위험부담도 있어요. 그럼에도 노키즈존을 도입하는 건 다른 고객들의 행복추구권도 보장해야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아이의 안전, 소음 발생, 다른 고객의 불편 등 여러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윤휘 저 역시 차별과 배제의 원리에 따라 노키즈존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특정 공간에 특정 대상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면에서 과거 흑인과 여성의 출입을 금지했던 사례를 떠올리실 수도 있어요. 이 경우 인종과 성별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속성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명백한 차별이죠. 이와 달리 연령은 아이가 자라면서 달라질 수 있는 변수예요. 따라서 앞선 사례와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로 인한 불편을 무작정 참으라고 한다면 오히려 아이 혐오가 더 커지지 않을까요?
황세진 앞서 연령을 말씀하셨는데, 아이가 아이로 남아 있는 시간은 10년 이상으로 꽤 깁니다. 게다가 노키즈존은 아이를 넘어 아이를 동반한 부모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생각해요. 과거 아이를 동반한 부모는 바로 그 아이 때문에 배려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된 것이죠. 끝으로 저출생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노키즈존이 ‘아이는 불편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한다고 생각해요. 아이에 대한 사회 인식을 긍정적으로 제고하려면 노키즈존 도입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노키즈존이 도입된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원호 노키즈존이 도입되기 전에도 아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나 소란은 분명 있었어요. 다만 최근에 표현의 자유가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아이들로 인해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노키즈존도 함께 늘어났다고 봅니다.
윤휘 저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싶어요. 첫째는 사회 변화로 인해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 인식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누구나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운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로 인해 불편을 겪어도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일이라고 여겼고,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죠. 하지만 지금은 개인주의와 비혼주의가 만연해서 아이로 인해 겪는 불편을 참지 않는 것 같아요. 둘째는 세대 차이입니다.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문화생활을 자주 즐기는데, 이때 내 시간과 공간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소란에 관대하게 대처하기보다는 단호하게 불편함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봐요.
김동현 저는 업주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노키즈존을 도입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무렵 아이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언론에 많이 오르내렸고, 그중 한 사건에서 법원은 ‘업주가 손실액의 7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죠. 업주들이 막대한 피해보상액을 부담스러워해 아이들을 배제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황세진 저는 편리함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미성숙한 게 당연해요. 불편함도 겪을 수 있죠. 하지만 사회는 아이들을 포용하기보다는 ‘시끄러우니까 오지 마’라며 아이들이 특정 장소에 방문할 권리를 빼앗고 내쫓아버렸어요. 누군가를 배제하는 게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편한 방식이기 때문이죠.
이원호 노키즈존 자체가 사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건데, 노키즈존을 묵인한다면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줘서 차별과 배제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돼요. 노키즈존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특정 장소에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덮은 것이잖아요? 당장의 불편함은 해소될 수 있을지언정 그 과정에서 시민 의식의 향상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다지 긍정적인 갈등 해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동현 맞아요. 노키즈존과 비슷한 사례로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에 중국인을 향한 편견에 기초해 일부 가게에서 중국인의 출입을 금지했죠.
 

만일 노키즈존을 도입할 경우, 어떤 장소에 우선적으로 도입되어야 할까요?
윤휘 영화관이나 공연장 등 정숙이 필요한 공간부터 도입되어야 한다고 봐요. 다만 공공기관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원호 저는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카페의 경우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숯불 고깃집의 경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지요.
전언호 저는 특정 장소가 지니는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처럼 장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제한된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하는 장소에서는 아이의 칭얼거림이나 떼쓰기가 훨씬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노키즈존이 따로 필요합니다.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찻집, 고급 레스토랑 등도 공간의 성격에 아이들의 출입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업주가 노키즈존을 지정하는 걸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동현 실제 미국과 영국 등 해외 항공사의 사례를 보면 ‘차일드-프리존’이나 ‘콰이어트존’ 등을 두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KTX도 아이와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칸이 따로 있죠.

노키즈존이 확산됨에 따라 유튜버 출입 금지, 시니어 출입 제한 등 각종 ‘노○○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동현 노키즈존처럼 ‘노○○존’ 또한 불편하다는 이유로 특정 대상을 배제하는 현상입니다.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귀를 닫고 배척하는 방식을 선택한 거죠. 결국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편견에 근거해 배제하고 선을 긋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각종 ‘노○○존’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전언호 최근 49세 미만의 고객만 출입 가능한 노시니어존 식당이 화두에 올랐어요. 여성 사장님이 어르신 손님들의 희롱에 참다못해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결정의 이면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정말 차별인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휘 ‘노○○존’으로 인해 혐오와 배제가 확산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금지가 혐오로 퍼지는 건 경계해야 마땅하죠. 하지만 업주가 특정한 금지를 통해 얻으려는 마땅한 효과가 있다면, 업주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이원호 저는 ‘노○○존’ 때문에 출입을 금지당하는 성인과 노키즈존으로 출입을 금지당한 아이의 사례를 구분해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인과 아이에게 책임을 똑같이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노키즈존 확대에 대처하는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황세진 노키즈존 대신 키즈존을 도입해야 해요. 노키즈존과 키즈존은 모두 어른과 아이의 공간을 분리하지만, 노키즈존은 특정 공간에서 아이를 무조건 배제하는 반면 키즈존은 아이만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더불어 키즈존에서는 다소 소란스러워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끼리 서로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요. 따라서 노키즈존보다는 키즈존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윤휘 동의해요. 다만 키즈존을 도입하는 비용은 업주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사업장의 일부를 키즈존으로 개조하거나, 안전성이 확보된 장난감을 비치하는 것 등이 전부 비용이거든요. 이를 모조리 업주에게 전가한다면 업주 입장에선 흔쾌히 키즈존을 설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늘려야 해요.
이원호 노키즈존 자체가 갈등 당사자를 단순히 분리하는 방안이에요. 그러니 모든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할 게 아니라, 일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제한하는 쪽으로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업주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노키즈존을 도입했다고 고객들이 노쇼, 별점 테러 등을 자행해 가게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도 규제해야 한다고 봐요.
김동현 저는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분리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어요. 일종의 키즈 타임을 설정해 아이들을 불편해하는 고객은 아이가 있는 시간대를 피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아이와 부모는 물론, 고객과 업주의 권리까지 모두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키즈존이 왜 생겨나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Audience Talk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학번 전언호
아동과 관련된 사회문제에서는 일방적인 찬성과 반대보다 절충점을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건의 표면만 보고 옹호나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 ‘왜 노키즈존을 도입해야만 했을까’와 같이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17학번 윤휘
노키즈존 논란이 ‘공간’에 관한 서로의 인식을 조절해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노키즈존으로 인해 또 다른 ‘노○○존’이 파생되면서 장애인, 노약자 등을 차별하는 양상이 번져나가는 것을 고려할 때, 노키즈존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17학번 이원호
노키즈존을 논의하면서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 등 서로 맞부딪히는 가치 체계를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회 갈등이 발생할 때 단순히 금지를 확대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관련 문제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할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19학번 황세진
노키즈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살피고, 기저에 깔린 본질적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장의 손쉬운 해결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8학번 김동현
이번 기회로 노키즈존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의 불편을 논의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도 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서로 더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재_주혜지, 지정현 학생기자 글_주혜지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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