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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시위,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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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시위,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해 12월 6일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출퇴근길 시위를 진행했다. 승강장에서 팻말을 들거나 역사 내에 선전물을 부착할 뿐 아니라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한 것. 운행 지연으로 인해 이용객들은 불편함을 호소했고,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 간 갈등도 심화됐다. 이에 교통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3,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갈등을 최소화하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서울여자대학교 시사담화 동아리‘직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란?
지난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 추락 참사’가 발생했다.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다 추락해 할머니는 치료 중 사망했고, 할아버지는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을 계기로 장애인 단체는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으나 결과는 미미했다. 어느덧 참사가 일어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모든 지하철역에 승강기 필수 설치, 시내버스 폐차 시 저상 버스 교체 의무화, 중앙정부의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이용되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고영신 집 근처에 장애인 특수 학교가 있어요. 이때문에 저상 버스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휠체어 승하차 이동 통로를 개방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또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신호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보 알림 서비스가 나오는 건 봤습니다.


장혜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비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주로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장애인은 역무원에게 연락해 리프트를 이용하는 걸 자주 발견했습니다. 또 저상 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딱 한 번 본 적 있는데요. 버스 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려 휠체어를 직접 들어 버스에 올려주는 방식이더라고요. 그래서 ‘대중교통이 장애인 친화적이지는 않구나’ 싶었어요.


고선영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리프트와 엘리베이터를 본 적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리프트를 이용하는 경우는 본 적 없지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건 가끔 봤어요. 휠체어가 주제인 유튜브 채널 ‘위라클 WERACLE’을 구독 중인데요. 휠체어를 타고 일반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영상을 자주 접했습니다.

작년 12월 6일부터 올 2월 23일까지 전장연은 매일 출근길 이동권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3월 24일부터 시위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그 현장을 직접 겪으신 적이 있나요?


고영신 호선 지하철역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요. 시위 때문에 지각한 직원이 꽤 있었어요. 출근길 이동권 시위는 어쩔 수 없는 투쟁이었다고 생각해요. 인권에 대한 투쟁은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이뤄지기 어려우니까요.


장혜윤 교통공사 SNS에 ‘장애인 단체 시위 때문에 운행이 늦어지고 있다’라는 안내가 올라와서 알게 됐습니다. 주변에서 시위 때문에 지각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고요. 사실 교통공사 측 대응이 불만족스러웠어요. 불법 시위라는 어조와 함께 교통공사 잘못은 없다는 식으로 언급했거든요.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반감을 갖게 만드는 것 같아서 탐탁지 않았어요.


고선영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친구가 지하철을 탔을 때 이동권 시위와 겹쳐서 약속에 조금 늦은 적이 있어요.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을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동안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많이 불편했겠구나.”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박세은 지난 2월 초, 서울역으로 가는 길에 시위로 지하철이 연착됐었습니다. 당시 지하철 안에 있던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한 모습이 기억나요. 저 역시 그랬고요. 솔직하게 대답하면 ‘어떤 이유로 시위를 하는 거지?’, ‘무슨 이해관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당황스러운 게 먼저였어요. 나중에 그날 일을 돌아보며 시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휠체어로 승하차하는 시위 방식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고영신 출근 시간을 노린 지하철 시위가 이동권을 알리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6년 5월 16일에도 장애인 단체가 국회 행사에 찾아가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고, 같은 해 6월 7일 국회의사당 근처에서도 14일간 단식 농성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천막 농성 등을 이어갔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매번 강제 퇴거당하며 불법 행위라는 낙인이 찍혔죠. 이런 경험이 있기에 출근길 대중교통 시위가 최후 수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장혜윤 지금까지 여러 투쟁이 있었지만, 비장애인이 이동권 문제를 직접 접하게 된 건 이번 시위의 역할이 컸습니다. 소수자가 평화적이고 온화한 방식으로 문제를 알리고자 목소리를 냈을 때 대부분은 관심을 갖지 않아요. 이번처럼 직접적이고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방법으로 의견을 표출해야 이목을 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출근 시간을 노린 이번 시위가 영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선영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권리를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인이 피해를 본 것처럼 비장애인도 피해를 봐야 한다’라는 식의 논리는 장애인이 원하는 세상과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에서 배제되어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며 이슈화해 권리를 말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박세은 최선의 방식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문제를 알리는 게 우선이니까 비장애인이 문제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을 노린 점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지하철 이용객에게는 갑자기 마주한 시위가 난처할 수도 있어요. 따라서 출퇴근 시간을 노린 시위 빈도를 줄이거나 다른 방법으로 불편함을 알리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1월, 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3,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대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영신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 행위일 때 요구하는데요. 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가 범법행위라는 뜻과 같습니다. 시위는 법적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입니다. 그런데도 경제적 손해를 이유로 금지하는 건 약자 권리 행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장혜윤 교통공사 선택이 도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손해배상 으로 청구한 3,000만 원은 ‘차별 비용’입니다. 지금까지 장애인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대가죠. 장애인이 겪어온 수많은 차별과 불합리함을 따져 보면 그보다 더 큰 피해 비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지하철 운행이 조금 방해받은 것을 장애인 탓으로 돌리는 대처는 잘못됐습니다.


