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인담생활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들 나를 알겠느냐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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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들 나를 알겠느냐
 
졸업을 앞둔 취업상담실이 분주하다. 한 학생이 자소서를 들고 찾아왔는데 내용이 위인전이다. 지원하는 직무가 뭐냐 물었더니 또 마케팅이다. 직무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보라 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죠?”
“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시간을 거슬러 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혼란은 적성이 아닌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했던 순간부터 시작됐다. 대학만 가면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없던 꿈도 생기고, 하고 싶은 걸 실컷 할 수 있다고. 대학을 향한 환상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수험생활을 버텼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또 한 번 좌절을 경험한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코로나19 이후 입학한 학교에는 선배가 없다. 에타(에브리타임) 게시판에 가득한 넋두리를 읽으며 나 혼자만 하는 고민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어렵게 들어온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자괴감도 든다.

1학년은 그럭저럭 버텼는데 2학년 때부터 본격적 불편함을 느낀다. 나는 여전히 방황하는데 꿈을 찾아 뛰는 친구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길을 찾아가는 사람 사이에서 나도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중2병’보다 무섭다는 ‘대2병’ 시작이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던 중2병과 달리 대2병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걱정과 내일에 대한 막막함에서 오는 마음의 병이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아도 딱히 해결 방법이 없다. ‘나만 이런 게 아니니까, 친구도 똑같으니까’ 하며 버티다 보니 해놓은 것 없이 졸업이 코앞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 ‘나 사용설명서’는 쓸 것이 없고 써야 할 때도 없다.

“지금까지 뭐 했어요?”

상담실에서, 면접장에서 또다시 비수를 꽂는다.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서류조차 통과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탈락 이유라도 말해주면 고칠 텐데 그렇지 않으니 의욕도 사라진다. 그러다 마지막 선택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며 강의를 결제하고 도서관에 간다. 하지만 고3 수험생활 트라우마가 떠오르고, 어마어마한 경쟁률에 이 역시 좋은 경험으로 끝날 뿐이다. 그렇게 '헬조선'의 구직포기자가 된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거다.

결국 자기이해가 필요하다.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없고, 왜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 적 없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처럼 살아야 하니까 같은 길 위에 섰던 것이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나만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결국 인생은 나답게 사는 게 정답이다.

가치관을 기반으로 적성과 흥미, 성격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하자.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을 선호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검사를 했던 이유다. 기업이 인·적성검사를 하는 이유도, 일에 ‘맞는 척’하는 사람이 아닌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뽑고자 하는 것이다. 가치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직업 선택은 모래 위에 집 짓기와 같다. 기준이 없으면 무슨 일을 해도 만족할 수 없고, 작은 속삭임에도 귀가 팔랑거려 1년도 버티지 못한 채 갈아타기를 시도한다.

얼마 전 취업박람회 특강 중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수많은 부스 가운데 타로 카드 부스에 끝없는 줄이 이어져 있었다. 취업 컨설팅 부스에는 구직자보다 컨설턴트가 더 많았다. 보이지 않는 내일을 알려주는 점술도 흥미롭지만, 내 일을 위해서 사례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주는 취업전문가와 상담이 우선이다.

복권 1등에 당첨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복권 구매다. 학교 취업상담실도, 집 근처 고용복지플러스센터도 좋다. 일단 가자. 가서 묻자. 내 적성, 흥미, 성격, 가치관을 찾아보자. 심지어 이 모든 검사와 상담이 무료다. 상담을 시작하면 MBTI 검사 결과에 열광하듯 몰랐던 자신을 만날 것이다. 적어도 취업한 선배와 술잔을 기울이며 주고받는 ‘라떼는 말이야’ 보다는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PROFILE

금두환

경력
바른진로취업연구소 대표
일자리창출유공자 정부포상 국무총리상 수상
고용노동부 선정 현장의 영웅
한국잡월드 진로프로그램 자문위원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겸임교수

저서
《꿈은 모르겠고 취업은 하고 싶어》 (2019)

학력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CREDIT
 금두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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