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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 어떻게 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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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처음으로 단독 집필한 영화이자 8번째 장편 영화인 <미키 17>은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를리날레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받는 등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노동 소외, 사회적 불평등, 인간성과 생명 등의 시사점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미키 17>이 주는 철학적 물음에 관해 서강대학교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와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영화 <미키17> 감독 봉준호 |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토니 콜렛 등 | 개봉 2025년 2월 28일 마카롱 가게가 망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미키(로버트 패틴슨)와 친구 티모(스티븐 연)은 죽음을 피해 지구를 떠날 결심을 한다. 위험한 임무를 맡았다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에 지원해 정치인 마샬(토니 콜렛)가 인류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만든 얼음 행성 니플헤임(Niflheim)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연인 나샤(나오미 아키에)를 만나고,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에 익숙해진 ‘미키 17’은 ‘크리퍼(Creeper)’라는 생명체를 만나 죽을 위기에서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이미 ‘미키 18’이 출력된 ‘멀티플(Multiple)’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위기 속에서 마샬을 포함한 지배자층과 크리퍼를 둘러싼 사건이 벌어지며 이를 헤쳐 나가려 노력한다.
*이 기사에는 해당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_영화 <미키 17>
영화 <미키 17>를 관람한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최재혁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님 스타일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옥자>나 <설국열차>처럼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거든요. 반면 <미키 17>은 여러 사회적 의제를 보다 균형 있게 담아내서 재밌었습니다. 완성도는 여전히 완벽했고요.
최효영 봉준호 감독님 작품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감상한 건 처음이었어요. <미키 17>은 기존 작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점이 신선했어요. 심도 있는 사회 문제를 담더라도 희망적 결말이 주는 힘도 크다고 생각해요.
유선진 최근에 봤던 다른 영화는 대부분 세계관이 복잡하고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서 해석하는 데 오래 걸렸는데요. <미키 17>은 상대적으로 주제가 직설적이고 명료해서 보기 편했어요. 단순하지 않은 내용을 쉽고 재밌게 풀어낸 점이 좋아서 더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조유민 개인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해요. 전형적 권선징악 구조에 해피엔딩이라 다소 뻔하게 느껴졌거든요. 전작처럼 한강에 나타난 괴물, 열차 안 계급 갈등처럼 봉 감독님만의 참신한 소재는 늘 기대를 모았는데요. 다른 작품에서 이미 많이 다룬 복제 인간 소재를 익숙한 스토리라인으로 풀어나가다 보니 임팩트가 약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혹은 대사가 있나요? 조유민 영화에서 유기적 연결성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요. 채권자가 미키와 티모를 쫓던 장면이 떠올라요. 특정 타깃을 추적하는 무기가 등장하는데 그게 유일한 SF적 장치였던 듯해요. 그 이후로 다시 나오지 않아 아쉬우면서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최재혁 바위에서 두 번째 크리퍼가 등장하며 소동이 벌어지는 신이 인상 깊었어요. 장면 전환과 리듬감이 짜릿해서 박수를 칠 뻔했답니다. 봉 감독님은 장면을 구성하는 연출력이 뛰어나서 같은 장면도 더 흥미롭게 전달해 주시는 것 같아요.
최효영 마샬이 나왔던 장면 모두 기억에 좋았어요. 캐릭터가 뚜렷하고 연기를 정말 잘해서 끝난 후에도 잔상이 남더라고요. 또 티모가 미키에게 했던 “잘 죽고, 내일 보자”라는 대사도 인상 깊었어요. “Have a nice day”를 “Have a nice death”라고 바꿔서 말했는데요.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묘사하는 방식이 익스펜더블 존재를 간명하게 말해주는 듯했죠.
유선진 미키 아내가 소스를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소스 원재료가 크리퍼라는 걸 알고 정말 거북했거든요. 그를 얻기 위해 미키에게 꼬리를 잘라 오라며 싸움을 붙이는데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권력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라 충격이었습니다.
<미키 17> 주요 소재는 익스펜더블(Expendable), 복제 인간이죠. 복제된 또 다른 ‘나’는 여전히 ‘나’일까요? 최효영 ‘나’라고 생각합니다. 육체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자아를 규정한다고 보거든요. 복제된 몸에 기억도 이식되면서 ‘나’라고 인지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 일마저도 일부라고 생각해요.
