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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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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말해도 어차피 내가 쓰레기가 된다. 그냥 혼자 감추고 있다가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 한 청년이 남긴 답변이다. 조사 결과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이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정신건강 문제가 갖는 구체적 원인과 함께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학생들과 얘기를 나눴다.

 

 

최근 점점 심각해지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를 보거나 경험하신 적 있으신가요?

김서현 취업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취업 시장이 워낙 치열하니, 계속 휴학하며 졸업 유예 상태로 지내다가 결국 해외로 나가는 친구들도 지켜봤죠. 해외 취업 청년 수가 매년 증가하는 편이라 저도 외국으로 떠날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김지윤 대학 동기가 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일과 학업 병행에 지쳐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봤어요. 등록금을 낼 경제적 여유가 없어 결국 휴학을 여러 번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모두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을 떠안아서 앞길이 막막하다는 얘기를 전했어요.

 

김태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처음으로 우울감을 느껴 봤어요. 등교가 어려워지고, 집에 갇혀 온라인 수업만 하니 점점 무기력해져 ‘코로나 블루’를 겪고 많이 힘들었죠. 팬데믹은 종식됐지만 그때 입은 정신적 피해가 아직 미약하게나마 지속되는 것 같아요. 한번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나면 쉽게 나아지기 힘드니까요.

 

청년 정신건강이 악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황효진 취업, 학업, 경제적 문제 외에도 너무 다양한 개인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봐요. 청년 경제난과 취업난 해결을 위한 사업에 힘쓰지 않았고,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 부족 등의 문제 때문에 국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서현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번 아웃도 무시할 수 없어요. 비영리 단체 ‘좀놀아본언니들’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무료 상담소를 방문한 20대 청년 12,485명 감정 상태를 조사한 ‘청년마음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청년 10명 중 6명이 “나만 뒤처진다”라는 취업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해요.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청년이 번 아웃 현상을 겪는 거죠. 재단법인 청년재단은 지난 2022년, 총 5,425명을 대상으로 ‘2030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감, 번아웃’ 지수를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귀하는 최근 1년간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91.5%가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취업 등 불안한 미래라고 답한 사람이 58.5%였는데요. 세월이 흘러도 취업 스트레스는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김태연 저는 경제적 부담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8년 2월 18일에 제출한 ‘청년층 경제활동 제약의 5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어요. 일자리 소외, 부채 증가, 소득 감소, 소비제약, 피로 가중 등은 모두 경제적 부담이 원인입니다. 청년 실업 문제뿐 아니라 학자금으로 인한 부채 증가도 악영향을 미쳐요. 청년층 소득이 감소하면서 자립 대신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비율도 증가했는데요. 이 경우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 우울증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김지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전공 만족도 하락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020년 경남정보대학교에서 발표한 ‘대학생의 학업스트레스와 전공만족도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이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전공 만족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사회적 지지 정도도 낮아져요.

 

 

 

해당 이슈를 방치하면 어떤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을까요?

김태연 청년 고독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요?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한다고 여겨졌던 고독사 문제는 이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40세 미만 청년 고독사는 매년 70~100명으로 추정됩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늘어날 거예요.

 

황효진 청년 무력감이 증가하면 사회 분위기가 부정적 사조에 휩싸일 수 있어요.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 취업난 같은 여러 사회적 문제는 청년 삶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활력이 저하되면 무력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기 쉽고, 경제 침체로도 이어질 위험이 높아요.

 

김서현 자살 위험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2024년 10월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살 사망률이 27.3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0대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0.6%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적 경제난과 상대적 박탈감, 우울감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사회적 고립, 은둔 청년의 경우 위험 신호를 알아채 줄 주변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방하기 더욱 어려운 거예요.

 

김지윤 서현 님 의견과 더불어 공황장애 문제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자해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지난 2022년 6월 24일에 발표한 ‘최근 5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30대 공황장애 환자 수는 실제로 2019년 6만 1,401명에서 2021년 7만 5,776명으로 23% 정도 증가했습니다.

