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쿼터제, 어떻게 생각하나요?
명지대학교 중앙토론동아리 비주얼
2021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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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OTT 시장은 사실상 해외 플랫폼 넷플릭스가 독점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질주에 정부는 국내 플랫폼과의 격차를 고려해 OTT 콘텐츠 의무 편성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만약 유럽처럼 자국 OTT 콘텐츠 비율을 30%로 강제할 경우, 넷플릭스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화두다. OTT 쿼터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명지대 중앙토론동아리 비주얼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평소 OTT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각자 어떤 OTT 서비스를 이용하시나요?
김국희 저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해 광고 제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어 만족합니다.
김시은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해서 넷플릭스를 자주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웹 드라마를 보기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도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김호건 저는 TV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주로 보기 때문에 OTT 서비스는 따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주변 지인들이 넷플릭스를 많이 보고 있어서 해당 플랫폼의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김명준 저는 넷플릭스와 왓챠 모두 이용했었는데, 왓챠는 잘 이용하지 않아 해지했고 현재는 넷플릭스만 구독하고 있습니다.
이원석 저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땐 넷플릭스를, 일본 및 국내 작품을 볼 땐 왓챠를 이용합니다.
국내 OTT 플랫폼과 비교해 넷플릭스의 인기가 극대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시은 넷플릭스만의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의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제작한 <킹덤>과 <스위트홈> 등의 인기 작품들을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 유입률을 높이는 것 같습니다.
김국희 넷플릭스는 국내 플랫폼들보다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는 당연히 선택의 폭이 넓은 플랫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호건 올해 4월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5%가량 증가한 88억 원으로 발표됐습니다. 거대한 자본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니 자연스레 소비도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코로나19라는 시대적 특수성도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명준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일반 음성부터 배경음까지 자막으로 제공되는 ‘배리어 프리’ 서비스가 넷플릭스 인기를 끈 요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볼륨을 키울 필요가 없을뿐더러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자막만으로 충분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저도 애용해요.
이원석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제공합니다. 2018년 진행된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에서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좀비물이) 너무 잔인해서 기존 드라마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를 만나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제작 환경에 제약이 크지 않다 보니 작가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도 좋은 작품을 즐기기 위해 넷플릭스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국내 OTT 시장은 사실상 넷플릭스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까요?
김시은 넷플릭스의 독점으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을 기업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서비스가 업계 내 1위라고 하면 ‘요즘 이게 대세인가?’ 싶어 그 서비스를 계속 쓰게 됩니다. 남들도 자신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니 대화에 공통분모가 생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수가 이용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신뢰도 쌓이고요. 따라서 다른 OTT 서비스가 있어도 넷플릭스만 쓰는 소비자들이 생길 수 있고,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김국희 제작자는 대규모 제작비 지원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고, 출연자는 폭넓은 작품 선택과 해외 팬층 형성 기회가 생겼습니다. 또 시청자는 해외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김호건 넷플릭스의 도입으로 오히려 국내 OTT 플랫폼 시장이 확대됐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팬데믹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영화 산업이 극장 외의 새로운 플랫폼을 찾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김명준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OTT 플랫폼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 TV 방송에서 보기 힘든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OTT 플랫폼이 기존 레거시 미디어보다 규제가 약하다 보니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제작돼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원석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소비가 증가하고, 흥행의 결과로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투자가 이어지면서 선순환의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반대로 넷플릭스 독점 현상으로 생긴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요?
김호건 지난해에 넷플릭스의 정기결제 중도 해지 시 환급하지 않는다는 불공정 약관 논란이 있었죠. 다행히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해 이제 결제 이후 7일 이내 시청 기록이 없다면 일주일 내로 해지 및 환급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독식 구조가 지속된다면 이와 같은 상황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기업의 독식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점이 제일 걱정됩니다.
김국희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배급사와 수익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판권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게다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지식재산권(IP)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작사는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해 흥행에 성공해도 추가 수익을 분배받기 어렵습니다.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흥행하더라도 초기 계약금 외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 몫이라는 점에서 제작자로서는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김명준 OTT 플랫폼이 선호하는 수익성 높은 장르만을 제작하면 상대적으로 독립영화나 비상업적인 콘텐츠가 배제될 우려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독점이 콘텐츠의 획일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넷플릭스의 독점을 막기 위해 자국 콘텐츠 비율을 강제하는 OTT 쿼터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호건 콘텐츠 의무 편성은 독점을 막기 위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넷플릭스가 독점하고 있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또한, 작년 발표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국내 OTT 시장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 흐름을 따르면 넷플릭스의 독식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개입은 불필요합니다.
