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확대로 인한 디지털 소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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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산과 주문 시간 단축, 인건비 절약 등을 이유로 키오스크 확대를 반기기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사용이 어려워 디지털 소외 현상을 겪는 이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 9,000대에서 2021년 21만 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어느새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키오스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경북대학교 토론 동아리 ‘솔토론회’와 이야기를 나눴다.
키오스크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무인 고객 응대 정보통신 단말기이다. 국내 본격 도입은 2014년이며 고객 안내, 주문, 결제 용도로 사용한다. 24시간 사용 가능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히 확대됐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에 따르면 요식업, 생활 편의시설 등 민간 분야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는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 2만 6,574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공공기관에서도 행정복지센터 무인민원발급기, 도서관 무인대출·반납기 등 키오스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나 그런 상황을 목격한 사례가 있으신가요?
한현민 백화점에서 근무할 때 상품 선택, 포인트 적립, 쿠폰 사용, 영수증 발행처럼 복잡한 결제 과정 때문에 난처해하시는 고객을 자주 목격했어요. 백화점을 예시로 들었지만 대부분 매장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승환 특히 어린이나 어르신이 키오스크 화면을 낯설어하거나 조작법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현금 결제를 원하시는 분은 아예 계산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김병조 직접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지만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다른 고객이나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경우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시지만 이용 방법을 알려 드린 후에는 잘 사용하셨던 것 같아요.
김예진 최근에는 조부모님이나 부모님 연령대 분도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등 여러 전자기기를 접하시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최근 사회 전반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승환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장점이 있기에 확대된다고 생각해요. 사업자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비대면 주문을 원하는 소비자도 늘었고요. 대면으로 주문할 때보다 더 상세한 선택이 가능해 키오스크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죠. 정보통신기술 진흥센터가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 서비스가 대면 접촉을 하는 직원 응대보다 편리하다는 응답이 74%에 달합니다.
김예진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와 인건비를 감안해 경제적 측면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키오스크 확대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겁니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봅니다. 키오스크 확대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 기기에 현금 투입구가 없어 실물 현금의 유동을 저해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한현민 대부분이 키오스크 도입에 큰 불만을 느끼지 않았고, 사용이 증가했다면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등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서비스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죠. 2014년부터 국내에 본격 도입됐으니 채 10년도 시자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병조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키오스크 확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기능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국내 키오스크 판매가는 보통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이라고 하는데요. 기기를 렌탈할 경우 월 3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이용료가 크게 줄어듭니다. 직원 고용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절약이 크죠. 현재 키오스크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앞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오스크 확대로 인해 디지털 소외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한현민 동의합니다. 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가 더 많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와 키오스크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같을 수 없죠. 박원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부원장은 “과거 선택사항이었던 디지털이 이제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역량으로 자리 잡았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키오스크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억울한 상황에 처한 거예요.
김병조 현재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봐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또한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2년 2월 디지털 소외 계층이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계 가이드라인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이처럼 키오스크 확대로 인한 디지털 소외 문제는 배리어 프리 기기 사용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예진 키오스크 확대 자체가 디지털 소외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은 설계가 문제죠. 이미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면 기존 기기 문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조 님이 말씀하신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에서도 폰트 크기 12mm 이상, 기준 눈높이와 사용자 컨트롤 위치, 점자나 음성 같은 대체 콘텐츠 제공 등을 언급하고 있어요. 이런 가이드라인을 지킨 키오스크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이승환 저는 키오스크 확대로 인해 디지털 소외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노년층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발히 사용해온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한 결과, 51.5%가 ‘복잡한 단계, 뒷사람 눈치가 보인다, 그림이나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고령층을 예로 들었지만 이 외에도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소외 계층이 많습니다.
기존 키오스크의 단점을 보완할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병조 우선 기존 키오스크는 복잡한 화면 디자인,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나 어린이가 사용하기 어려운 높이, 음성 주문 불가 등이 문제인데요. 앞서 언급한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 등을 따라 이를 보완해야 합니다.
