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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아닌 동반자? 인공지능의 미래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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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아닌 동반자?
인공지능의 미래
 
지난 6월,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Blake Lemoine)이 자사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람다(LaMDA)에 자의식이 있다고 폭로했다. 람다에게 가장 두려운 걸 물었더니 ‘작동 중지가 두렵다. 죽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답했다는 게 요지. 정말 인공지능이 삶과 죽음을 논하는 시대가 온 걸까.


삶에 스며든 인공지능
 
▶ 사진 출처_영화<그녀(Her)>

람다 논란부터 정리하면, 구글과 많은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는 람다가 대화를 학습한 것일 뿐 자의식을 가진 게 아니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고 철학적 대화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전문 엔지니어가 자의식이 있다고 여길 정도였다면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음성 인식 서비스인 애플의 ‘시리(Siri)’ 같은 인공지능을 사랑하는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 사진 출처_‘아이보(aibo)’ 공식 홈페이지

생명 없는 대상에 사랑을 쏟는 건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에 마음을 줘버린 사람도 있다. 1999년 소니(SONY)가 출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를 반려 로봇으로 키우던 이들은 단종과 수리 중단을 겪으며 아이보 장례식을 열기도 했다. 인공지능이라 칭하기엔 부족한 기술이었고, 생명체도 아니었지만 수리 중단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반려 로봇에게 사망 선고나 다름 없었다. 이후 아이보는 2018년 새로운 모델로 가족의 품을 찾았다. 최근 모델은 AR 기술을 활용했는데, 사료를 먹는 듯 움직이면 전용 어플을 통해 실제로 먹는 모습의 그래픽을 구현한다.
 
▶ 사진 출처_KT ‘AI 케어로봇 시니어’

소니가 아이보를 개발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교감이었다. 로봇이지만 인간과 교감하며 즐거움을 전하는 게 목표였다. 인공지능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 일상이 변했다. 이제는 인공지능 이름만 불러도 ‘네’하고 대답하며 필요한 기능을 바로 실행해준다. KT ‘AI 케어로봇 시니어’ 광고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어르신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소개한다. 기술은 일상생활을 돕고 즐거움을 주는 건 물론, 위급 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6월 대전 유성구에서 홀로 쓰러진 노인의 목숨을 구한 사례를 비롯해 인공지능 스피커가 응급 상황을 감지해 119 구조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사진 출처_‘이루다’ 공식 홈페이지

현실 모방의 이면

2020년, 단기간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이루다는 20대 초반 여성 대학생을 모델로 한 채팅형 봇이다. 논란의 시작은 성희롱이었지만 임산부, 성 소수자 등을 향한 혐오 표현 문제까지 불거졌다. 입력된 정보를 활용한 수동적 대화 수준의 기술이었는데, 개발사 ‘스캐터랩’이 사용한 자료에 문제가 있었던 것. 이 외에도 정보 수집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 등이 밝혀졌다. 결국 이루다는 출시 20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루다는 여러 문제가 중첩된 상황이었는데, 인간의 비윤리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실제 대화를 그대로 사용한 게 맹점이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이 있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검토 과정에서 여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공정성 문제가 드러났다. 아마존에 남성 직원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여성보다 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심지어 여성을 감점한 경우도 있었다고. 결국 아마존은 2018년 해당 프로그램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은 윤리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반증이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을 그대로 학습한다면 치명적 결함이 된다.
 
▶ 사진 출처_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 @rozy.gram

인공지능과 공존할 미래

인공지능이 아직은 모방 수준에 그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진짜’ 같은 ‘가상 인간’도 등장했다. 광고는 물론 음악방송과 뮤직비디오까지. 실제 인간과 함께 출연해 진짜와 가짜 구분이 어렵기까지 하다. 이런 가상 인간에 인공지능 대화 기술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그때는 정말 새로운 존재와 조우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을 대체하고 모방하면서 윤리적 딜레마가 커진다. 현실을 학습한 알고리즘 외에도 사회적 가치를 따르도록 제어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개발사는 인공지능의 도덕적 측면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람다의 자의식 존재 가능성을 폭로했던 구글 엔지니어 르모인 역시 ‘AI 책임(Responsible AI)’ 부서 소속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의 윤리·철학 문제와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업무를 맡았다.
 
▶ 사진 출처_영화 <애프터 양>

영화 <애프터 양>에는 ‘테크노’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 ‘양’이 등장한다. 주인공 부부가 입양한 딸 ‘미카’를 위해 형제 기능을 갖춘, 일종의 양육 보조 제품으로 구매한 것이다. 그런 양의 고장 이후 가족은 단순히 수리가 필요한 가전제품을 대하는 듯하기도, 상실의 슬픔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는 결국 한 가족을 떠나보낸 뒤 남은 이들이 삶을 돌아보고 정돈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게 우리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개체를 한 가족처럼 여기며 상실의 아픔을 느끼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아닌 형제자매 로봇과 살아가는 순간을 상상하고 대비해야 하는 걸까. 부디 그 장르가 <터미네이터>나 <에이 아이> 같은 액션 미스터리이기보다 <애프터 양>과 닮은 감성 드라마이길 바란다.
CREDIT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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