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프로그램 다양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지난해 10월 28일 종영한 TVING 웹예능 <환승연애 2>는 16주 연속 TVING 유료가입자 기여도 1위를 기록하고, 오프라인 단체관람을 진행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ENA 예능 <나는 솔로>, MBN 예능 <돌싱글즈> 등 지난 몇 년간 연애 예능은 우후죽순이라 할 만큼 다양해졌다. 시청자 이목을 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 소재도 마다하지 않거나 일반인 출연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관해서 대학 연합 토론동아리 ‘세론’과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
이름하여 출연자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존재했는데 2011년 SBS 예능 <짝>이 모든 출연진을 일반인으로 내세워 화제가 됐다. 2017년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을 기점으로 지난 5년간 일반인 연애 예능이 다수 등장했다. 특히 OTT 플랫폼이 성장하며 TV 편성 프로그램뿐 아니라 웹예능으로 제작되며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헤어진 전 연인과 함께 출연하거나 지정된 파트너와 한 침대에서 밤을 보내는 등 자극적 소재도 늘었다.
요즘 연애 예능 인기가 정말 뜨겁습니다. 관련 프로그램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라건호 몇 년 전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로 처음 접했는데요. 일반인이 출연하는 게 흥미로워서 재밌게 봤었어요. 연애 프로그램 인기를 이끈 대표 주자가 아니었나 싶네요.
서정민 어렸을 때 SBS 예능 <짝>을 본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었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에서 <나는 솔로>나 <환승연애>를 자주 봤어요. 자극적인 영상 위주로 올라오더라고요.
이태규 평소 예능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닌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연애 예능 프로그램 이름은 익숙해요. 최근 가장 뜨거운 인기였던 <환승연애2>를 유튜브에서 짧은 영상으로 본 적 있어요.
김효진 OTT 플랫폼을 통해 종종 시청하는 편이에요. ENA 예능 <나는 솔로>, 카카오TV 웹예능 <체인지 데이즈>, 넷플릭스 웹예능 <솔로지옥> 등을 봤습니다.
연애 예능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태규 사랑과 이별은 주로 20~30대가 겪을 텐데요.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인기가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웹 콘텐츠 주 소비층의 대중성을 확보한 거죠.
라건호 일반인 출연자가 주는 공감과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인기 요인이라고 봐요. 연예인은 전문 방송인이기 때문에 일종의 ‘선’을 지킬 수밖에 없죠. 요즘 연애 예능은 일반인이 출연하면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고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시청자가 더 신선하고 편안하게 느꼈던 이유 같아요.
서정민 코로나19로 사회적 분위기가 변한 이유도 인기 배경이라고 봐요. 최근 3~4년 동안 팬데믹을 겪으며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제약이 많았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더 어려웠고요. 연애 예능을 통해 나와 비슷한 요소를 가진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누고, 호감을 쌓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했다고 생각해요.
라건호 MZ세대가 연애를 하지 않는 사회적 흐름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리만족 효과가 더욱 큰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지 않거나 하기 어려운 걸 지켜보며 만족하는 거죠.
김효진 <체인지 데이즈> 같은 경우, 본인 애인과 함께 출연해 다른 사람 애인과 데이트하는 등 일상에서 어려운 경험을 해요. 이렇게 자극적 진행 방식과 그에 따른 현실적 반응 때문에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과거에도 일반인이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대체로 연예인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최근 대부분 출연진이 일반인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태규 말씀해주신 프로그램은 대본 논란이 있기도 했어요. 연예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리얼리티를 표방하더라도 정해진 틀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일반인이 출연하면 이런 걸 벗어나 좀 더 자연스럽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김효진 태규 님 말씀에 동의해요. 연예인 위주 프로그램은 조작 논란이 있거나 ‘그들만의 세계’라는 인식을 심어주니까요.
라건호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연예인처럼 많은 출연료를 들이지 않아도 되니 제작비 절감에 도움이 될 거예요. 요즘은 연예인보다 일반인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하니 프로그램 홍보에도 영향이 있을 거고요.
서정민 연예인이 출연을 꺼리는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실제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고, 그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해요. 일반인 출연자는 생업과 별개로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인연을 찾거나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장점이 있죠. 일반인 대상이 제작자나 출연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인 출연으로 생기는 문제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태규 가장 인기였던 <환승연애2> 반응만 봐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사람들 관심이 쏟아지면서 일반임이에도 허위 사실이나 억측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그게 기정사실화돼서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아도 출연자에 대한 오해를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고요. 인신공격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잦았습니다.