김예진 말씀하신 것 외에 시각 위주 정보 제공, 광고 송출, 현금 결제 불가도 큰 단점입니다. 노약자나 시각장애인은 이용이 어렵고, 키오스크 내 광고화면은 주문을 더욱 복잡하게 하죠. 카드 연결 계좌의 잔고가 부족하거나 현금 사용을 원할 경우에는 아예 주문이 불가하고요. 법적으로 기기 디자인과 설치 위치를 표준화하고, 현금 결제 기능 추가가 필요합니다.
한현민 키오스크 결제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결제 과정에서 생략 가능한 단계를 줄인다면 사용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줄 겁니다.
이승환 UI나 기능에 대해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보지만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겠죠. 우선 키오스크 사용을 돕는 직원을 배치하거나 기기 자체에 사용 안내서를 부착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 내 키오스크 배치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김예진 키오스크 배치로 대기 시간이 줄어 더 많은 사람이 빠르게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소외 계층 등이 공공기관에서 키오스크를 접하고, 사용하면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공공기관 내 대면 창구는 계속해서 운영하고요.
이승환 공공기관은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기 때문에 모두가 어려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키오스크를 마련했더라도 일부 대면 창구는 유지해야죠.
김병조 간단한 서류 발급 등은 키오스크를 활용한다면 공공기관 능률이 더 올라갈 거예요. 하지만 고령층도 불편함 없이 사용 가능한 기기를 도입해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대면 창구를 전면 폐쇄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이런 사항이 지켜지면 키오스크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한현민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키오스크 도입은 막을 수 없지만 대면 창구 비율이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키오스크 이용을 돕는 직원도 있어야죠. 수수료 면제 등으로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자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으니까요.
키오스크 설계 개선, 사용법 안내 인원 배치 외에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이승환 홍보를 통해 더욱 확대했으면 하는 디지털 소외 계층 지원 서비스가 있어요. 각 지역에 설치된 ‘디지털배움터’입니다. 전 국민의 디지털 사회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구축한 공간인데요. 이곳에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 등 기본적인 정보기술 기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 매장에 가서 직접 주문해보는 체험도 함께하고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현민 고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 문화센터나 행정복지센터 등에 키오스크 교육 환경을 더욱 많이 조성해야 합니다. 이동통신사에서 진행하는 IT 소외 계층 대상 디지털 교육도 더욱 확대되길 바랍니다.
김예진 디지털 소외 현상과 키오스크에 거부감을 갖는 ‘키오스크 포비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모두를 배려하자는 취지의 대시민 캠페인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도 있고요. 지하철역 미디어 보드와 건물 전광판을 활용한 공익광고 송출처럼 다양한 홍보 매체를 활용도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김병조 기업이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도록 정부의 적극적 장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해당 기술을 갖췄다면 공공기관 관련 사업 선정 시 가산점을 주거나 해당 기능을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Audience Talk
김병조
경북대학교 글로벌소프트웨어융합전공 22학번
평소 키오스크를 이용하며 무심코 넘겼던 여러 문제점을 디지털 소외 계층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루 빨리 누구나 편하게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예진
경북대학교 응용생물학전공 20학번
격변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보람찼습니다. 관련 법이나 일자리 문제로 확장해 논의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네요. 그래도 토론을 통해 디지털 소외 계층 입장을 고려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눈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승환
경북대학교 인문사회자율전공 22학번
이전까지 키오스크의 불편한 점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요.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해당 사안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관련 제도를 개선해 누구나 디지털 기기를 쉽게 사용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한현민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9학번
편리하면서도 어려운 키오스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좋았습니다. 점점 더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만큼 모든 사람이 걱정 없이 이용 가능하면 좋겠네요. |
CREDIT
취재 임채연, 강다현 학생기자
글 임채연 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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