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으로 돌려드려요,
불행을 사는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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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불행한 기억은 있지만 대부분 이를 감추거나 외면한 채 살아가지. 하지만 불행만이 주는 경험이 존재할 테니까 가끔은 그대로 마주할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용감한 사람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잖아. 오늘 이 상점에서 안 좋았던 기억은 맡기고 행운을 채워가 보길 바라. 어떤 불행을 맡기고 싶어?
서초구 거북이
<꼬일 대로 꼬인 교수님과 나>
어떤 불행을 맡기고 싶은가요?
어색한 교수님과의 사이를 맡겨볼까 해. 출석률과 발표가 중요한 졸업 전시회 수업을 들었어. 무려 1교시였지. 처음에는 열심히 참여했지만 점점 지각이 늘어나고, 과제가 쌓이는 등 ‘미루기 병’에 걸린 거야. 심지어 늦잠을 자는 바람에 중요한 기말 발표에 결석까지 했어. 교수님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지만 또 늦잠을 잔 거 있지. 내가 사람일까? 결국 발표는 못 하고 담당 교수님께 찍히고. 최악의 학점으로 마무리했어. 방학에도 졸업 전시 준비로 교수님을 계속 봬야 하는데 망했다….
불행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주세요.
아직 졸업 전시가 진행 중이기도 하고 관계의 기본인 신뢰를 회복하고 싶어. 어긋난 타이밍과 실수는 이번 경험으로 충분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앞으로 어떤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나요?
교수님 애제자가 되는 행운을 받고 싶어. 내 잘못이긴 하지만 한 번 꼬인 상황은 계속 악화되니까 다시 새롭게 시작할래. 그때까지 행운을 부탁해!
잠실동 시금치
<불확실한 인생 속 확실을 추구하는 삶>
어떤 불행을 맡기고 싶은가요?
항상 확실한 걸 좋아해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는 마음이 불편해. 강박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하루는 물론, 7년이 넘는 기간도 미리 구성해야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었지.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지난 1년간 불안 속에서 전문직 시험을 준비했는데 결과는 두 번 모두 실패. 떨어진다는 건 예상에 없던 터라 계속해서 좌절했고, 깊은 멍만 남았어. 이런 상황에 의연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자괴감이 들었지. 불확실성에 대해 취약한 삶의 태도를 맡길래.
불행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주세요.
예측 불가한 삶 속에서 명확한 과정과 답을 추구하는 가치관은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 불행아, 삶에 의연한 사람이 될 때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 줘.
앞으로 어떤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나요?
나만의 인생 답을 얻는 데 도움을 줄 낙관적 혜안이 찾아왔으면 해. 조금은 여유롭게, 잠깐만 슬퍼하고 금방 털어낼 거야. 또 내가 맡긴 불행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게 아니라 성장한 뒤에 돌아보고 싶어. 그때는 불행도 성장의 한 조각일 테니까.
용산구 불나방
<행복한 여행 중 들려온 짝사랑 상대의 연애 소식>
불행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주세요.
제주도에서 그림 같은 바다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정말 행복한 여행 중이었지. 완벽했던 여행 이틀 차, SNS를 보며 쉬는데 평소 짝사랑하던 친구의 스토리가 올라왔어. 어떤 여자와 다정하게 네 컷 사진을 찍은 모습으로.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라. 연애를 시작한 상대방이 미웠고, 용기 없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어. 그 이후로 남은 여행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아무에게도 말 못 한 짝사랑이어서 혼자만 앓았지. 사실 1년이 지난 지금도 미련이 조금 남았어. 가끔 생각나고, 소식이 궁금하고, 운명 같은 재회를 그리기도 하면서 말이야.
불행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주세요.
많이 좋아했던 불행아, 이제는 정말 보내줄게. 덕분에 사랑은 용기 있게 쟁취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 올해는 나도 보란 듯이 연애할 거야.
앞으로 어떤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나요?
지나간 짝사랑은 언젠가 귀여웠던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길 바라. 깊었던 옛사랑을 드릴 테니 운명처럼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행운을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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