유선진 맞아요. 우리도 살아가면서 계속 자아가 변하잖아요.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는 꽤 다른 것처럼요. 복제 인간 역시 동일한 기억과 감정을 지닌 채 시작하니까 자아가 변하더라도 ‘나’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최재혁 복제되는 순간 인간성이 결여한다고 생각했어요. 육체는 복제 가능하지만 정신이나 감정, 사고방식은 변하잖아요. 육체는 같아도 복제한 순간부터 느끼는 게 다르고 살아가는 방향도 바뀌죠. 그러니 다른 존재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조유민 저도 복제 인간은 ‘나’가 아닌 것 같아요. 인간은 수천 년 동안 고유한 존재로 살아왔잖아요. 복제가 되면 ‘나’를 외부에서 관찰할 제삼자가 생겨버리죠. 그 순간부터 복제 인간은 인간성이 결여된 존재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매번 미키에게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고 묻죠. 여러분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요? 최재혁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이에요.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으니 어떤 말도 하기 어렵죠. 그래서 영화 같은 콘텐츠에서 죽음을 쉽게 소비할 때 조심스러워요. 저는 지금 이렇게 살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이 사라진다는 걸 상상조차 하기 어렵거든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지 같아요.
유선진 예전에는 ‘죽지 않으니까 사는 거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달라졌어요. 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느꼈거든요. 그 이후 죽음이 삶의 동기가 됐죠.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지금을 더 열심히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유민 오히려 말하기 어려워서 더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나면 여운을 안고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삶도 끝난 뒤 주변 사람에게 회자되며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증명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끝일 수도 있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어지는 얘기일 거예요.
최효영 너무 당연한 거죠.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결말 같아요. 죽지 않았기에 살아 있는 거고, 죽음이라는 결말이 정해졌기에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일상에서 의식하고 살지는 않지만 무심결에 경계하고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중이에요.
미키처럼 죽음과 생존을 반복하는 삶은 어떨 것 같나요? 유선진 영화를 보니 미키에게 과몰입되더라고요. 죽는 고통을 반복해서 느끼고 그 기억까지 모두 가지고 살아나야 한다는 게 참 잔인했어요. 미키가 차라리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공감 갔죠. 저는 집에서 편안하게 호상을 맞는 게 꿈인데요. (웃음) 그런 제게 익스펜더블 삶은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최효영 정신적으로 분열이 올 것 같아요. 미키는 계속 죽었다가 복제되는데도 덤덤하더라고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갈수록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죠. 저도 죽음을 반복할수록 부정적이고 시니컬해질 듯해요.
조유민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철저하게 도구로 쓰이다 매번 죽음을 겪어야 하잖아요. 주체성이 없고 일상을 누리기도 힘들며, 그저 죽음과 생산을 오가는 기계 같은 삶이죠. 미키 혼자 이런 삶을 살았으니 가능했지, 복제 인간이 여러 명이었다면 진작 혁명이 일어났을 거예요. 실제 영화 마무리도 반마샬파 혁명의 결과고요.
