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개정인가 폐지인가?
대학 연합 토론동아리 ‘카페 드 플로르’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처벌하기보다 교화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지는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로 인해 소년법 폐지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학 연합 토론동아리 ‘카페 드 플로르’의 의견을 들어봤다.
* 소년법이란?
소년법은 죄를 저지른 소년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범법소년, 촉법소년, 범죄소년으로 구분한다.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이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형사미성년자이므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보호 재판을 거쳐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 보호처분으로는 보호관찰소로 인계하는 보호관찰처분, 규정된 시설에 인계하는 시설위탁처분, 소년원에 송치하는 송치처분이 있고,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인천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중학생 렌터카 절도 뺑소니 사건 등 잇단 청소년 범죄 사건들을 어떻게 보셨나요?
김성민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땐 가슴이 먹먹했어요. 청소년들이 어쩌다 이런 흉악한 범죄까지 저지르게 됐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황태윤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의 흉악함이나 범죄 모의 수준이 지능적으로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범죄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한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가정과 학교는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봐야 해요.
안다윤 청소년 범죄의 잔혹함을 보면 요즘 청소년은 마냥 순수하기보다 오히려 무섭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거나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덜 받는 게 맞나 싶었어요.
소년법은 가해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처분이 달라집니다.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이와 같은 처분이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김유리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통계청의 ‘보호관찰통계’에 따르면 2019년 소년 대상자의 재범률이 12.8%로 성인 대상자의 재범률 5%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아요. 소년법의 목적은 가해 청소년의 교화인데, 처벌 수위가 낮아서 교화에 실패하는 것 같아요.
황태윤 형사 정책학적으로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 횟수가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형벌을 강화하기보다는 현행 보호처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다윤 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점차 지능화된 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소년이라서 형벌을 감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청소년이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나이 아닐까요.
청소년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을 기존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성민 소년법이 제정된 1958년과 달리 지금의 청소년이 더 조숙하고,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도 많다고 생각해요. 만 14세면 중학교 2학년인데, 마냥 어리다고 볼 수 없어서 나이 제한선을 낮추는 것에 동의해요.
김유리 장기적으로 봤을 때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추는 것이 소년 범죄율 저하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아요.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낮추는 일이 범죄 감소로 이어졌다는 사례도 없고요.
황태윤 정부 부처에서 소년법 연령을 낮추려는 건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해 더 강한 처벌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라고 봐요. 이런 조처가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다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면 소년법을 악용하려는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겠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단지 연령 상한을 변경하기보다 전반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봐요.
촉법소년에 의한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 발생이 증가하면서 소년법 폐지 관련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습니다. 소년법을 폐지하고 미성년자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유리 소년법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소년법에서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청소년마다 주어진 환경과 범행 동기가 다르니 이를 참작한다면 형사처벌을 감형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만, 죄질이 악한 일부 청소년에게 형사처벌을 내릴 수 없는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성민 청소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시기이고, 미성년자여서 성인에 비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계가 어렵거나 주변 친구의 영향으로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예도 있어요. 이런 소년들에게는 형사처벌 대신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황태윤 청소년들이 아무리 조숙해졌다고 해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아직 제대로 된 사고가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도 많아서 일괄적으로 소년법을 폐지하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해요.
안다윤 저는 청소년이 합리적인 주체로서 판단을 내리고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해요. 처벌 수위가 낮은 소년법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고 봐요. 처음 범죄를 저지를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범죄를 막으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김성민 가해 청소년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은 너무 무거운 결과라고 생각해요.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8년 소년범죄 유형에서 전체 소년범죄 66,142명 중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흉악)범죄가 3,509명으로 5.3%를 차지하고, 나머지 약 95%는 절도, 횡령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라고 해요. 소년범죄 전반에 엄벌주의를 적용하면 생계형 범죄 같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도 무거운 대가를 짊어지게 할 우려가 있어요.