 

현재 실시하는 청년 정신건강 지원 정책이나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서현 보건복지부에서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실시했어요.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소득 기준 없이 모두에게 지원하는데요. 자립준비청년, 보호연장아동에게 우선 지원하는 이 사업은 청년 심리 건강성 회복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심리적 문제 예방을 통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 수행을 목표로 해요. 전문심리상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총 10회 동안 진행하고요.

 

김지윤 보건복지부에서 ‘전국민마음투자지원사업’도 실시하는 중인데요. 서현 님이 말씀하신 마음건강지원사업보다 범위를 한정해서 진행해요.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대상입니다. 대학 상담 센터, 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뢰서를 제출한 사람, 정신의료기관에서 의사 진단서를 제출한 사람, 국가 건강검진 중 정신건강검사 결과에서 우울 정도가 높게 확인된 사람 등이죠.

 

김태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청소년복지센터 등도 지원 서비스 일종이겠네요.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는 자살률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서울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는 만 9~24세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요. 이 외에도 지역별 상담복지센터나 서울시 마음건강 검진을 통한 전문의 진료 상담도 시행 중입니다.

 

 

이러한 정책이 가진 한계는 무엇일까요?

김태연 아무리 국가에서 지원해 줘도 최소 6만 원에서 최대 8~9만 원 정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죠.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청년에게는 9만 원이라는 액수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쉬워요.

 

김서현 상담 서비스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에요. 스스로를 내담 필요성이 있는 정신질환 환자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정신과 환자가 진료 기록을 숨기고,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봐요.

 

김지윤 청년에게 충분한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번 토론 준비 과정에서 마음건강지원사업 등 여러 상담 프로그램에 대해 알았거든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주변 지인에게도 물어봤는데 국가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한 분이 대부분이었어요.

 

황효진 8~10회 정도의 단기적 상담으로만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 계속해서 유사한 사업만 진행한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청년이 겪었을 여러 정신건강 악화 원인을 짧은 면담으로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청년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하면 좋을 방안이나 정책은 무엇일까요?

김서현 취업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정책보다 대상자 기준을 완화한 폭 넓고 유동적 구직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중위소득에 따라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취업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인데요. 정말 절실한 청년에게는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었죠. 가장 큰 문제는 중위소득 기준을 과하게 세분화시켜 지원금 수급 가능 여부를 나누고, 상이한 액수를 지급하다 보니 조금만 소득 기준에서 벗어나도 즉시 지원이 철회된다는 점이에요.

 

김지윤 청년 심리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유료 사설 센터에 방문하기에는 비용이 부담되고, 무료 심리상담 센터는 예약이 밀려 신청해도 1~2년을 기다려야 겨우 내담자 자격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수요와 공급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상담 기관을 확충하고, 관련 기관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황효진 현행 사업보다 장기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참여 가능한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8~10회 상담만으로는 정서적 스트레스 완화,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기 어려워요. 최소 6개월 이상 장기적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합니다.

 

김태연 단순 상담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완화하려고 하기 보다 취업·학업 경쟁 등 과열된 사회 속에서 인식 변화가 우선시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토론을 통해 사회적 문제 본질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경쟁의식, 능력주의와 더불어 자아 탈력감을 해소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인식, 사고방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Audiences Talk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23학번 김서현

다른 토론자 분들 의견을 주의 깊게 들으며 많이 배웠어요. 많은 청년이 심적으로 건강하게 본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23학번 김지윤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은 토론자 분과 함께 토론을 진행해 뜻깊었습니다! 서로 배우며 이해를 심화하는 자리가 된 것 같아요.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23학번 김태연

최근 관심을 가지고 서포터즈 활동 중인 청년의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눠서 좋았어요.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생각할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23학번 황효진

청년에게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도 큰 사회적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겪을 만한 문제를 다뤘던 시간이라 의미 있었어요. 모든 청년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CREDIT

 김시현 인턴기자

취재 김시현 인턴기자, 박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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