김시은 OTT 쿼터제가 과연 국내 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 의문입니다. 국내 방영 콘텐츠들을 서비스하며 입지를 다지던 기존 플랫폼들이 더욱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OTT 쿼터제 도입에 반대합니다.
김명준 OTT 쿼터제는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합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모든 구성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의 큰 강점인 해외 콘텐츠의 수급을 제한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도 침해받을 수 있어서 제도 시행에 반대합니다.
이원석 OTT 쿼터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습니다. 유럽에서 OTT 쿼터제가 도입됐다고 반드시 따르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과잉규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EU)의 OTT 쿼터제 실행 사례처럼 OTT 쿼터제가 국내에 도입된다면요?
김국희 일찍이 OTT 플랫폼이 자리 잡기 시작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개별 VOD 서비스가 더욱더 익숙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유럽과 한국은 콘텐츠 시장 흐름뿐 아니라 콘텐츠 소비 성향도 크게 다르므로 유럽과 비교하여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시은 유럽과는 미디어 시장 상황이 다를뿐더러,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망 중립성 등의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나서 이후에 쿼터제 도입 논의를 이어가는 편이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석 유럽이 OTT 쿼터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등 해외 콘텐츠의 유럽 시장 잠식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아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를 규제할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자칫 국제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과 다른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OTT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OTT의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국희 한류 공략보다는 자국민 이용자들의 니즈를 먼저 충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내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비중을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국내 구독자들에게 장기 결제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홍보 방안이며, 고객 충성도 또한 높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원석 구독형 서비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를 유치하고, 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이용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국내 OTT 플랫폼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준 먼저 국내 OTT 관련 실정법이나 OTT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에 대한 정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OTT 주무 부처가 국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김호근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만든 ‘웨이브’, CJ ENM과 JTBC 스튜디오의
‘티빙’ 사례처럼 기업 간 제휴가 필요합니다.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 OTT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해외 OTT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및 해외 OTT 서비스가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김국희 시청자의 클릭을 유도하려고 예고편이나 줄거리 설명 등을 자극적으로 편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작품 전체를 감상해보면 미리 보기와는 전혀 다른 맥락일 때도 많습니다. 미디어 산업 특성상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일종의 미끼로 보이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이원석 왓챠의 동시 관람 기능인 ‘왓챠파티’ 같은 서비스가 보편화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로 문화생활 교류가 줄어든 상황에서 시청자의 소통 욕구를 충족시키는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서비스로 시청자의 능동적인 소비를 유도해 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명준 품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제작사의 제작 환경이 보장돼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 지식재산권 독점, 망 사용료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호건 넷플릭스는 현재 배리어 프리 서비스를 통해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지만, 국내 OTT 플랫폼들은 아직 시도 단계입니다. 티빙, 웨이브,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로만 한국어 자막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에, 왓챠는 국내 콘텐츠 151개 작품에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국내 OTT 플랫폼이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극 중 상황이나 음악의 분위기까지도 한국어 자막으로 설명합니다. 게다가 디지털 기기에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TTS(텍스트 음성변환 기술)를 활용해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기술 지원도 하고 있어요. 국내 OTT 플랫폼도 한국어 자막에서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처럼 다방면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을 지원해야 합니다.
Audiences Talk
김국희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1학번
토론을 준비하면서 OTT 쿼터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주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무겁게 느껴져서 부담됐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의견 나누었습니다. 좋은 기회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명준
명지대학교 사학과 20학번
OTT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면서도 관련된 이슈에는 무관심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문제와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OTT 플랫폼이 보완해야 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김시은
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20학번
평소 이용하는 플랫폼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국내와 해외 OTT 플랫폼 모두 공존하며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고민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김호건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18학번
코로나 시국과 OTT 플랫폼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영화와 드라마까지도 수동적으로 시청하고 있던 요즘. 이번 토론을 기회로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이원석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20학번
일상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주제로 토론하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 OTT 플랫폼이 쿼터제를 비롯한 사회적인 이슈를 계기로 개선 방안을 찾고,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오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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