촉법소년에 의해 저질러지는 각종 강력범죄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성민 가정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예를 들어 가정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집에서 성장한 청소년은 애착결손을 겪고 어릴 때부터 범죄에 쉽게 노출됩니다. 자신의 가정을 싫어하면 가출청소년이 될 확률이 높아져요. 가정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집단범죄를 모의할 수 있죠.
황태윤 2018년 통계청의 ‘소년범죄자 생활정도 및 부모관계’에 따르면 전체 범죄에서 하류층이 45.8%, 중류층이 42.8%, 상류층이 0.9%를 차지한다고 해요. 이를 보고 가정의 생활수준이 청소년 범죄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유리 미디어의 자극성이 점점 청소년 범죄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청소년은 인터넷 개인방송 같은 자극적인 매체에 쉽게 접근하게 되는데, 일부 유튜버나 BJ들이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만들어낸 범죄 생중계 영상이 아이들에게 모방 범죄를 조장하는 것 같아요.안다윤 가정과 학교의 환경, 개인의 의지, 유전의 영향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인격장애를 타고났다거나,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모두 강력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각 개별적 특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년법 본연의 목적인 청소년 교화를 이루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황태윤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의 가장 큰 차이는 보호처분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현행 2년에 1년 연장이 가능한 소년원 장기 보호관찰기간을 2년 연장하여 보호처분을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김유리 대부분의 보호 관찰소가 과밀수용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교화 목적이라는 소년원의 제 기능이 어렵습니다.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해야 할 소년 범죄자가 100여 명에 이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력 확충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김성민 소년원 근무 인력의 노동시간이 주 80시간을 초과하고, 전국에 소재한 소년원이 총 10개밖에 없는 것을 고려하면 인력 증가와 수용시설 확보가 필요해 보여요.
안다윤 짧은 시간 내에 제대로 된 교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호관찰소와 각종 시설 및 지원이 연계돼야 한다고 봐요. 가정폭력에 시달려 돌아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쉼터로 연결해주거나, 가정폭력을 저지른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범죄 청소년들을 도와줄 전문 시설도 마련돼야 해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재범률을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성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을 성인과 같은 구금의 형태로 격리하면 교도소에서 만난 성인 범죄자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낙인효과도 무시할 수 없고요. 따라서 교정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교육하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황태윤 해체 가정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또 다시 재범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에서 돌봄 교육 같은 여러 가지 사회 안전망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유리 범행 원인에 따른 각기 다른 대책 마련으로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발생한 단순 범죄라면 가정환경을 개선하는 사회제도를 마련하고, 각종 SNS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라면 올바른 미디어 수용법과 성교육 등을 알려줘야 해요.
안다윤 폭력 가정이나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수용하고 교화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해 청소년의 회복을 위해선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까요?
안다윤 가해 청소년의 사회 적응은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만, 피해 청소년의 사회 적응은 이슈화되지 못하고 묻히는 감이 있어요. 사회적 낙인과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다수의 피해자에게 적절한 상담을 제공해서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도와줘야 해요.
황태윤 최근 중학생 성추행 사건에서 학교 폭력 신고가 접수되었는데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대로 분리하지 않아 피해 학생이 심한 스트레스로 숨졌다고 해요. 앞으로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초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철저히 분리하고,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소년법과 관련해 처벌의 정도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가해 청소년의 재범방지와 피해 청소년의 회복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Audience Talk
김성민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16학번
소년범죄에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소년법을 폐지하기보다 더 많은 청소년이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머무는 방안을 모색하고, 제대로 된 피해자 구제 제도를 갖춰 나가야 합니다.
김유리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17학번
평소 청소년의 권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소년법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소년법 폐지와 관련된 찬반 의견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안다윤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
촉법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범죄를 저질렀다면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학교와 사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소년법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도 범죄율 감소와 재범 방지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황태윤 고려대 교육학과 16학번
최근 청소년들의 강력범죄로 소년법 폐지에 대한 논쟁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논의를 넘어서 궁극적으로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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