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한
미래 도시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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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하늘을 나는 자동차, 우주 정거장, 해저도시 등이 등장하는 상상화를 그린 적 있을 것이다. 어느새 상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SF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도시를 현실화하는 중이다. 미래에 우리가 살아갈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 사진 출처_'네옴(NEOM)' 공식 홈페이지
사막 한 가운데 짓는 신도시
스마트시티를 넘은 세계 최초 인지도시(cognitive city), 사막 한 가운데 세워지는 거울 외벽 선형도시, 바다 위에 떠 있는 미래형 산업단지. 보기만 해도 상상력과 관심을 촉발하는 이 문장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NEOM)’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이다. 단순 수식어가 아닌 사실을 설명한다는 점, 이미 착공을 시작해 머지않은 현실로 만나게 될 거라는 점에 한 번 더 놀랄지도 모른다.
지난 2016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실질적 통치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자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중 핵심은 최첨단 미래형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2017년 10월 ‘네옴’ 명칭과 일부 조감도를 공개했고, 2022년 7월에는 구체적 디자인과 구성까지 발표하며 계획을 구체화했다. 새로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붙여 만든 네옴은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이자 역대 최대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사막 한복판에 서울시 44배 면적인 26,500㎢ 규모로 조성하는데, 친환경 주거·상업지구 ‘더 라인(The Line)’, 바다 위 산업지구 ‘옥사곤(Oxagon)’, 산악관광지구 ‘트로제나(Trojena)’, 홍해와 맞닿은 휴양지 ‘신달라(Sindalah)’로 구성된다. 특히 더 라인에 세워지는 ‘미러라인(Mirror Line)’ 건축물은 디자인만으로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높이 500m인 고층 건물 2개가 200m 폭을 두고 170km에 걸쳐 일직선으로 뻗은 선형도시이기 때문. 외벽은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연출하고 내부 공간 보호를 위해 거울로 만든다. 내부에는 물길을 만들고 숲을 조성해 오아시스처럼 꾸밀 예정이라고.
▶ 사진 출처_'네옴(NEOM)' 공식 홈페이지
▶ 사진 출처_'네옴(NEOM)' 공식 홈페이지
이 외에 옥사곤은 홍해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로 구상했다. 이곳에서 출발하면 전 세계 40% 지역을 비행기로 6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트로제나는 인공 담수호와 함께 해발고도 1,500~2,600m 사이에 조성돼 1년 내내 야외 스키와 각종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신달라는 네옴에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초호화 아일랜드 개발 프로젝트다. 사계절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며 홍해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대형 요트 허브를 구축한다. 개장 시기는 4개 도시 중 가장 빠른 2024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네옴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 것으로 본다. 네옴을 조성하기 위한 공식 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51조 원)로 알려졌지만 많은 언론은 1조 달러(약 1,303조 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한다.
▶ 사진 출처_'네옴(NEOM)' 공식 홈페이지
어마어마한 스케일 못지않게 놀라운 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탄소 제로 도시로 만든다는 점이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 같은 신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더 라인에는 아예 자동차가 다니지 않을 거라고. SF영화보다 더 초현실적이기에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이미 트로제나에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으며, 도시 건설도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상상하던 미래 도시를 불과 4~5년 후 눈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바닷속 미지의 그곳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자원 부족, 환경오염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육지 외에도 미래 거주지를 개척하려는 구상이 공개되는 중이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기후 위기에 처한 인류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을 그렸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같은 위기를 맞는다면 유력한 새 거주지 후보는 먼 우주 행성보다 바다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바닷속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 안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활용하기 좋기 때문. 환경오염이나 자연재해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도 지닌다.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나 보던 해저도시는 공상과학소설 대표 주제이자 동심을 자극하는 먼 미래 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구체적 계획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지난 2014년 일본 시미즈건설은 바닷속 3,000~4,000m 깊이까지 구축하는 심해 도시 ‘오션 스파이럴(OCEAN SPIRAL)’ 구상 계획을 공개했다. 지름 500m 원형 구조물인 ‘블루 가든’ 아래에 15km 나선형 통로를 심해까지 연결한다. 이곳에 식량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도 함께 구축한다. 블루 가든 안에는 75층 높이의 호텔, 주거시설, 연구시설과 컨벤션 시설 등이 들어선다. 인구는 5,000명 정도 거주 가능하다. 시미즈건설은 2030년까지 오션 스파이럴 건설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사진 출처_‘오셔닉스(OCEANIX)’ 공식 홈페이지