라건호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 중 긴장을 하기도,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할 텐데요. 흔히 ‘날 것’이라고 표현하죠. 이런 부분이 편집을 거치면 와전될 수도 있어요.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쉽죠. 직장이나 과거 이야기도 파헤쳐지고요. 연예인과 달리 이런 문제를 다루거나 보호해줄 소속사가 없기 때문에 더욱 무방비할 거예요. 그런 점을 전부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서정민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을 ‘킹반인’, ‘연반인’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순식간에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얻은 일반인이라는 뜻인데요. 그러다 보니 시청자가 ‘과몰입’하면서 동반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건호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무분별한 비난이나 ‘신상 털기’ 대상이 되기도 쉬워요. 반대로 개인 사업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인플루언서가 늘어나서 문제가 되는 사례도 봤습니다.
김효진 아무래도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죠. 출연자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당 일반인 SNS 계정에 악플을 남기는 경우도 있고, 방송에 나온 단편적 모습으로만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iHQ 예능 <에덴>은 스킨십 수위와 노출 등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었습니다. 이외에도 자극적 소재로 논란에 휩싸인 프로그램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태규 논란이 일었던 방송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수위가 높아 깜짝 놀랐어요. 방송 시청 연령이 15세나 19세로 정해졌어도 유튜브 같은 SNS에는 연령 제한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도 자극적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기에 관련 제재가 필요해 보입니다.
라건호 태규 님 의견에 내용을 덧붙이고 싶은데요. 성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해당 프로그램 등을 보고 잘못된 연애관이나 극단적 가치관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성인에게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 10대 시청자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될 거예요. 26살인 제가 봐도 엄청 자극적이더라고요. 또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는 이렇구나’라는 편견을 가지기도 쉽고요. 이처럼 사회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습니다.
김효진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다양한 상황과 여러 감정 변화를 겪으면서 더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보다 이목을 끌만한 자극적 소재만 찾는다면 취지를 잃고 프로그램 가치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서정민 이슈 요소를 넣는 건 프로그램 흥행을 위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자극적 소재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는 있지만 보편적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기를 끌긴 어려울 것 같아요. 또 SNS를 통해 10대에게 퍼지는 게 문제가 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건 프로그램이 아닌 해당 SNS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애 예능의 또 다른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라건호 앞에서 정민 님이 잠깐 언급하셨던 것처럼 유명세나 사업 홍보를 목적으로 출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느껴요. 원래 취지와 달리 본인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변질된 듯합니다. 그런 인식을 피하고자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요.
서정민 건호 님 의견에 동의해요. 그런 점 때문에 시청자도 ‘진짜 연애를 하는 게 맞나?’라는 의심이 생겨요. 인플루언서를 노리고 나온 게 보이면 몰입이 깨지기도 하고요. 프로그램 본질이 흐려진 거죠.
김효진 앞서 언급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어요. 일반인에게 외모 평가가 더욱 심해졌다는 점도 문제예요. 심지어는 인신공격까지 이어지더라고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자극적 소재가 많아질수록 건강한 연애관 형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큽니다.
이태규 최근 연애 예능 프로그램 흥행이 이어지다 보니 비슷한 포맷이 계속 등장하는 것 같아요. 제작사에서 굳이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는 거죠. 이에 피로를 느끼는 시청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다양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까요?
김효진 자극적, 선정적 내용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그럴수록 출연자 사생활 침해나 비난이 많아지기 쉬우니까요. 또 본래 취지에 맞는 출연자를 섭외할 때 홍보 목적을 가진 사람은 배제하고 진정성 있게 임할 사람을 찾아야겠죠. 시청자는 과몰입도 좋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재미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태규 우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중 인식이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나 루머 유포 등이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으로만 시청하고, 그 이상의 선을 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고요. 출연자 보호를 위해 개인 신상정보 유포 등 사안에 대해서 강한 법적 조치도 필요한 것 같아요.
라건호 IT 분야를 전공하고 있어서 관련 내용으로 고민해봤는데요.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어떨까요? 최근 학교 축제, 취업 면접, 기업 콘퍼런스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한 경우도 많거든요. 개인 신상정보를 보호하고, 신선함으로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정민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워낙 많은 프로그램이 있으니까요. 결국 그중에서 시청자 선택을 받은 몇몇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거고,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Audience Talk
김효진
인하대학교 산업경영학과 20학번
종종 시청했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하며 관련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해결 방법과 개선 방향까지 고민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시청자가 한층 성숙한 시각을 가지길 바랍니다.
라건호
한성대학교 전자정보공학과 18학번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진 기회였습니다. 연애 예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토론을 통해 단편적 시선과 닫힌 사고가 좀 더 열리고, 밝아진 것 같아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정민
한양대학교 철학과 18학번
단순히 연애 예능의 재미를 논하기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느낀 점도 많고요. 의미 있고 즐거운 토론을 한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이태규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20학번
가볍게만 생각하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고, 대중적 인기를 끌 장르인 건 명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양한 관점에서 관련 문제를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CREDIT
취재 송유진, 김예경 학생기자
글 송유진 학생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