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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층층이 쌓아라, K컬처 신드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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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전 세계에서 아파트를 노래하는 중이다. 집값이 또 폭등했냐고? 지금 울려 퍼지는 ‘아파트’는 술자리에서 팔을 뻗어가며 즐겼던 게임이다. 단조롭지만 중독성 있는 음률이 반복되는 노래에 K컬처가 불타오르고 있다.
케이팝은 거품이다? 내 아이돌은 맨날 해외만 돌고, 큰 외국 행사에서 노래도 부르는데 케이팝이 거품이라고? 2023년 음반 판매량 ‘1억 장 시대’를 맞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케이팝 성적이 올해 들어 다소 주춤했다. 시장에 앞장섰던 BTS의 부재가 부른 영향일까? 국내외 앨범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음반 누적 판매량은 약 4,670만 장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9%나 하락한 수치다. 뒤늦게 케이팝 가수를 좋아하게 된 사람은 지난 앨범을 구매하기 때문에 유입 증가량을 유추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구보 판매량’도 41.7%나 감소했다. 새 앨범 구매량은 점점 떨어지고, 주요 기획사 4곳 모두 부진한 실적을 거두다 보니 업계에선 이미 케이팝이 최고점을 찍었다는 분위기였다.
음원 차트 속 로제는 몇 층? 지난 10월 18일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발매한 솔로곡 ‘APT.’가 11월 19일 기준 4주 연속 ‘빌보드 글로벌 200’과 ‘글로벌 200(Excl. US)’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글로벌 200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0개 이상 지역에서 앨범, 디지털 음반 판매량, 무·유료 온라인 스트리밍 횟수를 측정한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고, 글로벌 200(Excl. US)은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다. 영국에서도 신곡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11월 1일에는 빌보드 차트와 함께 글로벌 양대 차트로 뽑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여태껏 이 차트 정상에 오른 케이팝 곡은 싸이 ‘강남스타일’이 유일하다.
APT.는 어떤 점에서 열렬한 호응을 받았을까? 세계적 팝스타 부루노 마스(Bruno Mars)가 참여한 곡이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지만, 중독적 훅 파트에서 연신 외치는 ‘아파트’가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아파트는 아파트먼트(Apartment) 한국식 영어 발음인 콩글리시(Korean + English)이기에 영어권 외국인에게도 ‘저게 도대체 무슨 단어야?’라는 의문을 끌어냈다.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발음하는 콩글리시를 자연스레 접하고 매력에 빠져든 것. SNS에선 아파트 발음 따라 하기 챌린지가 줄이었다. 아파트에 대한 미국 인식도 인기에 한몫을 더했다. 미국에서 아파트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이 잠만 자는 공간으로 소위 닭장 같은 이미지다. 이 좁은 공간에 모여 클럽처럼 시끄럽게 파티하자는 가사가 미국 MZ 세대 공감을 샀다고.
한국 술 게임 중 아파트 게임도 함께 급부상했다. 여러 명이 둥글게 앉아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다 같이 아~파트 아파트~ 노래를 부르다, 한 명이 숫자를 외치는 동시에 각자 손을 랜덤으로 포개 쌓아 올리는 게임이다. 아래층부터 한 명씩 손을 빼 맨 위로 쌓고, 외친 숫자 차례에 있는 손 주인이 벌주를 마신다. 뮤직비디오에도 로제와 부루노 마스가 이 게임을 하는 모습이 등장했고, 이후 전 세계가 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역시 숏폼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처럼 로제의 APT.는 케이팝을 각국에 다시 인식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 술자리 게임과 문화를 힙한 방식으로 알렸다. 한국적인게 통한다는 사실도 한 번 더 깨닫는 시도였다.
K콘텐츠에 스며들어라, K컬처! 전 세계가 말춤을 추게 만든 싸이 ‘강남스타일’이 한국 특정 지역을 의도치 않게 홍보하고, BTS 곡 ‘봄날’ 뮤비 촬영지로 유명해진 강원도 주문진 버스정류장이 케이팝 팬 성지순례 필수 코스로 불렸던 일처럼 케이팝 성공은 단순한 인기로 그치지 않는다.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는 로제 언급처럼, 한국성을 담은 노래가 글로벌 차트 상위권에 머문다는 점은 더욱 뜻깊다. 아파트가 이룬 성공은 또 다른 한국 술 게임 또는 술자리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최근 로제가 매거진«Vogue» 유튜브에서 통해 ‘소맥’을 소개해 K주류 시장이 기대감에 들썩이는 중이다.
케이팝 외에도 최근 더욱 다양한 장르가 주목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비영화 부문에서 3주 연속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을 미식 여행지로 각인시키는 데 기여했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최고 미식 여행지’로 한국이 선정됐고, 관광객 64%가 한국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어 방문했다고. 불고기, 김치 등 흔히 알려진 한식 외에 다양한 K푸드에 흥미를 보여 한식 사업에도 순풍이 불었다. 뿐만 아니라 10월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까지, K컬처는 승승장구 중이다.
흔들리지 않고 얻는 인기가 어디 있으랴 축포가 한창인 가운데 반짝 인기몰이 중인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케이팝은 마니아층에만 인기 있는 단계에 가깝고, 외국 차트에서 경쟁하려면 또 다른 케이팝 가수의 성공이 필요하다. 앨범 판매량이 인기 지표라고 여겨지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이 강세인 시대인 만큼 듣지도 않는 앨범 구매 강요에 대한 회의론도 항상 존재한다.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몇백 장 산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지금 앨범 판매량은 과연 인기의 척도일까.
드라마 시장에는 그림자가 더욱 드리워져 있다. 한때 달고나 붐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에 비슷한 성적을 기대하며 잇달아 선보인 드라마가 좋지 않은 성과를 얻으며 K드라마는 계속 하락세를 걸었다. 심지어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점점 치솟아 흥행하고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다. 제작비 대부분은 캐스팅하는 데 쓰인다고 알려졌는데 해외에서 유명한 연예인을 캐스팅해야 반응을 얻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들어간 자금에 비해 부실한 K콘텐츠가 이어진다면 넷플릭스 투자 규모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맴돈다. 이어진 흥행 실패로 실제 2022년 135편에 달하던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3년에 125편으로, 올해 들어서는 100편 이하로 대폭 줄었다.
흑백요리사가 당장의 숨통은 트여줬지만 문화 강국 자리를 굳건히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산더미다. K콘텐츠 인기가 반짝인기일지, 도약의 발판이 될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함께 호흡하는 ‘문화의 힘’이 한국을 강국으로 이끌 거란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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