▶ 사진 출처_‘오셔닉스(OCEANIX)’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도 해저도시와 해상도시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 2021년 12월 해양수산부의 ‘해저 공간 창출 및 활용 기술개발 공모사업’ 추진 대상에 울산시가 최종 선정됐다. 2027년까지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해양대 등 6개 기관과 공동으로 모듈형 해저도시 건설을 추진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1단계로 2027년까지 사람이 실제 체류할 수 있는 모듈형 수중 구조물을 설치해 개발된 기술을 실증할 예정이다. 2단계로 수심 200m 아래, 11,720㎥ 면적에 5~30명이 77일간 머물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개발이 성공하면 지진·해일 등 재난에 대비한 해양관측 예보시스템 구축,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수중 데이터센터 운영, 해양 문화 체험 관광 등도 함께 추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은 ‘지속 가능한 해상도시’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는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한국위원회와 미국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가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피난처·에너지·식량 수요를 충족할 도시를 만든다. 2030년까지 부산항 인근 바다에 물에 뜨는 구조물을 개발해 마을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대규모는 아니지만 몰디브, 홍해의 해저 레스토랑처럼 바닷속 공간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다양하다. 지상 자원 고갈 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해저 공간 개발은 미래 산업으로 대두됐다. 이제 해저도시도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상상만 하던 교통수단도 점점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미래 운송수단은 ‘하이퍼루프(Hyperloop)'. 이는 극초음속(hypersonic speed)과 루프(loop) 합성어로,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초고속열차를 지칭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진공 터널 속을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다. 터널은 ‘튜브(Tube)’, 차량은 ‘포드(Pod)’로 부르는데, 자기장으로 추진력을 얻고 바닥에 공기를 분사해 마찰력을 줄여서 이동한다. 즉 진공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해 튜브에서 포드를 이동시키는 형태의 캡슐형 운송수단인 것. 튜브 안은 경제적 이유로 완전한 진공이 아닌 아진공(0.001~0.01기압) 상태로 맞춰졌다. 2013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고안한 이후 많은 업체가 하이퍼루프 개발 도전에 나섰다.
하이퍼루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속도다. 선로와 바퀴가 없기 때문에 마찰력으로 인한 속도 저하나 탈선 우려가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건설비용도 철도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연재해에 대한 영향도 거의 없다. 기존 고속철도에 비해 건설비용 또한 저렴한 편이고, 외부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로 전력 자체 생산이 가능해 온실가스 배출과 소음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1년 11월 미국 정부가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하이퍼루프를 공식 인정하면서 상용화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 사진 출처_'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 1월에 ‘하이퍼튜브(Hyper Tube)’라고 이름 붙인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기초 연구였지만 성과도 거뒀다. 2011년 10월 0.2기압 튜브 주행 실험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행한 것. 이 결과로 1kg 미만 모형 운송체를 700km까지 가속시키는데 성공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21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하이퍼튜브를 소개했다. 공기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 하이퍼튜브는 여객기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1,200km/h다. KTX 기준 3시간 정도 걸리는 서울에서 부산을 불과 20여 분 만에 갈 수 있다고. 연구원은 이를 더 발전시켜 2045년에는 단 7분 만에 서울-부산 도착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신기루와 현실 사이
물론 미래 도시 앞날이 밝기만 한 건 아니다. 네옴의 더 라인 조감도를 보면 내부에 양쪽 벽을 잇는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많은 전문가는 빛이 도심 하층부까지 닿기 매우 어려울 거라고 우려했다. 그 때문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상부층부터 일조량이 낮은 하부층까지 빈부격차가 발생하기 쉽다고. 또 일종의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도 있다. 환경을 위한다는 대담한 약속을 내걸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축 기술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셜록 현준>을 운영하는 홍익대학교 건축학 교수 유현준 건축가는 더 라인이 지리·환경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직선 도시는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수준이며, 효율적 생활을 위한 설계라기엔 수직 도시는 에너지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요지다.
▶ 사진 출처_'네옴(NEOM)' 공식 홈페이지
하이퍼루프는 진공이 아니라면 포드가 뜰 수 없기에 상태 유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하이퍼루프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거나 문제가 생기면 진공 상태가 해제되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생기는 엄청난 압력 차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 해저도시 역시 주거와 시설 유지에 필요한 물자와 에너지, 산소 공급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구적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스마트시티로 진화하는 미래 도시 1차 목표는 에너지·교통·건물 체계를 개선해 도시 기능을 한 단계 진화시키고, 환경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상상 속 유토피아가 아닌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여러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도시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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