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공장 산재로 인한 소비자 불매운동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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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파리바게뜨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졌다. 같은 달 23일에도 SPC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샤니 공장에서 40대 노동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산재가 연속 발생했지만 해당 기업은 적극적 대처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그 전부터 지속되던 소비자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양대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 출처_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청년공동행동
SPC그룹 계열사 SPL 제빵공장 노동자는 ‘하루 빵 10만 개 생산’이라는 업무를 안전 교육 없이 맞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한다고 증언했다. 지난 10월 사고는 위험한 기계 사용, 잘못된 비상 멈춤 스위치의 위치 등 복합적 원인 때문이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에도 현장에서 여전히 작업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졌다. 이로 인한 매출 감소 피해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유일한 구제책이지만 법조계에선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해당 사고와 관련한 이슈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유빈 우리 또래 노동자분이 사고를 당하셨다는 게 큰 충격이었어요. 비슷한 나이대여서 그런지 사건에 더 관심이 갔죠. 기사에 보도된 카카오톡 내용을 보니까 사고 당일 치킨 500봉을 까야 한다며 과도한 업무 강도를 토로하시기도 했더라고요. 너무 안타깝고 회사의 부주의에 화가 났어요.
최지원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인지 SNS에 SPC그룹 계열사를 정리한 게시물이 자주 보였어요. 삼립,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는 알고 있었는데 쉐이크쉑, 던킨, 파스쿠찌 등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고 이후 불매운동이 거세졌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민영 사실 불매운동은 2018년에 맺은 사회적 합의 이행, 노동자 휴식권 보장 등을 위해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단식 농성을 하면서부터였어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욱 퍼진 거죠. 관련 기사를 본 후 저도 SPC 계열사 제품 구매를 꺼리게 되더라고요. 분명한 개선 조치를 취해야 앞으로 사고 발생과 불매운동을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최지원 불매운동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입니다. 최근 파리바게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하락했다고 알고 있어요. 삼립 상품 매출도 3~4%가량 줄었다고 하고요. 앞으로 자영업자가 입을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송유빈 저는 불매운동에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피해자가 또래 여성분이셔서 그런지 제 주변에서 일어난 것 같아요. 파리바게뜨를 볼 때마다 사고가 생각나서 구매를 중단하는 중입니다.
조주은 이미 국내 제빵업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서 SPC 계열사 제품 구매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어렵다고 봐요. 해당 계열사로부터 물건을 납품받는 브랜드도 많다고 하고요. 불매보다는 근본적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매는 소비자 선택인데 강요 분위기를 만든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조주은 소비자는 선택할 자유가 존재하는데 불매운동이 그 권리를 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구매하고 안 하고는 본인 자유니까요. 사실상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보다 본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송유빈 불매운동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본인 선택입니다. 이를 강요한다면 소비자 사이에서 또 다른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고요. 다만 불매운동 취지가 단순히 SPC를 겨냥하는 게 아닌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최지원 유빈 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해요. 하지만 선택은 소비자 몫이죠. 여론 분위기 때문에 요즘 SPC 제품을 구입하거나 기프티콘을 쓸 때 괜히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품과 기업은 별개인지 일체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요.
현재 불매운동으로 인한 타격이 있다고 보시나요?
조주은 사실 파리바게뜨, 삼립 외 SPC그룹 계열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여전히 배스킨라빈스, 던킨에는 소비자가 많은 걸 보기도 했고요. SPC가 국내 제빵이나 식품 업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한 것 같아요.
최지원 기대만큼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의 경우 2017년 10월 여성 신입사원이 사내 성범죄를 폭로하며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2017년 말부터 2019년까지는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그러나 2020년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기준 매출 2조 2,312억 원, 영업이익 693억 원을 기록하며 불매 이전 수준을 회복했어요. 불매운동이 효과를 보려면 장기전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어렵죠.
