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설립한 미국 스타트업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현재 글로벌 대체육 브랜드로 손꼽힌다.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업계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비욘드미트가 한국에 진출한 지도 어느새 3년이 넘었다. 이후 국내 여러 스타트업이 대체육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CJ제일제당, 농심 등 대기업이 적극 합류했다. 이제 대형 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된 대체육. 대체 뭐길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걸까?
▶ 사진 출처_‘모사미트(Mosa Meat)’ 공식 홈페이지
대체육이 대체 뭐길래
육(肉)이라 부르지만 고기는 아니다. ‘고기를 대체하는’ 것이다. 대체육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한 번쯤 접해봤을 ‘콩고기’를 연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은 과거 콩고기와 다르다. 콩을 주원료로 하는 건 같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더욱 다양한 재료를 더해 특유의 식감과 냄새를 벗어났다. 버섯, 밀, 감자, 해조류 등을 활용하고 콩 뿌리혹에서 추출한 식물성 헤모글로빈으로 육류향과 육즙까지 살렸다.
대체육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비거니즘 지향, 식물성 식품 섭취다. 현재 비건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한국도 채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에서 2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최근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채식주의자 외 더 넓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삼는 것.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소고기 1kg 생산에 발생하는 탄소는 약 16kg이며,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5%에 달한다. 탄소 배출뿐 아니라 축산업을 위한 삼림 파괴, 수질 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건강을 이유로 택하는 사람도 있다. 육식 위주 식단이 영양 과잉과 성인병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건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세계보건 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적색육을 암 원인이 될 수 있는 발암 추정(probable) 2A 군으로 분류했다. 이에 대체육은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단백질이나 기타 영양소 함유량은 실제 육류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맛을 더하기 위해 들어가는 나트륨과 기타 식품첨가물은 제각각이라 모든 대체육이 몸에 좋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 사진 출처_‘모사미트(Mosa Meat)’ 공식 홈페이지
대체육과 비슷한 듯 다른 ‘배양육’도 등장했다. 동물 세포나 혈청을 추출해 실험실에서 단백질 조직을 배양하고, 고기까지 만들어낸다. 연구 및 기반 비용이 큰 탓에 성장이 더뎠으나 축산 대체품 시장이 등장하며 투자와 개발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배양육은 완전한 식물성이 아닌 만큼 비건 식품에 해당하지 않아 대체육과 다르게 분류한다. 실제 세포로부터 만들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과 변형도 이슈다. 관련 기업은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유전자 편집을 불법으로 본다. 아직 안정성 문제도 완벽히 검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가격. 2013년, 네덜란드 스타트업 모사미트(Mosa Meat)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배양육 햄버거 가격은 무려 3억 원이었다. 2023년에는 햄버거 1개 가격을 약 10달러에 공급하길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안정성 문제와 소비자 거부감 등으로 상용화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사진 출처_‘비욘드미트(Beyond Meat)’ 공식 홈페이지
대체육, 어떤 걸 먹어볼까
세계적 브랜드로 손꼽히는 비욘드미트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재 가장 완성도 있다고 평가되며 여러 비건 레스토랑에서 선호한다. 또 다른 대표 브랜드로 임파서블푸드 (Impossible Foods)도 언급된다. 두 곳 모두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대체육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분야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지구인컴퍼니 ‘언리미트’가 첫발을 뗐다. 2019년 정식 출시하며 입지를 다진 언리미트는 불고기, 제육볶음, 육포 등 한국인 입맛을 반영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푸드 스타트업 인테이크가 선보인 ‘이노센트’에서 출시한 비건 치킨과 베지볼 등도 인기다.
대기업 합류도 눈에 띈다. 지난해 1월 농심이 ‘베지가든’을 론칭하며 CU 등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식물성 제품을 출시했다. 이어 올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비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키친’을 열었다. 해당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코스요리 중 3가지에 농심이 직접 개발한 대체육을 활용한다.
▶ (좌) 사진 출처_‘농심’ 공식 홈페이지 / (우) 사진 출처_‘풀무원 뉴스룸’ 공식 홈페이지
5월에 문을 연 대기업 비건 레스토랑이 한 곳 더 있다. 바로 풀무원이 선보인 ‘플랜튜드’.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위치한 플랜튜드는 5~7만 원 대인 포리스트키친과 달리 1만 원대 가격으로, 대체육 덮밥 등을 판매한다. 동물성 원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국내 식품 기업 운영 외식 매장 중 최초로 비건표준인증원 비건 인증을 받았다. 풀무원은 두부를 활용한 식물성 식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8월에는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통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오픈한 식물성 정육 팝업 스토어 ‘더 베러’를 연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러 미트는 스타벅스 식물성 푸드 메뉴에 활용하며 이마트나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를 넓혀갈 예정이다. 더불어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 Inc.)’를 설립해 해외 진출 소식까지 전했다.
CJ제일제당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 이블’로 발을 넓혔다. 비비고 대표 인기 상품인 만두도 대체육으로 출시했다.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는 현재 호주, 싱가포르 등 약 10개국에 수출 중이다. 이처럼 국내 여러 대기업이 앞다퉈 대체육 식품을 선보이며 수출까지 시작했다. 비건 시장 확대 트렌드를 따르는 것에 더해 종교적 이유로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국가도 주요 시장으로 노린다.
▶ 사진 출처_‘신세계그룹 뉴스룸’ 공식 홈페이지
대안이 될 미래 먹거리
올 2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비건 식품에 대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20년 1,740만 달러(약 209억 원) 규모로 2016년 대비 23.7% 증가했다. 2025년에는 2,260만 달러(약 296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2030년 세계 대체육 시장이 740억 달러(약 101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본다.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맞닥뜨린 문제가 많다. 우선, 명칭부터 논란이다. 육류가 아니기에 표기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 국내에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어 더욱 혼란스럽다. 해외 실정을 봐도 나라마다 정의와 법적 규제가 제각각이다. 유럽에서는 육류(meat) 표기가 가능하지만, 미국 일부 주는 법으로 금지한다. 이에 대한 축산업계 반발도 피할 수 없다. 고기를 대체한다는 의미로 육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고기가 아니라는 것 자체도 주요 이유다. 해외에서 마트 내 ‘축산물’ 코너에서 대체육 상품을 함께 진열해 판매하는 사례가 있어 해당 문제도 지적한다.
이제 막 떠오르는 분야이기에 관련 법규가 미흡하다. 하지만 시장 확대와 여러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대체육은 더욱 일상 가까이 자리할 듯싶다. 특히 소비에 윤리를 고려하는 가치 소비 인식이 MZ세대 중심으로 퍼지고, 이들이 주 소비층이 되며 수요도 늘었다. 앞서 언급한 베러미트 출시 당시 신세계푸드는 “대체가 아닌 대안이 되는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명칭이 어떻게 변하든,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것은 확실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