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피는 수련의 안내자
‘요가소년’ 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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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라는 말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인격,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함’이라니. 수련이라 표현하는 요가를 하면 나를 단련할 수 있을까. 극복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7월호, 유튜버 ‘요가소년’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요가를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요가는 안을 들여다보는 거라고 설명했다.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며 용기와 갈망이 채워질 때 요가를 시작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런 마음 자체가 수련이 아닐까. 깊은 마음을 담은 수련의 안내자, 요가소년 한지훈 씨의 이야기를 전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소년’입니다. ‘요가소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요가를 나누고, 구독자분들이 안전하게 요가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한지훈이고요. 이름보다는 요가소년이라고 불리는 게 익숙하네요,
‘요가소년’이라고 이름 지으신 이유가 궁금해요. 채널을 처음 접하시는 분이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어느 날 요가를 열심히 수련하고 아내와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던 길이었어요. 그날 제가 짧은 반바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땀을 많이 흘렸던 상태였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운전하던 아내가 시골 소년 같다고 하더라고요. 방학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 먹고 나가서 하루 종일 놀다가 다시 밥 먹으러 들어오는 모습 있잖아요. 딱 그런 시골 소년 같다고 했어요. 마침 당시 미국에서도 골로 분류되는 곳에 살고 있었거든요. ‘요가를 좋아하는 시골 소년’을 줄여서 ‘요가소년’이 됐죠. 입에 잘 붙더라고요.
건강이 안 좋아져 요가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퇴행성 관절염이 있으셨다고요.
회복을 목적으로 요가원에 간 건 아니었어요. 결혼 전이었는데요. 아내가 요가원 가는 걸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 옆에서 보며 ‘뭐가 그렇게 좋길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 아내가 함께 요가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무언갈 함께 하면 좋으니까 요가원에 갔었죠. 운이 좋게 저와 잘 맞는 곳이었고, 그 후로 요가 수련을 이어왔습니다. 처음 여러 움직임을 해보니 무릎뿐만 아니라 불편한 부분이 많았어요. 퇴행성 관절염을 진단받긴 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데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으니까요. 사실 어떤 몸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요가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당시 지도자분이 잘 안내해주셨어요. 처음이라 엉성하고 서툴렀을 텐데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죠.
어느새 5년 차 유튜버이신데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많은 분이 저를 유튜버라고 불러주시는데요.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유튜버는 유튜브라는 회사가 없어지면 사라질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요가를 안내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이전에는 책을 안내하는 사람이었어요. 책을 고르고, 추천하고, 감상을 나누는 일을 했어요. 대학 시절 취미로 하다가 비즈니스가 되기도 했죠.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럼 일종의 가이드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책은 제가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을 줄이고, 그 안에서 편견 없이 읽고 감상을 나눌 수 있도록 신경 썼고요. 요가를 안내할 때는 다치지 않고 즐기면서 수련을 이어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영상으로 요가를 소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어떤 점인가요?
되도록 제가 안내하는 소리에만 집중해서 수련할 수 있게끔 꼼꼼히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설명이 부족하면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영상을 보게 되는데, 그러면 다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영상 콘텐츠라고 할지라도 음성에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목소리가 좋다는 피드백이 정말 많은데요. 특별히 음성 녹음 등에 신경을 쓰시나요?
책을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만들기도 했어요. 당시 방송 진행을 맡았었는데요. 하다 보니 단련이 된 것 같아요. 듣는 이가 어떻게 느낄까를 고민하며 접근하고, 좋아해 주시는 점이 있으면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요가처럼 소리도 계속 낼수록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오프라인 행사나 스트리밍 등을 통해 구독자분들을 가까이 만나고 계신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 중이신 활동이 궁금해요.
