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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받으면 끌어안고 묵히는 그대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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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받으면 끌어안고 묵히는 그대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이 제출한 보고서를 받고 무심히 항아리 속으로 집어 던져 놓고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광고를 봤다. 항아리 속에 넣을 수 있는 건 음식뿐이지, 업무가 아니다. 된장이나 김치는 묵혔을 때 숙성이 되지만, 회사 업무를 그 안에 넣는다면 당신을 위협하는 칼로 변한다.

‘일에는 기한이 있다’라는 말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느낌에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그러다 막상 마감이 다가오면 일정 맞추기에 급급해서 정신없이 마무리하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결과는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 지금을 기준으로 시간을 차례로 계산해 목표 달성 시기를 추정하는 ‘순행 스케줄링(Forward Scheduling)’은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종 목표 달성 시간, 즉 미래를 기준점으로 역산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역산 스케줄링(Backward Scheduling)’을 통해 계획을 세워보자. 이 방법은 업무 목표와 데드라인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결과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에 놓인 작은 퀘스트 업무들에 대한 개별 마감 기한을 정하고 바로 업무를 실행하면 된다.

일본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간다 마사노리는 “99%의 사람들은 현재를 보면서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1%의 사람만이 미래를 내다보며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한다. 당연히 후자에 속하는 1% 사람만이 성공한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살면서도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에 주어진 일만 한다. 그래서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옆길로 새기 일쑤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의 경계 판단이 흐려져 모든 일이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를 판가름 해내는 사람은 목표가 생기면 먼저 최종 달성 기한을 정한다. 그리고 현재 지점까지 전체 거리를 파악하고 역으로 계산해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과제를 만들어낸다. ‘역산 스케줄링’을 사용하면 초기의 여유 있는 시간을 줄이고 타이트하게 계획을 실행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계획법이라고 말한다.

제조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QCD’라는 생산 관리 용어를 예로 들어보자. Q는 품질(Quality), C는 비용(Cost), D는 납기(Delivery)를 의미하며 이 세 가지는 생산 라인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관리 항목이다. 이를 비즈니스로 확장하면 높은 품질과 비용 절감 못지않게 마감 기한이 중요한 요소로 해석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상사의 기대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중간 보고를 한다. 피드백을 받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정해진 기한보다 조금 더 일찍 완성해낸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프로로 인정받으려면, 업무 데드라인을 스스로 정할 줄 알아야 한다. 마감일에 따라 일의 깊이와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준비해서 제출해야 할 시급한 일을 세세한 품질 때문에 질질 끌고 있는 것만큼 무능한 것도 없고, 별로 급하지도 않은 일을 우선 처리하느라 다른 중요하고 급한 업무를 뒷전으로 밀어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업무 결과의 질도 중요하지만, 속도는 그보다 더욱 중요하다.

언젠가 면접 자리에서 “프로젝트가 무엇인가”라는 면접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충 얼버무렸던 기억이 있다. 평소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용어에 대한 정확한 뜻은 몰랐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정해진 기한 내에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적정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힘들게 노력해 얻은 결과물의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더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한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최종 기한이 없는 목표나 노력은 장전하지 않은 총탄과 같다. 스스로 최종 기한을 정해 놓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도 불발탄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간이야 말로 바쁜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원가 요소임을 잊지 말자.

 

PROFILE

송민규

경력
(現) 드림워킹연구소 대표
(前) 청춘 사이다 상담소 팟캐스트
(前) 대한산업안전협회(KISA) 칼럼 연재
(前) 금호아시아나, 한겨레교육 등 강연

저서
<회사가 원하는 신입사원의 조건>
<나는 책쓰기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공저
<버킷리스트 11> 공저

학력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국제경영학 학사 졸업
CREDIT
 송민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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