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의 길라잡이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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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국어국문학과 학생이라면 문혜원 교수 수업을 꼭 듣는다. 애정 어린 조언을 통해 글쓰기 능력과 끊임없이 사유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때로는 단호한, 때로는 따뜻한 길라잡이가 된다.
국문학을 전공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 반드시 뭔가 쓰곤 했거든요. 그게 습관이 돼서 자연스럽게 국문학을 공부했죠. 다른 전공은 생각을 안 해봤어요.
언제부터 비평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대학원 진학 후 교수님 연구실에 있을 때인데요. 교수님이 저를 학자로서 인정하시는지 궁금해서 어느 날 황동규 시인의 시에 대한 글을 형식도 없이 쭉 써서 교수님 책상에 올려놨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글을 읽으신 뒤 등단하자며 원고를 넘기신 거예요. 그렇게 비평에 관심이 생겼죠.
비평가로서 갖고 계신 가치관을 알려주세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먼저 비평은 작품을 살리는 게 기본 원칙이에요. 어떤 텍스트를 고를 때 나쁘다고 말할 거라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죠. 그냥 비난하기 위한 건 비평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원칙은 시인에게 아부하지 않는 것입니다. 늘 객관적인 자리를 유지해야 하기에 가능하면 관련된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비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가 하는 비평이 지금 다루는 텍스트의 핵심인가를 꼭 고민합니다. 작품마다 잘 맞는 비평 방식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노동 시, 현장 참여 시를 이야기할 때는 해당 현장의 이슈를 많이 알아야 하죠. 특히 노동 시는 미학적 분석보다 작품에 담긴 사건, 실제 환경을 먼저 거론해야 하고요. 핵심을 놓치지 않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작품을 쓴 주체와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시 비평은 시인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못 쓰게 되거든요. 저는 대부분 시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비평을 시작해요. 그런데 나중에 글이 너무 좋았다며 종종 연락이 오더라고요.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도요. 그럴 때 문학적 공감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 생각이 같은 선상에 위치한다는 느낌이죠.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아도 늘 마음속에는 동지가 있는 듯해요. 굉장히 어려운 관계지만 아주 좋은 관계이기도 하죠.
문학 비평은 어려운 분야처럼 느껴지는데요. 쉽게 접근할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작품 선택부터 비평의 시작입니다. 노동 시 혹은 실험 시 등 어디에 끌리는지 본인 취향부터 파악해 보세요. ‘그것을 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왠지 좋아’라고 말한다면 일상적으로 끝날 텐데요. 비평에 ‘그냥’이라는 건 없어요. 좋은 이유를 얘기해야죠. 예술적으로 의미가 있어서, 가치가 느껴져서라고 답했다면 또 질문이 생기잖아요. 가치는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묻고, 계속해서 답하는 겁니다. 이처럼 비평은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의 연속이에요.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 모든 학생에게 직접 소논문 피드백을 해주신 게 인상 깊었어요. 특히 강의 중 레포트를 읽으며 의견을 덧붙여 주신 것도 기억나고요. 교수님께서 보시는 학생들의 글은 어떤가요?
어떤지 궁금하죠? (웃음) 수업 시간에는 냉정하게 말하지만 다들 글을 잘 써요. 진정성이나 정성으로 따진다면 모두 만점입니다. 하지만 진정성은 글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잖아요. 제가 가장 아쉬운 점은 논리력과 사고력입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왜’라는 질문에 ‘그냥’은 답이 되지 못한다는 걸 고려하길 바라요.
학생들은 교수님 수업을 통해 전공 지식은 물론 글쓰기 능력까지 얻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강의를 위해 따로 노력하시는 점이나 비결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키는 건 학기마다 강의 노트를 새로 쓰는 일이에요. 이전과 같은 텍스트를 정하더라도 다른 예시를 언급하고요. 그리고 강의 전에는 대체로 뭘 안 하는 편이에요. 들뜬 분위기로 수업에 들어가면 소홀해지기 쉽거든요. ‘강의 모드’를 만드는 거죠. 학생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도 굉장히 많이 하고, 학생들 글을 보면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시험보다는 레포트에서 성격이나 성향 등 본인이 잘 드러나니까요.
학생들이 교수님 수업에서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시나요?
모든 걸 듬뿍듬뿍 얻어가길 바라는데요. 결론적으로는 학생이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 대해서 알아가면 좋을 것 같네요. 뭘 하든지 가능성은 내면에 있으니까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캠퍼스플러스》 12월호 주제는 ‘결실’인데요. 결실에 어울리는 시를 한 편 추천해 주시겠어요?
정끝별 시인의 ‘강릉 점집’을 추천합니다. 시인은 일상에 많이 지쳐 추운 겨울날 강릉에 갑니다. 강릉 바닷가에는 점을 보는 곳이 많은데요. 그런 점집 깃발이 걸린 거리를 지나면서 마음의 여유를 얻고 조금은 쉬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예요. 항상 결실이 맺어지는 건 아니니까 시를 읽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잠시 숨을 돌리면 어떨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서로 MBTI를 묻는 게 일종의 대화법이 돼버렸는데요. 사실 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난 누구랑 달라’, ‘난 이렇게 생각해’라는 표현을 못하기 때문에 MBTI를 활용하는 것 같아요.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불안해서 집단적 호명 방식과 개념에 의존하는 거죠. 그렇게 점점 내가 지워지고요. 결국 유형만 남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은 잊혔어요. 저는 학생들이 어떤 대상, 사건, 사물 등 모든 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최대한 순수하게 답을 해보는 거예요.
PROFILE
학력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경력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2008~현재)
수상
《문학사상》 평론 부문 신인상 (1989)
제28회 김환태평론문학상 (2017)
저서
《한국 현대시와 모더니즘》 (1996)
《우리 시의 넓이와 깊이》 (2003)
《한국 근현대 시론사》 (2007)
《한국 현대시와 시론의 구조》 (2012)
《존재와 현상》 (2017)
《1980년대 한국 시인론》 (2021)
외 다수 |
CREDIT
글 이예인 인턴기자
사진 문혜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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