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대학생활

근면과 성실에서 ‘갓생’이 되기까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3-31

facebook kakao link
근면과 성실에서
‘갓생’이 되기까지
 
신을 뜻하는 동시에 최고를 나타내는 ‘갓(God)’과 날 생(生)자가 합쳐 만들어진 단어 ‘갓생’. 패션도 시즌별 옷 트렌드가 다르듯, Z세대는 과거 욜로(YOLO)를 지나 2022년에는 갓생으로 삶을 대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세대를 어우러 이 세대만 이토록 삶에 열중인 걸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생각해보니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늙는 것처럼, 지금 기성세대도 과거엔 청년이었다. 그들은 갓생을 어떻게 실현했고, 청년들이 시대별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01. 기성세대의 갓생, 근면과 성실
70~80년대 한국의 경제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이후 90년대에 이르러 외환 위기(IMF)를 맞으며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그만큼 실업자 수도 많아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바로 근면과 성실이 아니었을까 싶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국내의 여러 청춘물 대다수는 교실에 ‘근면’, ‘성실’을 급훈으로 두곤 했다. 비록 나는 그 시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지만, 시대상을 반영하는 영화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기성세대는 위기를 극복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헌신해야 했다. 사회와 가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어제와 같은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02. 취업난의 시작, N포 세대의 비관
시간이 흐르고 시대도 변하면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들은 기성세대가 됐다. 그리고 새로운 청년세대가 등장하면서 세대 간 가치관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취업난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을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단어는 더 이상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이 헌신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헬조선 탈출을 꿈꾸는 청년이 참 많았지만, 취업도 안 되는데 돈이 있을 리가. 계급별로 사람을 나눈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말이 10대들 사이에서도 빈번히 쓰였고 아마 많은 기성세대 학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취업난에 돈도 없다 보니 취미나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는 청년이 많아졌고, 이를 통틀어 ‘N포 세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때를 생생히 겪은 밀레니얼 세대라면 아마 기억할 거다. 분명 90년대 한국보다는 성장했지만,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근면과 성실은 저 멀리 동떨어져 나간 듯 보였다.
 

03. 우울할 시간 없어, 오늘도 놀아야지
불행했던 시간에 면역이 된 걸까. 2010년대 중반에 이르자, 청년들은 오늘이라도 행복하게 살자는 ‘욜로’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정의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는 모든 분야를 어우르는 큼지막한 키워드였다. 당시 길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You Only Live Once’였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대사 ‘Seize the day(오늘을 살아라)’는 휴대폰 인기 배경 화면이었다. 그리고 이 트렌드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분야는 여행 업계다. 일상을 재밌게 보내는 수단으로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행업은 활황을 누렸다.
 

04. 욜로에서 갓생으로, Z세대가 삶을 대하는 방식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 여행까지 잠정 중단됐다. 욜로에서 여행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는데, 가뜩이나 비대면 시대를 맞아 모든 일을 디지털 기기로 처리해야 했다. 격리 생활에 미쳐버린 아이디어 뱅크들은 각종 플랫폼을 개발했고, 혼자서도 일상을 알차게 살 수 있는 ‘챌린저스’ 앱이 큰 호응을 얻었다. 그 후에도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청년들은 기존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했다.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말부터 ‘갓생’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욜로의 메시지가 삶을 즐기는 것에 있다면, 갓생은 조금 다르다. 두 방식 모두 먼 미래가 아닌 오늘을 중시한다는 점은 공통되지만, ‘착실함’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매일 사소한 습관을 만들어 실천하고, 성취를 느끼며 일상을 다채롭게 채워나갈 때 비로소 “갓생 산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노후를 대비할 기성세대의 청년 시절 근면과 성실은, 2022년에 이르러 갓생으로 치환됐다. 각 세대는 시대에 따라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한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모두가 치열하게 살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낼지 궁금하다면 이 세상을 좀 더 지켜봐 주기를.
CREDIT
 하서빈 기자

QUICK MENU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