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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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를 전면 개방했다. 이에 국민도 사전 신 청을 통해 청와대 주요 시설을 관람하거나, 내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과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6월 22일, 개방 44일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지 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잃고 문화유산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에는 상업적 활용 논란까지 불거졌다. 청와대를 이대로 개방해도 괜찮을지 대학생연합발표토론동아리 P.O.P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무를 보거나 외국 국빈을 맞는 공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이 공간을 개방했다.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청와대 개방을 통해 역사성을 회복하고 세계적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문화재청은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을 구성해 관련 행사 기획과 프로그램 마련 등 업무 전반을 관리한다. 개방은 경내를 시작으로 영빈관, 춘추관 등 내부 건물까지 차례로 이뤄지며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렸다. 한편 최근 상업 브랜드와 협업해 국가 품격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했는데요. 직접 방문하시거나 매체를 통 해 현장을 본 적 있으신가요?
당승재 채널A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청와대 내부를 접했습니다. 많은 시민이 체험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까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된 게 실감 나더라고요.
박홍덕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개방 당시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관련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청와대가 차지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내부를 보니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웅장했어요.
김유경 최근에 청와대를 방문했는데요. 말로만 듣던 곳을 실제로 봐서 흥미롭고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몰려서 관광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어요. 영빈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긴 줄을 서야 했거든요. 내부에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종종 있었고요. 지속 개방한다면 문화재가 훼손될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종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이뤄지고 있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 부)는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유경 이미 개방한 상황이기에 어떻게 해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미술관으로 조성한다면 공간 특성을 활용해 우리 역사나 한국을 알릴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최지효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청와대에서 문화 행사가 열린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줄타기, 비눗방울, 태권도 등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을 알리고 아이들 동심을 사로잡는 공연이었죠. 어떤 작품을 소개하는 미술관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승재 시민을 위한 개방이라는 의의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행사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현대 대한민국 역사를 가진 곳을 미술관으로 개조했을 때 본래 지닌 역사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미술관으로 조성한다면 그런 의미를 대신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 텐데, 지효 님은 어떤 작품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효 예술 자체가 역사를 나타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작품이라기보다 전시 기획 의도나 공간 활용 방향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의미를 잘 살리는 게 중요하죠.
당승재 협업은 서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우선 기존 가치가 지켜져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와 《보그 코리아》 협업은 청와대 가치보다 단지 화보를 위한 무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분홍색 꽃 드레스는 한복이 아닌 서양식 드레스 느낌이 강했기에 더욱 실패한 사례 같습니다.
박홍덕 화보와 청와대 배경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강조하기보다 이목을 끄는 옷과 배경을 단순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한국적 미를 강조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와대 격을 떨어뜨린다’, ‘청와대에서 이런 부류의 문화 행사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은 청와대를 성역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근현대사 상징 공간인 만큼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여러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김유경 청와대를 배경으로 기획한 화보 자체는 다른 국가에 한국을 홍보하기 위한 좋은 취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곳에서 찍은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더라고요. 협업을 진행할 때 방향성을 명시해주고 이에 맞는 행사를 진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최지효 영리 행위에 특혜를 주면 안 된다는 사용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허가했다는 것부터가 큰 실책이죠. 실제 결과물도 한국의 미를 강조한다는 취지를 느끼기 어려웠고요. 심지어 모델이 입은 한복 중 일본 디자이너 작품이 있어 논란이 더 커졌어요. 브랜드와 협업은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신중하게 검토한 다음 행사를 주관해야 합니다.
청와대 녹지원 훼손, 쓰레기 투기 등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환경 적 측면에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당승재 환경의 날에도 여의도 한강공원이 쓰레기로 가득했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에게 개방된 만큼 쓰레기 문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청와대를 문화의 장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거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박홍덕 환경 훼손 문제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시설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개방을 결정할 때 예상할 수 있었던 일 아닐까요? 관리 인원을 늘리는 것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사소한 문제 같아요. 환경이 훼손되고 쓰레기가 발생하니까 개방에 문제가 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김유경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방문객을 위한 지도를 나눠줬는데요. 그 팸플릿이 길바닥에 많이 버려져 있더라고요.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대책을 마련해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최지효 인터넷에서 관람 후기를 본 적 있습니다. ‘잔디에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있으나 울타리가 없어 많은 사람이 사진 촬영을 위해 그냥 들어간다’는 말이 많았어요.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비용, 인력이 필요할 텐데 시민의식만으로는 대처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면 벌금 같은 엄격한 제재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죠.
대통령실은 세종시에 제2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용 산 집무실과 2027년 완공될 세종 집무실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당승재 MBC 보도에 따르면 용산 집무실의 초반 재정 계획은 약 119억 원으로 책정했으나 이후 300억 원대로 늘어났고, 내부 구조화를 거치며 878억 원까지 예산이 늘었다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 경기가 불황인 만큼 우리나라도 경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요. 우선 처리해야 할 과제 대신 정부 예산 1천억 원 가량을 집무실 조성에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시 말했던 것처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박홍덕 서울, 경기 지역 인구 집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고, 영토 관리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중심에 위치한 세종시에서 업무를 보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느낍니다. 용산 이전도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다만 급하게 추진했기에 책정한 예산을 초과하는 등 발생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다수 동반한 것 같습니다. 세종시 제2집무실은 5년간 여유가 있으니 이전 방안을 잘 마련해야 겠죠.
최지효 용산 집무실을 거치지 않고 우선 청와대를 사용한 후에 세종으로 옮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박한 이전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견해에 동의합니다. 용산 집무실을 다소 서둘러 마련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행정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옮기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개방된 청와대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당승재 경복궁이 조선 역사를 대표한다면 청와대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안은 곳입니다. 그 역사를 보존하는 과제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더불어 더 이상 닫힌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예술 장으로써 시민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 균형을 잘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박홍덕 청와대 개방 목적과 정체성을 명확히 준비해야 합니다.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공간으로 둘 것인지 혹은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것인지 방향성을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유경 개방 직후 높아진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문화재를 활용한 관광 코스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요? ‘경복궁 별빛야행’과 ‘창덕궁 달빛기행’처럼 많은 사람이 참여하며 역사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행사를 주관하길 바랍니다.
최지효 미래 지향과 동시에 과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에 따르면 청와대는 앞으로 한국 콘텐츠 육성을 위한 K-산업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현대 문화와 결합하면 긍정적일 것입니다.
Audience Talk
김유경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22학번
색다른 주제로 P.O.P 부원, 《캠퍼스플러스》와 함께 토론을 진행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토론 내용이 기사로 나간다니 떨리기도 했지만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당승재
서울시립대학교 수학과 21학번
토론 자료를 모으면서 청와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봤던 좋은 기회였어요. 무엇보다 이런 주제에 대해 동아리 부원과 대화한 게 가장 즐거웠습니다.
박홍덕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17학번
청와대 개방은 언론이 자주 다룬 주제인 만큼 생각이 한쪽으로 잡혀 있었어요. 이번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상황이나 쟁점을 알게 돼 유익했습니다.
최지효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2학번
청와대 개방과 관련해서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고,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
CREDIT
취재 김혜수, 이채민 학생기자
글 김혜수 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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