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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현재를 보는 법을 알려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오제연 교수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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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현재를 보는 법을 알려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오제연 교수
 
귀에 꽂히는 명확한 목소리와 쉽고 명료한 설명. 오제연 교수 수업은 타과생에게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그의 빛나는 모습 뒤에는 학생에게 좋은 강의를 전달하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완벽하게만 보이던 교수님의 인간적 면모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역사를 전공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역사 잡지도 구독할 정도였죠. 하지만 이과에 가야 취직이 잘 된다는 부모님 권유에 고등학교는 이과를 선택했어요. 저희 때는 대학을 한 군데만 지원할 수 있어서 화학과를 썼는데 그만 떨어진 거예요. 재수를 하면서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류에 맞지 않고 취업이 어렵더라도 소신껏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이 다짐을 바탕으로 결국 국사학과에 갔어요.

교수님은 학부생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1993년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저도 이곳저곳 놀러 다녔죠.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거나 토론하고, 집회에도 나갔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미래를 고민하다 보니 좋아하는 역사를 진로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어요.

다양한 역사 분야 중에서도 한국현대사를 전공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당시 현대사 연구가 시작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젊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어요. 저도 그중 하나였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현대사에 더 재미를 느꼈어요. 현재 문제와 직결돼 있으니까요. 제가 가진 문제의식이나 고민을 반영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현대사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한국현대사의 흥미로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대사는 현재로부터 가장 가까운 역사예요. 자료는 많지만 학문적으로 정리가 덜 된 상황이죠. 이전 시대와 달리 현대사는 마음만 먹으면 사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주제 연구가 가능해요. 인터뷰 자료를 활용해 구술사를 쓰기도 하고요. 이처럼 현대사 연구는 역동적이고,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국현대사를 통해 오늘날 사회 문제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현대사를 공부한다고 당장 문제를 해결할 정답을 찾는 건 아니지만, 맥락을 이해하며 더 깊이 통찰하게 도와주죠.

현대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고충은 없으신가요?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학문이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계를 파악하려면 연구자가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해요. 그 과정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도 마주하죠. 제 발언이 의도와 상관없이 논란이 되거나 악용될 소지도 존재하니까요. 소신을 지키는 것과 중심을 잡는 것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르칠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지식뿐 아니라 이 지식이 가지는 의미도 전달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 하면 개인 신념을 지나치게 표출할 수도 있어요. 아예 언급하지 않으면 역사학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없는, 재미없는 강의가 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지식 전달을 우선시하지만, 그 이상 말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교수님 수업은 좋은 강의력으로 전공생뿐만 아니라 타 학과생에게도 인기가 많은데요. 강의를 위해 따로 노력하시는 점이나 비결이 있다면요?
제 강의력이 좋은지 잘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칭찬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웃음) 따로 준비하는 건 없는데요. 지금까지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교수로 부임하기 전 10년간 시간 강사를 했었거든요. 한 학기에 5개 대학을 돌아다니며 20~27학점을 강의했죠. 그때 다양한 환경에서 강의한 경험으로 노하우를 쌓은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들어 설명하거나,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합니다. 말이 빠르고 비음이 있는 편이라 의식하지 않으면 명확하지 않게 들리기도 해서요.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시나요?
제 수업을 통해 배운 지식을 오래 기억하길 바라요.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 현대사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대학 때 오제연 교수한테 배웠는데 이거는 이거야’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가장 보람찬 순간일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지면 좋겠어요. 사실 지식은 모두 기억할 수 없어요. 저조차도 대학 때 공부한 내용이 다 기억나지 않는걸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체득하길 바랍니다. 제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굉장히 뿌듯할 것 같네요.
 
▶ 사진 출처_KBS1 교양 <역사저널 그날>


현재 KBS1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서 현대사 전문 패널로도 활약하고 계시잖아요. 시민 강연도 활발하게 하시고요. 학부생이 아닌 대중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건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학교에서는 제가 ‘선생님’ 자격으로 학생과 만나지만, 대중에겐 선생님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달라요. 현대사 전문가로 대중과 만나도 제가 그들의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거든요. 조금 더 조심스럽게 강의할 수밖에 없죠. 특히 방송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표현 등에 주의하고요. 그 외에도 더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하거나, 전공 수업만큼 깊은 내용을 다루지는 않아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사 문제를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할까요?
표면적 사실보다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사학은 시간의 학문이에요. 그래서 맥락적 이해가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죠. 단편적 사건만 보지 않고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을 보면 해당 사건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다른 의견과 타협하거나 공유하는 지점도 많다고 느낍니다.

몇 년간 인문학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역사를 배우는 건 어떤 가치를 가지나요?
역사학을 공부하다 보면 다양성의 가치를 깨닫게 돼요. 사실은 하나지만 그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100만 가지 이상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거든요. 이 점이 바로 역사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미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공존하는 걸 보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니까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한 학기 수업이 끝날 때마다 했던 말인데요.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역사를 거울에 비유했어요. 거울은 자신을 단정하게 하기 위한 도구인데, 역사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성찰하는 기초를 제공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이 어떤 자리에서 살아가든 역사학에서 배운 걸 잊지 않고 스스로를 갈고 닦길 바랍니다.


PROFILE

학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박사

경력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 (2015~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소장 (2020~현재)
한국구술사학회 편집이사 (2022~현재)
잡지 《역사비평》 편집주간 (2023~현재)
CREDIT
글, 사진 김혜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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