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인생 멘토

특수 분장에 마법을 담다 _ " 특수 분장사 신재호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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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총을 맞은 사람이 튕겨나가고, 폭발물이 터지면서 신체 일부가 잘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강조해 3차원적 효과를 입히는 사람, 바로 특수 분장사다. 특수 분장 전문 스튜디오 '메이지(mage)' 신재호 대표는 국내·외 200편 이상의 작품에 참여하며 특수 분장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회사명처럼 그의 손길을 거치면 가짜는 진짜처럼, 불가능은 가능으로 만들어진다.
 

특수 분장사로 일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영화를 즐겨보다가 SF 영화에서 미래 세계를 보여주는 특수 공간에 동경이 생겼어요.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효과를 만들까 알아보다가 분장 쪽을 접하게 됐죠. 그래서 한국 분장사 1세대인 전예출 선생님 밑으로 들어가 2년간 문하생으로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영화에서 봤던 특수 분장이 아니었어요. 단순히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정도였죠. 그때부터 혼자 작업실을 마련해 당시 한 권밖에 없던 분장 관련 해외 번역 서적을 보며 독학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한 부분이 혼자서는 도저히 풀리지 않아서 400만 원 정도 자비를 털어 15일간 프랑스 연수를 갔어요. 기껏 프랑스에 갔더니 학교에 다녀야 알 수 있다고 해요. (웃음) 소득이 없었죠. 이후 한국에 돌아와 일본의 메이킹 필름 비디오를 보며 공부했고, 특수 분장에 필요한 재료를 국내에서 찾기 시작했어요. 당시엔 인터넷도 없고 수입해오기도 힘들어서 재료 하나를 알려고 전국을 누비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찾아다녔어요.

영화계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되셨나요?
외국 분장 서적에는 판타지 영화에서 볼법한 미국 할리우드식 특수 분장이 많았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고작 <구미호> 정도였어요. 그렇다 보니 해외 특수 분장을 국내 영화에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한국적인 특수 분장은 뭘까 생각해보니 인체 모형을 이용한 훼손과 변형이었어요. 그땐 조폭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조폭이 드릴로 팔을 뚫거나 망치로 때리는 장면은 실사로 촬영해도 허접해서 막상 영화에 쓰이지 못했어요. 결국 제가 할 일은 그런 장면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죠. 특수 분장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영화가 <텔 미 썸딩>이에요. 연쇄 토막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로, 땀구멍, 솜털, 주름 등 인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살린 인조 사체를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았죠.

30년간 일하시면서 대표님이 생각하는 ‘특수 분장’이란 어떤 일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 특수 분장사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말 그대로 특수한 것을 하는 사람. 특수 분장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죠. 그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못 만드는 게 없어요.
 