해보고 싶은 건 상당히 많아요. 산책 중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실행에 옮기는 건 그리 많지 않은데요. 매주 영상을 올리거나 정기 스트리밍 등 지금 작업들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데, 새로운 걸 더하면 에너지 총량에서 무언가 더하거나 빼야 하니까요. 그래서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그래도 올해는 ‘수련달력’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함께 요가 하는 30일 챌린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하반기에는 함께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구독자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콕 집어 어떤 분이 생각난다기보다 시간이 쌓일수록 함께 성장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집에서 혼자 요가를 해보고 싶어서 채널을 찾았다가 꾸준히 함께 수련하시고 요가 지도자가 되셨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요즘 고맙다는 댓글을 많이 받는데요. 그런 이야기들이 인상 깊더라고요. 시간이 쌓였다는 생각도 들면서,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함께 요가를 나눌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요가를 ‘수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저도 많이 생각해봤고요. 우리가 흔히 ‘운동한다’는 표현은 쓰지만 ‘수련한다’는 말은 잘 안 하죠. ‘수련’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듯하죠. 미국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끌어주신 스승님께서 워크아웃(work out)보다는 프랙티스(practice)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운동’보다 ‘연습’이 주는 어감이 있죠. 더 멀리, 더 빨리,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는 거예요. 요가 매트 위에서 경험한 것을 매트 밖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고요. 내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요가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요가를 수련한다고 부르는 건 아닐까요? 신체 능력 향상은 지극히 부차적인 거고요. 요가는 삶의 태도를 발견하고 변화시켜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과 공기, 해 질 녘 풍경 등 매일 모든 것이 다르듯 매일의 우리도 다르잖아요. 똑같은 일상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는 조금씩 늙어가고, 성장해가죠. 요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오늘의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수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어떤 요가 자세를 할 때 안전하게 접근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욕심을 내다보면 다치기 마련인데요. 몸은 다치면 겉으로 드러나잖아요. 그런데 마음도 다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 요가를 같이 시작했는데 나보다 어떤 자세를 더 잘 한다면 나도 모르게 경쟁하고 비교하게 되죠.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하지, 내가 잘못됐나’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나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해요. 또, 강박적으로 매트 위에 올라서 요가를 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저는 그러면 더 이상 요가는 이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일한 시퀀스를 동일한 신체 능력으로 하더라도 해로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매번 ‘쿨하게’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오늘 안 되면 내일 하면 되지’하는 생각으로요.
무기력이나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는 매년 한두 차례 번아웃을 경험해요. 대부분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콘텐츠를 만들며 대중과 소통하다 보니 지속하는 것보다 멈추는 게 훨씬 힘들더라고요. 쉬는 게 두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잘 쉬었다’라고 느끼진 못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노력합니다. 산책을 한다든지, 잠을 잔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그런 식으로 일과 멀어지려고 애써요. 수염을 다 민다든지, 청소를 하거나 매트를 바꿔보는 등 분위기 전환도 하고요.
번아웃이 오더라도 수련과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하고 계신데요.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강박이 아닌 스스로 시작한 거라 조금 더 편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이거 되게 재미있겠는데, 즐거울 것 같은데’라고 느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이후 요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는 것 같아요. 팬데믹 전후로 차이를 느끼시나요?
사실 구독자 추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가파르게 성장했다기보다는, 아주 감사하게도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더라고요. 수치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영향을 느끼긴 해요. ‘요가원이 문을 닫아서 채널을 찾아왔다’, ‘계속 집에 있다 보니 뭐라도 하고 싶어서 보게 됐다’ 이런 댓글도 받고요. 어느 순간부터 건강이나 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찾아오시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또, 집이라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나 즐길 거리도 많아졌고요. 개인 공간에서 수련하는 게 특이한 문화가 아니게 됐으니, 덕을 봤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개인 수련하시는 분이 늘어도 여전히 수련을 시작하는 데 장벽을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안내자로서 한마디 건네신다면요?
장벽이나 장애물이라고 느껴진다면 아직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젠가 내 안에서 자라나는 용기나 갈망이 채워질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시작하셔도 돼요. 해야 할 것만 같아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없으니까요.
요가를 통해 몸이나 마음의 회복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처음 요가원에서 수련할 때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정신없이 따라가기 바빴거든요. 그런데 요가가 제 하루에 쉼표가 되어주더라고요. 그게 좀 충격이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흩어져있던 생각들도 마법처럼 정리되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신비주의 같기도 합니다만.(웃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리되던 순간이 극복과 회복이었던 것 같아요. 흐릿하거나 희미했던 것이 선명해지고 뚜렷해지기도 하고요. 넘쳤던 것은 좀 덜어내고, 부족하다고 느꼈던 건 채워지기도 하면서요.
요가소년님만의 극복, 회복 팁이 있다면요?
각자 다르겠지만 ‘평화롭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잖아요. 일을 다 마친 뒤에 마시는 맥주 한 잔, 잠자리에 편히 누운 상태 등 평화롭다고 느끼는 때를 떠올리고 발견해보는 거예요. 거창하지 않은, 사사롭고 별거 아닌 순간들 위주로 찾아보는 거죠. 그걸 일상에서 되도록 많이 경험하는 거예요. 저에게는 요가이고, 아침에 하는 명상이고, 원두를 갈아 내려 마시는 커피, 아내와의 산책이에요. 그럴 때 정말 평화롭다고 느껴요. 그런 평화의 순간을 자주 만들어보세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목표나 바라는 것이 있을까요?
제 목표는 언제나 같습니다. 되도록 오래 요가를 나누고 싶어요. 요가소년을 제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명으로 인식하시기도 하는데요. 채널을 중심으로 요가를 함께 나누시는 커뮤니티를 부르는 이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껴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요가소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요가소년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많은 분과 오랜 시간 동안 요가를 나누고 싶어요. 개인적인 생활도 마찬가지인데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계속 이어갈 수 있잖아요.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긍정적인 인풋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모든 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게 제 원대한 꿈이자 오늘의 가장 큰 미션입니다. |
CREDIT
취재 김혜정 기자
사진 요가소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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