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 문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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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경쟁률 낮은 학과를 없애거나 비슷한 학과와 합쳐 통폐합을 추진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오래전부터 꾸준한 이슈지만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대부분 학교는 학생과 의견 차이로 충돌하며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 방향에 대해 서강대학교 토론동아리 ‘서방정토’ 학생들과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5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0~2022년 전국 4년제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년제 대학 학과 통폐합은 총 795건이다. 2021년 삼육대학교는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항공관광외국어학부로 통합해 기존 재학생이 전혀 다른 전공을 듣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조선대학교 수학과는 2021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2026년에는 완전히 폐과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에서 문제가 발생 중이며 재학생들은 간담회나 시위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무전공 입학’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인기 학과에 학생이 몰려 비인기 학과는 대부분 사라질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학과 통폐합 이슈를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접한 적 있으신가요?
엄정혁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뉴스를 통해 접했습니다. 조사해 보니 2013년도에 서강대학교에서도 인문·사회계열 학부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었다고 해요. 당시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지금까지도 뜨겁게 논의 중인 사안입니다.
김범일 2019년 서강대는 여러 학과를 ‘지식융합미디어대학’으로 통합했습니다. 당시 입학한 선배에 따르면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세부 전공과 다른 수업도 필수로 수강해야 했다더라고요. 전공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불만이 거셌다고 들었습니다.
박성우 제가 속한 자연과학대학은 대입 선발 과정을 학부별 모집에서 학과별 모집으로 변경한 적 있습니다. 한 학부 안에서도 과별 선호도가 달라서 재학생이 고르게 배치되지 않아 내놓은 대책 같아요.
이지성 시대가 발전하면서 변하는 학문적 필요에 따라 새로운 학과를 만들거나 없애는 일은 과거부터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이유가 아닌 대학의 재정적 위험 때문에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죠.
정수민 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대입 준비 중 선생님들께서 지방 소규모 대학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과가 많고, 그런 학과를 점차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변화를 체감했어요.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수민 학령 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으로 인해 지방 소규모 대학에서 정원 미달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학과를 유지하면 교수 인력 낭비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으니까요.
엄정혁 가장 큰 이유는 인기 학과 혹은 명문대 쏠림 현상 아닐까요? 학생들이 안정적 스펙을 만들기 위해 취업에 유리하다는 대학이나 전공을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학교 및 학과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통폐합을 진행한다고 봐요.
김범일 재정적 압박에 휘둘리는 이유도 있죠. 통폐합 등 조정이 없으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학생 사정을 들어줄 여력이 없는 것 같아요.
박성우 2010년 70만 명 수준이던 고3 학령 인구가 현재 40만 명 정도까지 줄었다고 해요. 실제 교육부에서 밝힌 전국대학 미충원 규모는 2021년 4만 586명에서 올해는 약 12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통폐합을 논의하는 거죠.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으로 정원 미달률이 높은 지방대를 통폐합 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이 해당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까요?
이지성 프랑스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 전략을 실시했습니다. 인문학 중심 4개 대학과 자연과학 및 의학 중심 6개 대학을 상호 보완해 2018년 통합 설립한 ‘소르본 대학교’는 2024년 QS세계대학랭킹 59위에 올랐어요. 이처럼 우리나라 지방대 또한 학문 분야, 대학별 차이,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통합을 진행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정수민 2024 정시 모집에서 미달 학과 163곳 중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대였고, 지원자가 없어서 0% 경쟁률을 기록한 학과도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지방 소규모 대학이 신입생 모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통폐합은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정혁 지방대 정원 미달이 생기는 이유는 수도권 대학과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일 텐데요. 2025년부터 진행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는 지자체에서 대학 재정을 지원합니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지방대와 정부 및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도록 돕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해결 방안이라고 봅니다.
김범일 지방에 위치했더라도 국가거점국립대학은 타 대학보다 학생 수요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대학과 통합해 버린다면 학생 인식이 나빠져 본전도 못 찾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해당 지역 공기업 채용에 지역쿼터제를 적용하는 등 안정적 취업을 보장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박성우 2007년 경북대와 상주대를 통합한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는 교육부로부터 받은 통합 지원금을 인프라 분야에 투자해 상주캠퍼스 소외를 방지하고자 다양하게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신입생 수능 등급과 충원율이 증가하는 등 교육 수준과 환경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해당 사례를 참고해 효과적 통합을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통폐합 추진 시 학교 측은 학생 의견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수민 학생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서울여대는 지난해 3월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를 1개 학부로 통합했는데 사전에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해요. 학과 또는 학교 통폐합 영향을 직접 느끼는 건 학생들이기에 학교 측은 의견을 적극 청취해야 합니다.
김범일 2023년 4월, 충남대 기획처장은 중앙일보를 통해 “통합은 이제 설득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호소’입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생존의 갈림길에 선 대학은 학생 의견을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로 들렸어요.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니 통폐합을 무조건 비난하기도 조심스러워요.
이지성 충남대와 한밭대, 부산대와 부산교대 등 많은 대학 통합 과정 중 학생과 교수 측 항의가 존재했으며 시위도 일어났습니다. 또한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에 대해 학생 측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당황해하는 인터뷰를 보기도 했는데요. 이런 사례는 학교 측에서 학생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와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학교는 학생이 걱정하는 부분을 충분히 듣고 납득할 만한 범위 안에서 보상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해요. 학교 존폐를 두고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한다면 견해차를 줄이고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정부는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글로컬대학 30’으로 선정해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해당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지성 대학 간 통합 여부가 평가 대상에 속하면서 사실상 지역 대학 통폐합을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통합을 준비해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반면 통합에 소극적이었던 경북대, 충남대, 전남대 등은 탈락했죠. 남은 신청 기간 동안 다른 대학이 무리한 통합을 진행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김범일 2023년 11월 글로컬 대학으로 예비 선정된 15개 대학 중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부산대와 부산교대 등 통합을 추진한 4개 대학은 모두 최종 선정됐다는 점에서 정부 의도가 드러난 듯한데요.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대학 통합을 위한 미끼처럼 쓰는 건 옳지 못합니다.