특수 분장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대표님만의 기술은 무엇인가요?
영화 <텔 미 썸딩>에서 국내 최초로 실리콘을 특수 분장 소재로 썼어요. 그전엔 우레탄이라는 스펀지 같은 재료를 사용했는데, 기포가 있어서 촬영하면 구멍이 잘 보여요. 반면 실리콘은 투명도가 있고 말랑말랑한 소재여서 인조 사체나 사실감 있는 피부를 표현하는데 적절했죠.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과 함께 국내 첫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원’을 만들었어요. 인간을 닮은 로봇으로 얼굴과 기계적인 구조는 저희 쪽에서 작업했죠. 그때부터 생기원과 계속 작업하고 개발하여 ‘메이지’ 나름대로 디지털 기술 라인을 구축했어요. 3D 프로스테틱 메이크업(Prosthetic Makeup, 배우의 실제 피부 위에 인조 피부를 덧붙여 본래 얼굴 형태와 이미지를 바꾸는 특수 분장 기법)을 할 수 있는데 굉장히 고난이도 기술이죠. 움직이는 로봇인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실제와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는 기술)를 만들 수도 있어요. 최근엔 여기에 더해 애니메이션의 데이터 값을 로봇에 넣고 그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실제 사람이 할 수 없는 동작을 로봇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예요. 현재 로봇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모터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황에 맞게 작업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만큼 어려웠던 작업이 있나요?
주성치 감독의 영화 <서유기: 모험의 시작>이에요. 수작업을 하다가 디지털로 처음 시도한 작업이었거든요. 감독에게 ‘우리는 3D 디지털 작업을 사용해서 거리가 멀어도 당신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고, 충분히 같이 작업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사실 제작 과정은 너무 힘들었어요. 이론적으로는 계산이 맞았는데, 실제 작업을 해보니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거든요. 날짜는 다가오는데 작업에 진척이 없었죠. 제일 힘들었던 점은 누구도 저를 도와줄 수 없었어요. 오로지 제가 관심이 있어서 디지털 작업을 하겠다고 했고, 저보다 특수 분장을 잘 아는 직원이 없었어요. 결국 5일 밤을 새웠죠. (웃음) 그 사이에 직원들이 ‘뭐 그렇게 힘들게 하냐’, ‘우리가 하던 방식대로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더군요. 그 말이 맞는가 싶다가도 직원들이 제 맘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섭섭했죠. 어떻게든 겨우 해내긴 했지만, 빠듯한 일정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슬럼프는 작품마다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마다 자기만족으로 일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영화계 쪽으로는 일이 점점 줄고 있어요. 왜냐면 세대가 바뀌니까 실력 있는 젊은 친구들을 고용하겠죠. 일이 있고 없고, 최고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죠.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룡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어요. 실제 같이 움직이는 공룡으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2009년부터 테마파크 쪽으로 문을 두드리며 투자하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공룡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것은 가능한데, 콘텐츠가 부족해서 현재 시간 나는 대로 그림을 구상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나이가 더 들면 3D 프린터로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요. 인체에 안전하고 불변성을 지닌 도자기를 제가 배운 기술로 풀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20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저희 직원에게 항상 하는 말이 ‘일하기 전 생각을 먼저 해라’고 해요. 손이 먼저 나가면 생각이 멈춰요. 처음 몇 가지만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면 다음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어요. 모든 단계를 생각해보라는 거죠. 처음엔 어렵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 훈련을 기르면 모든 일을 실수 없이 한 번에 끝낼 수 있어요. 이게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면 편해요. (웃음) (그럼 생각하다가 막혀서 다음 단계로 안 넘어가면 어떡하죠?) 안 되면 쉬어야죠. 쉬었다가 생각하면 돼요. 안 되는데 붙잡고 있으면 더 안돼요. 저도 막히면 일을 아예 안 해요. 그 대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내 속에선 계속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정리가 돼서 다시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요. 저는 제 머릿속에 답이 있는데 끄집어내지 못한다고 보거든요. 저도 그랬고 젊은 친구들도 그럴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속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잠시 생각을 놓고 현실에 충실히 살아보세요.

참여 작품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2019)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2018)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2018)
드라마 <도깨비> (2017)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 (2017)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2017)
드라마 <미스터 백> (2014)
드라마 <굿 닥터> (2013)
드라마 <내 딸 서영이> (2012)
드라마 <골든 타임> (2012)
영화 <돌연변이> (2015)
영화 <명량> (2014)
영화 <화장> (2014)
예능 <대탈출> (2018)
예능 <크라임씬 시즌3> (2017)
M/V 다이나믹듀오-봉제선 (2018)
M/V 워너원-Beautiful (2017)
CF 맘스터치 (2016)
외 다수

수상
영화진흥위원회 ‘우수 SFX 장면 개발 지원 산업’ 대상 업체 선정 (2015)
제10회 인터내셔널 메이크업 아트페어 메이크업 어워드
‘대한민국을 빛낸 10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상 (2011)
제12회 중국영화분장위원회 금나비 영화상 (2010)
취재_구은영 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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