최재혁 익스펜더블이라면 그냥 자고 일어나는 기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가끔 잠과 죽음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자는 동안 사고회로가 꺼졌다가 눈을 뜨면 삶이 이어지니까요. 죽음이 매번 반복된다면 잠깐 쉬었다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2054년 니플헤임을 2025년 한국으로 생각해 봅시다. 현 사회 노동 환경과 닮은 점이 있을까요? 최재혁 니플헤임에서는 죽음도 노동으로 삼았죠. 니플헤임처럼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며 노동만을 갈구하는 사회에 우리도 익숙해진 듯해요. 노동을 너무 많이 강요받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효영 봉준호 감독님이 한 인터뷰에서 “현실에서도 많은 젊은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고, 그 자리를 또 다른 누군가가 채우고 있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니플헤임에서도 미키가 부품처럼 계속 갈아 끼워지는 구조였죠. 미키를 사람이 아닌 도구로만 보는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유선진 미키 17과 18이 동시에 존재한 사건은 개인 잘못이 아니라 관리와 통제를 하지 못한 시스템 문제예요. 하지만 현실에서도 실수를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이 많죠. 이런 구조가 니플헤임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유민 우선 언론 모습이 닮았어요. 익스펜더블 계약 장면에서 극성 지지자만 인터뷰하잖아요. 한국 언론의 편향된 보도 방식이 떠올랐어요. 또 처음에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설정이 너무 잔인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봉준호 감독님이 “산업재해 전문직”이라고 표현한 인터뷰를 보고 현실감이 확 느껴졌어요. 판타지 SF가 아닌 현재 사회에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미키가 겪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최재혁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봐요. 완벽한 사회는 없으니 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진보하려면 개인이 뚜렷한 신념을 갖고 부당한 상황을 판단하며 목소리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판단력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 문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유선진 개인 신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해요. 익스펜더블 실험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위원회는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어요. 언론도 침묵했고요. 나샤 같은 비판적 인물이 처음부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였다면 미키가 이 문제를 겪었을까요? 결국 최소한 윤리적 감시 구조나 사회적 견제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봐요.
조유민 과학자 실험 윤리가 필요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익스펜더블이 어떤 존재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도구로만 보는 게 충격이었죠. 과학이 진보할수록 더 엄격한 윤리 강령이 필요한데요. 영화로 본 2054년 과학자는 매우 무책임한 모습이라 실험 윤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최효영 마지막 장면에서 미키는 마샬이 다시 복제되는 악몽을 꾸는데요. 이 악순환이 반복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좋은 지도자가 생기거나 시스템을 바꿔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익스펜더블 시스템을 없애도 또 다른 약자와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고요.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선진 자아와 윤리에 대한 메시지가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미키를 보며 ‘나는 누구인가?, 복제된 나는 나일까?’ 같은 근본적 질문을 했죠. 법적‧윤리적 관점에서 복제된 존재가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멀티플 상황에서 처벌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에 대한 문제도 고민했고요.
최효영 동물권과 학대 문제에 관한 메시지예요. 크리퍼 겉모습이 위협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당하거나 오해받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현실에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인식과 태도를 돌아봤습니다.
최재혁 영화는 인간 중심적 시선을 비판하는데요. 원주민 혹은 비인간 존재를 침범하고 지배하려는 태도를 보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어요. 두 작품 모두 ‘우리는 얼마나 인간 외 존재를 지배하려 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아 분리나 사회적 알레고리도 있지만 우월함을 가지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성찰이 가장 인상 깊었죠.
조유민 생태계적 관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크리퍼가 보여주는 저항 방식이나 공동체적 태도, 그들의 존재 방식과 삶에 대한 상상은 애정을 담은 메시지처럼 느꼈거든요. 봉준호 감독님이 크리퍼 인형을 들고 다니며 홍보하신 것도 그들이 주는 생태계적 상징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Audiences Talk
서강대학교 철학과 20학번 조유민 영화 관련 얘기를 깊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철학적 질문과 이에 대한 생각을 미리 정리하다보니 심층적 의견들이 많아서 정말 흥미로웠어요. 동아리 안에서 새로운 분과 만나 친해질 기회가 생겨 더욱 반가웠습니다.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21학번 최재혁 영화 얘기는 항상 즐겁죠. 봉준호 감독님 전작보다 <미키 17>을 재밌게 봤는데요. 요즘 극장을 잘 가지 않는 추세여서인지 이 영화도 큰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 들려서 안타까워요. 다층적 내용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24학번 유선진 영화를 본 후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주변 사람과 얘기할 기회도 별로 없고 길게 말하기는 더욱 어려웠어요. 이 시간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다양한 분과 대화하며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24학번 최효영 이번 학기에 ‘서강영화공동체’에 들어와서 아직 학우분을 많이 뵙지 못했는데요. 부원을 만나 영화에 관해 얘기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 아쉬움도 있는 영화인데 다양한 호불호를 가진 분과 부담 없이 털어놔서 편했어요.
CREDIT 글 성현지 인턴기자 취재 성현지, 윤예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