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생각하는 기업가치
ESG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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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팬데믹 전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특히 ‘비대면’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라이프 스타일뿐 아니라 기업 경영 트렌드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 경영 방식은 재무성과였지만 지속가능성이 중요시되며 비재무적 요소인 ESG로 바뀌는 추세다. 현재 기업에서는 어떻게 ESG경영을 실천하는지 알아보자.
기업 경영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지속가능발전법>은 ‘현대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 사회 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렇듯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일은 이제 하나의 소양이 아니라 기업이 미래를 볼 줄 아는지 평가하는 전략이 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약자다. 환경은 기후 변화·산림 훼손·한정적 자원 등을 생각하는 환경보호 활동을 의미하며, 사회는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노사관계·노동 환경·인사·사회적 약자 지원 등 사회 공헌 활동을 뜻한다. 지배구조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기업구조, 경영 정책 등이 민주적으로 책임 있게 운영되는지를 판단하는 요소다. 즉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를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이 담겼다.
환경과 경제의 상생 필요성은 50년 전에도 대두됐다. 1970년 세계 각국의 과학자, 경제학자, 교육자, 경영자가 모여 인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민간연구단체 ‘로마클럽’을 설립했다. 이들이 1972년에 집필한 《성장의 한계》 보고서에서 지속가능성과 비슷한 개념을 언급했다. 자원·인구·식량·환경오염 등 문제를 지적하며 인류가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발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 1987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채택한 <우리 공동의 미래(브룬트란트 보고서)>에 지속발전가능성이 제시되며 글로벌 의제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코로나19를 직면하면서 사회적 책임까지 더한 ESG경영으로 진일보했다. 특히 2020년 초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CEO 로렌스 D. 핑크(Laurence D. Fink)가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를 중단하고 ESG를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기점으로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서 ESG경영이 급물살을 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노력
이를 계기로 한국도 ESG경영 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요건으로 부상했다. 2021년 1월에는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유가증권 거래를 위해 개설된 시장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부터는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로 대상을 넓혀갈 예정이다.
국내에 ESG경영을 뒤늦게 도입한 이유는 수익성과도 관계가 있다. 과거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 비 매출 행위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본인 가치와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아웃’이 유행하면서 다소 가격대가 높더라도 ESG 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지난 2022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설문 조사 결과에서 MZ세대가 직접 뽑은 ESG경영 우수 기업으로 삼성, 풀무원 등이 올랐다.
특히 풀무원은 창업단계부터 ESG 가치를 기업 경영의 이념으로 삼았다. 지속 가능 식품 전략을 사업화하고 자사 전 제품에 재활용 우수 포장재를 적용했다. 또 식품안전 강화를 위한 협력사 대상 콘퍼런스를 개최하거나 바른 먹거리 교육 등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왔으며, 선진 지배 구조 체계를 도입해 투명하게 경영해 왔다.
K-POP도 친환경으로 변화 중
이제 환경보호는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이라고 할 정도로 분야를 막론하고 필수가 됐다. K-POP(이하 케이팝) 업계 또한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동안 케이팝 시장이 커지며 환경오염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꾸준했다. 음원만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중심으로 변화했을 뿐 여전히 실물 앨범을 중심으로 업계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21년 연간 판매 상위 400위에 오른 앨범 기준 실물 앨범 판매량은 총 5,708만 장이라고 한다. 한 앨범을 여러 버전으로 출시하고 증정하는 포토카드 종류는 수십 종에 이른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뽑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장의 앨범을 사야만 하는 것. 컴백 쇼케이스, 팬 사인회 등 여러 행사도 앨범 구매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다. ‘무작위 추첨’이라고 명시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구매량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므로 아이돌을 보려면 앨범을 많이 사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대량 구매한 앨범은 대부분 포토카드만 뺀 상태로 버려진다.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은 소각 과정에서 유독 가스가 발생하는 등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킨다.
케이팝 시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 시도 중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하반기에 환경 앨범 제조 자회사인 ‘포레스트팩토리’를 설립했다.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인쇄·제조 기술을 사용해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해당 소속 가수 앨범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용지, 콩기름 잉크,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수지를 활용해 만든다고. 이 외에도 아이돌 그룹 빅톤, 온앤오프, 더보이즈 등이 CD, 화보, 각종 물품을 포함한 기존 앨범과 달리 실물 포토카드와 디지털 콘텐츠로만 구성한 플랫폼 앨범을 출시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캠페인인 ‘RE100’을 실시한 회사도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한국형 RE100을 이행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재생에너지 확대가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ESG경영
2022년 2월, ESG경영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이 쏟아지는 등 예기치 않은 역풍이 불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역, 금융, 경제 등의 흐름이 확연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ESG경영에 기폭제 역할을 했던 블랙록도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 해 5월 발표한 투자 지침에서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고객사의 재정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리하게 탄소중립 정책 등을 추진하면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이익이 줄었다. 정부와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5월에 발표한 ‘ESG 투자(펀드·채권·대출) 둔화 배경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글로벌 ESG 시장 자금유입액은 750억 달러(약 97조 원)로, 지난해 4분기 1,425억 달러(약 184조 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동일 연도 5월, ESG 상장지수펀드(ESG ETF) 역시 2020년 초 이후 처음으로 순 유출로 돌아섰다.
하지만 ESG경영에 부는 역풍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기업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분석하는 기준으로 발전할 거라는 점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난 6월 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을 강화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최종안에 합의했다. 이는 기업이 연차 보고서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방안이다. 표결을 통해 공식 확정되면 2024년부터 보고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재무제표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영향도 공시할 의무를 진다. 즉 수출 기업의 ESG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구가 봉착한 기후 위기에 유연한 선제적·적극적 대응을 재촉하는 인류의 모래시계는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다. ESG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추세다.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한 만큼 성과보다 환경과 사람, 사회를 생각하는 가치를 품은 기업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거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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