정수민 지난해에는 글로컬 대학 신청 유형이 ‘단독’과 ‘통합’ 두 가지뿐이었으나 올해는 통합보다 완화된 ‘연합’ 분야가 생겼는데요. 2개 이상 대학이 연합 형태로 신청 가능해지면서 여러 대학이 경쟁률을 줄이고자 연합 체제를 구축 중이라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각 대학이 커리큘럼과 교수진, 시설 등을 적극 공유하며 상생을 목표로 하지만, 지원 종료 후에도 연합 또는 통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박성우 구조조정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연계를 강화하고 해당 학교에서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초점을 맞추길 바랍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어요.
지난 2월 <고등교육법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면서 대학 조직의 기본 단위를 학과·학부로 정의했던 규정이 폐지됐습니다. 교육부는 ‘무전공(전공자율선택제)’ 선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이지성 다양한 전공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동감해요. 다만 무전공 확대를 재정 지원과 연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느껴집니다. 또한 2025 대입 전형 계획 수정은 4월까지인데 급박하게 변화했다는 인상도 들어요.
엄정혁 저도 무전공 제도 취지는 좋다고 생각해요. 여러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학교 측 도움이 더욱 필요하고요. 제가 소속된 서강대 사회과학대학에서는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해도 동 대학 소속인 심리학과, 사회학과 등의 전공예비과목을 필수로 수강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정수민 현재 무전공을 실시하는 서울대를 살펴보면 전공 선택 다양성이 줄었으며 어떤 전공도 선택하지 않고 자율전공에 남아서 회계사나 변호사 등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무전공이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문제가 나타난 거죠.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박성우 KAIST, GIST, DGIST, UNIST 등 과학기술원은 이미 무전공 선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학년 때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후 전공을 고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대학 입시를 준비할 당시 이런 점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무전공 입학으로 인기 학과에 학생이 몰리면서 비인기 학과는 사실상 통폐합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공감하시나요?
정수민 인기 학과에 몰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취업에 유리하지 못해 선호도가 낮은 인문학 또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데요. 대학의 전공 다양성 유지와 학생의 전공 탐색 권리를 보장하는 것 중 무엇을 우선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지성 서울대에서는 자율전공학부 학생이 전공을 선택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14년간 상위 3개 학과인 경제학과, 경영학과,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한 비율이 47%에 달했습니다. 반면 비인기 학과 10개에 대한 비율은 10%에도 못 미쳤죠. 학교별 상황이 다르겠지만 인기 학과 선택이 몰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박성우 해당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존 학과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 대학 존폐 위기를 부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과학기술원 사례 등을 참고해 교원 수와 교육 시설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전공 선택의 자유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공한다면 정보 부족이나 편견 등으로 소외됐던 비인기 학과 유입을 늘리기 수월할 거예요.
해결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정수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슈이기에 재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통합 이점을 학생에게 충분히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전공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강의를 필수 수강하거나 기존 강의를 폐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먼저 대책을 마련해야죠.
김범일 시대 흐름에 따라 불가피해진 학과 통폐합을 무조건 비난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아직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에게 과도하게 세분화, 전문화된 학과 시스템을 곧바로 적용하는 건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대학교가 직업 탐색의 장이자 인재양성소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지성 ‘글로컬대학 30’ 사업 때문에 해당 이슈가 더욱 주목받은 것 같습니다. 사업지원금이 절실한 대학이 있어 진통을 앓는 거죠. 하지만 각 대학 특징과 교수, 학생 등 내부 의견을 무시하면서 통폐합을 강행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생길 겁니다.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지혜롭게 해결하길 바랍니다.
엄정혁 특정 대학에 지원이 쏠리는 것을 지양하고 지자체와 대학 간 의사소통 체제를 만들어서 지원 체계의 전문성 추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비수도권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박성우 저도 이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상 유지만을 위한 통폐합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요. 보조금 등 지원 정책을 통해 위기를 맞은 대학이 경쟁 우위를 가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대학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이루는 배움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와 대학 모두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Audiences Talk
김범일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미국문화전공 21학번
대학 및 학과 통폐합, 무전공 입학 등 대학의 변화는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학생, 교육기관, 정부 간 소통과 협력이 더욱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런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적극 참여해야겠어요.
박성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20학번
학과, 학교 통폐합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나누고 관련 방안을 탐색해서 의미 있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해 경쟁력 높은 교육을 제공하도록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엄정혁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3학번
학과 통폐합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걸 알았어요. 대학이 독단적으로 통폐합을 진행하지 않고 학생 및 교수와 충분히 소통한 뒤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지성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23학번
시의성 있는 주제로 다양한 생각과 해결책을 논의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같은 대학생으로서 공감하고 이입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글로컬대학 30’ 사업 대학 선정에 대해 오늘 토론 내용처럼 올바른 소통이 있길 기대합니다.
정수민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미국문화전공 22학번
통폐합과 무전공 입학 등 눈앞으로 다가온 대학의 변화를 주제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어 뜻깊었어요. 대학이 변화하는 사회에 걸맞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CREDIT
글 김미소 인턴기자
취재 김미소, 오유진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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