송유빈 불매운동 효과는 대체재와 후속 대응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대체재가 많거나 논란·사고 이후 후속 대응이 부실할수록 타격을 입기 쉬워요. SPC 후속 대응은 부실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공장을 가동한 게 드러났고, 뒤늦은 사과뿐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 빈소에 빵을 보내는 모습까지 보였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해당 계열사 제품을 치우거나 최소화하는 모습이 보여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대체 제품을 찾는다면 긍정적 결과를 마주하지 않을까요?
박민영 ‘매출’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이번 불매운동의 양상은 가치소비 특성을 띠고 있습니다. 가치소비는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를 뜻하는데요. 많은 사람이 SPC 브랜드를 대신할 제품을 찾는 중이에요. 질이 좋더라도 비윤리적 기업 제품은 불매 의사가 많기 때문에 유빈 님 의견과 비슷하게 좋은 대체제를 발견한다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봐요.
매출 감소로 인한 가맹점주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송유빈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가 10월 22일에 발표한 입장문을 봤습니다. ‘내부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질책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했죠. SPC 관계자 및 가맹점 책임자로서 매출 감소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최지원 가맹점주는 본사와 소비자 사이에 낀 피해자입니다. 본사 일에 샅샅이 관여할 수 없고 전부 알지도 못해요. 심지어 이번 사건은 제조 공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제품을 판매하는 점주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산재이기 때문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내용을 논의하게 되는데요. 해당 법안 적용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주은 노동 조건에 대한 최종 권한 및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명백한 진술과 자료가 나오지 않는 이상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관련 사례로 삼표산업을 들 수 있는데요. 지난 2월 채석작업 중 쏟아진 토사에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에 삼표산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에 착수했죠. 하지만 노동부는 대표이사만 검찰에 송치했고, 삼표산업 지분 98.25%를 보유한 정도원 회장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할 의무를 부과한 법률인데, 정도원 회장은 이 역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었죠.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유빈 사고가 일어난 SPL은 SPC그룹 계열사지만 노동부는 이를 독립된 기업으로 봅니다. 실질적으로 허영인 회장이 운영한 게 아니기 때문에 노동부는 SPC그룹 전체 대표가 아닌 SPL 최고 경영책임자, CEO나 안전보건 최고책임자 등에게 책임 여부를 먼저 따졌죠. 안타까운 사고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은 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민영 SPC그룹은 2021년 던킨 공장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 2022년 인사 불이익 부당대우로 인한 제빵사의 단식투쟁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사고가 잦았습니다. 이러한 이슈를 접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안 좋게 느껴졌어요. 자연스럽게 SPC 제품을 대신할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죠. 다른 기업도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원활하게 소통할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송유빈 SPC는 뒤늦은 사과에 이어 안전시설 확충, 작업환경 개선 등에 3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지만 2018년 제빵, 카페 기사 불법 파견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노조, 시민단체, 가맹점주와 맺은 합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뒤늦은 대책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죠. 먼저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합니다. 기업 전반에 만연한 노동 경시 풍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지원 <중대재해처벌법> 허점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바로 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인데요.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2024년 1월까지 유예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또한 산업재해와 책임자 간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빠져 있어요. 인과관계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기업이 법망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책임자 범위를 좁히는 등 문제를 파악하고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조주은 산업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요.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건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안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산재 예방, 관리·감독 시스템을 갖추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적극 감시해야 합니다.
Audience Talk
박민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18학번
기사와 뉴스로 흘려듣기만 했던 SPL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견해를 정리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좀 더 깊게 토론해보고 싶어요.
송유빈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학번
사회적 논란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가졌던 스스로를 반성한 시간이었어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요.
조주은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18학번
SPC 불매운동은 최근 가장 많이 접한 이슈 같아요.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 이야기를 듣는 게 새로웠고, 여러 방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최지원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18학번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아 전공 공부만 하다가 이번 토론을 계기로 일상에서 벗어나 환기할 수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타인을 설득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
CREDIT
취재 김예경, 송유진 학생기자
글 김예경 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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