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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야구도 새롭게 즐기Z! 야구장을 채운 Z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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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인물 팬덤, 아재 스포츠, 흥행 부진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프로야구가 달라졌다. 아직 ‘가을 야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사상 최초 1,000만 관중 돌파를 기대 중인 상황이다. 각종 굿즈와 응원가, 젊은 활기로 가득한 야구장의 변화한 모습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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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아니 천만 야구! 과거 야구장을 떠올리면 아저씨 팬과 선수를 향한 욕설이 빠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프로야구는 그런 ‘고인물’이 즐기는 취미 중 하나로 여겨지곤 했다. 새로운 팬 유입이 없으니 흥행 부진은 더욱 심해졌고 팬층의 고령화 또한 지적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야구장은 텅텅 빈 채 경기를 이어갔다. 현장 관중이 없으니 관심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리그 존속 여부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 시즌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처음 천만 관중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시즌 전반기 최초로 600만 관중을 달성하며 흥행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주말이면 전국 야구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차고, 젊은 열기를 더해 더욱 타오르는 중이다.
무관중 경기를 끝내고 회복세에 들어간 프로야구는 지난해부터 20대 관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팬데믹 이후 Z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헬시플레져(Healthy Pleasure) 열풍이 불더니, 시청으로만 즐기는 취미 분야에서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프로야구가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티켓링크와 인터파크 등 프로야구 입장권을 판매하는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대 구매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그 수치가 상승했다. 특히 20대 여성 팬이 흥행 주역으로 떠올랐다. KBO는 따르면 지난 7월 초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예매자 중 20대 여성 비율이 39.6%로 가장 컸으며 뒤이어 30대 여성이 19.1%라고 전했다. 즉 20~30대 여성이 약 60%를 차지한 것. 때문에 경기장 관람 문화를 비롯한 팬 문화 전반이 변화하는 중이다.
어쩌다 야구에 빠져서 다소 폐쇄적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 문화가 젊은 층에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관련 콘텐츠 힘이 크다. 2022년부터 JTBC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가 그 시작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경계에 선 출연자는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이에 매료된 시청자는 단순 시청을 넘어 경기장을 찾아가는 등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방송을 향한 응원이 야구 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프로야구 팀을 응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 시즌 초 ENA에서 12부작으로 방영한 예능 <찐팬구역>도 화제였다. 야구팀 한화 이글스 연예인 팬을 주축으로 타 팀을 응원하는 방송인 및 전 야구선수 등이 모여 함께 중계를 시청하는 내용이었다. 일반 팬이 야구를 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 공감을 끌어냈고, 야구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저렇게 재밌는 건가’ 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또한 올해부터 OTT 플랫폼 TVING이 야구 중계권을 확보한 점이 가장 큰 변화로 손꼽힌다. 자주 이용하는 OTT에서 경기 중계를 홍보하니 궁금한 마음에 시청했다가 매력에 빠져 현장까지 찾았다는 젊은 팬이 많다. TVING은 경기 영상 2차 가공을 일부 허용했고 온라인에서 경기가 회자되거나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순위 변동이 심해 리그 관람 재미가 크다고. 전 세계 최초로 1군 리그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도입한 점도 특징이다. 덕분에 판정 관련 시비가 줄어 보다 깔끔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평이다.
3시간에 8,000원 노래방 야구팬에게 야구장을 찾는 이유를 물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라는 답변이 빠지지 않는다. 큰 소리로 응원하며 답답하게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물론 경기 성적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얻는다는 자조적 코멘트도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해서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소는 현장감, 소속감이다. 구단을 대표하는 구호는 물론 선수마다 응원가가 있기에 모두 한 목소리로 응원하며 경기에 몰입한다. 그저 호기심에 야구장을 찾았다가 이 매력에 빠져 ‘직관 중독’에 빠진 야구팬이 대부분이다. 가장 저렴한 외야석은 8,000원 안팎이기에 ‘야구장은 3시간에 8,000원 노래방’이라는 말도 존재한다. 2시간 남짓 상영하는 영화 티켓값이 15,000원, 주말에는 20,000원 이상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시간 대비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야구 경기가 ‘가성비’로 여겨지기도 한다. 젊은 층에게 경제적 부담이 적고 자유롭게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 생활로 각광받는 이유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야구푸드’는 이제 필수다. 집에서 중계를 볼 때도, 직관을 갈 때도 오늘의 ‘야푸’를 추천하고 정하는 일은 야구팬 ‘국룰’이다. 야구장마다 맛집이 존재하며 고척 크림새우, 잠실 김치말이국수, 수원 김밥 등 지역 이름만 대도 자동완성처럼 대표 음식을 줄줄이 읊곤 한다. 이런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원정 직관을 다니기도 한다. 야구 인기가 죽어가던 경기장 인근 상권까지 살리며 긍정적 경제 효과를 끌어낸다.
야구장 분위기 대반전 젊은 층, 특히 여성 팬이 늘어나며 야구 관람 문화가 변화하는 중이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 ‘덕질’에 익숙한 이들이 유입되면서 야구팬 문화도 비슷한 결을 띤다. 선수를 응원하는 커피차를 보내는가 하면, 팝업 스토어를 ‘오픈런’하며 팀 굿즈와 선수 포토카드를 모으고, 반짝이는 응원봉도 나타났다. 인기에 힘입어 구단도 굿즈 출시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 무언가를 열심히 파고드는 Z세대 특유의 디깅(digging) 문화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케이팝 팬 문화와 유사한 야구 팬덤의 출현을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를 통해 애정하는 마음을 적극 표현하고 행동하는 팬덤의 출현은 리그 흥행에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봐도 괜찮다. 몇 년 전만 해도 리그 존속을 논할 정도로 ‘흥행 참패’를 언급하던 프로야구가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천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응원하는 스포츠가 사랑받는 일만큼 반가운 현상은 없을 거다. 이런 변화를 현재 대중문화 특징 중 하나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이전과 달리 문화 소비자는 단순히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한다. 야구 팬덤도 마찬가지다. 중계가 원활하지 않거나, 구단 및 방송 중계자 등 관계자가 성차별적 태도를 보인 경우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다. 여전히 관련 문제가 발생해 협회와 구단이 이를 세심히 살피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받는 지점이다. 또 다른 Z세대 관심사인 환경 문제 의식이 야구장에도 퍼졌다. 경기를 관람하며 음식을 먹는 일이 당연해지면서 일회용품 쓰레기가 무서울 정도로 많아졌다. 관중은 물론 구단 등 경기장 운영 측에서도 해당 문제 의식을 느끼며 야구장이 변화 중이다.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해 서울 잠실야구장, 인천 문학경기장 등은 다회용기 사용을 도입했다. 관중이 불평할 거라는 우려와 달리 많은 야구팬은 이런 변화를 환영한다. 더불어 관련 일자리도 늘어났다고. 과거 비닐봉지, 막대풍선 등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야구장에서 사라진 것처럼 언젠가 일회용품도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다소 아쉽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 긍정적 변화다. 이런 노력이 모이면 오랫동안 사랑 받는 프로야구가 될 거다. 어떤 분야든 과거 문화가 익숙하고 편리하다고 그대로 ‘고인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프로 스포츠도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시대 흐름에 발맞춰 나가며 더욱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