고선영 정당한 신고 절차를 거쳐서 시위를 진행했다면 갈등이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철도안전법> 제48조 제9호에 따르면 ‘열차운행 중에 타고 내리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승강용 출입문의 개폐를 방해하여 열차운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를 가진 시위였을지라도 법으로 금지하는 행위거든요. 불법 행위를 통한 권리 주장은 옳든 옳지 않은 방식이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되는 시위로 전장연에 테러를 예고하거나 라이브 방송에서 비난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박세은 출근길 시위로 인해 비장애인 승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지장을 받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처한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되죠. 테러와 악플을 보면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시위가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장혜윤 교통공사의 편 가르기가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한 편은 장애인, 다른 편은 교통공사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선량한 시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생긴 문제입니다. 조금 지각하는 것과 장애인 이동권 및 생존권은 절대 같은 저울에 둘 수 없습니다. 사회 발전과 통합을 위해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지 조금만 고민해보면 이런 갈등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고선영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시위를 맞닥뜨리다 보니 생긴 문제 아닐까요? 이동권 문제 해결과 관련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위한 게 아니에요. 전혀 연관 없는 승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장애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 같아요. 출근길 시위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장애인 혐오자라고 프레임 씌우는 점 역시 문제입니다.

이동권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하철 시위 외에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낼 방법이 있을까요?


고영신 더 이상 장애인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의 관점입니다. 나아가 시위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려면 비장애인의 적극적 참여와 이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변화가 가장 필요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문제를 계속해서 언급한다면 비장애인이더라도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갖고 공감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장혜윤 효과가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말은 기득권 입장에서 하는 안일한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봐도 해결되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번 시위가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봅니다. 꾸준히 의견을 알리는 일도 지속해야겠죠. 하지만 시위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고선영 일단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번 시위는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습니다. 이 방법이 과연 이동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을까요?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공감을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박세은 먼저 대중교통 이동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관심에서 시작하거든요. 문제를 공론화하고, 모두의 힘을 모아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부 측에서도 장애인 이동권을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고 빠르게 문제를 개선해야죠.


고선영 현실적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우선돼야겠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을 일방적인 배려와 관심의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 이슈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인식으로 다가가야 하고요. 선심 쓰듯이 ‘이거 해줄게’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한다’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장혜윤 한국 공공시설은 이미 특정 집단에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전부 뜯어고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죠. 또,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어서 특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 노약자,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고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인데요. 이처럼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점차 늘려야 합니다.

Audience Talk


고영신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20학번

매번 토론할 때마다 성실히 자료 조사를 했어도 한쪽에 치우친 의견은 아닌지 합리성과 객관성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이번 토론을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무엇보다 사회의 약자가 아픔과 차별의 시선을 짊어지고 살지 않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선영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저널리즘전공 19학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평소 지녔던 의견과는 다른 입장으로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완벽히 준비하지 못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주체는 특정 대상이 아닌 모든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에 대한 시민 의식이 ‘배려’가 아닌 ‘당연함’으로 자리 잡길 기대합니다.
 

장혜윤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저널리즘전공 19학번

대선 기간과 맞물려 이슈였던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해서 깊게 얘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소수자 관점에서만 이슈를 바라봤던 것 같은데, 이번 토론을 통해 반대 주장을 들으면서 오히려 지금까지 편협한 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모두가 제약 없이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박세은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21학번

이번 토론으로 다른 학우분과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관한 의견을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간 기본권, 장애인 인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REDIT
취재 최서연, 정예은 학생기자
 최서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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