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청춘을 닮은
CIX 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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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대화하다 보면 마음이 머무는 순간이 있다. 마냥 천진난만하고 해맑아 보이지만 그 속에 진중한 세상을 품었다는 현석의 단단한 내면을 마주했을 때가 그랬다. 소리 없이 잔잔하게 반짝이는 윤슬처럼 현석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는 청춘을 닮았다. 투명한 마음의 순간을 남긴다.
먼저 컴백 앨범 얘기를 하려고 해요. 촬영일 자정에 첫 번째 콘셉트 포토가 공개됐죠. 현석 님은 어떤 콘셉트가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숲속에서 청바지와 흰 티를 입고 찍은 콘셉트가 단조로우면서 가장 좋았어요. 오늘 올라온 골목에서 찍은 사진도 마음에 들고요.
이번 앨범에 이 시대 모든 청춘을 위한 노래를 담았는데요. 청춘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픈 손가락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잖아요. 가장 예쁘고 멋있는 시간이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파요.
CIX는 또래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그룹이라고요. 현석 님 얘기처럼 느껴졌던 노래는 어떤 건가요?
수록곡 중 ‘Back to life’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제목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가사가 굉장히 뭉클해요. 멜로디도 잔잔하면서 슬프고요. 제 얘기까지는 아니지만 앞에서 말한 청춘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통해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각자 가진 고민을 해소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귀여운 콘셉트도 했고, 섹시하거나 파워풀한 모습도 많이 보여 드렸는데 아련한 느낌은 처음이거든요.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서 설레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춤은 노래와 어울리도록 선이 드러나는 동작이 많아요. 그런 점을 잘 봐주셨으면 해요. (웃음)
CIX 세계관이 궁금해요. 데뷔 때부터 세계관이 정교하던데요.
지옥, 연옥을 지나 점점 천국으로 가는 내용이에요. 지난 앨범노래인 ‘458’ 뮤직비디오는 연옥과 천국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났거든요. 이번 앨범도 아직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458’ 뮤직비디오에 현석 님이 천사 날개를 단 장면이 등장해요. 세계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멤버들을 구원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 안 좋은 상황에 빠졌을 때 거기서 꺼내주고 빛을 향하도록 이끄는 구원자요.
만약 현실에서 현석 님이 구원자로서 선한 일을 딱 하나 할 수 있다면 어떤 걸 선택하실까요?
주변을 살펴보면 본인 잘못 때문이 아니라 억울하게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 상황이 좋아지도록 돕고 싶어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다녔던 월드 투어는 아티스트로서 조금 더 성장한 계기가 됐을 것 같아요.
여유롭게 대처하는 부분이나 제스처가 늘었어요. 가장 많이 발전한 점은 아무래도 체력 아닐까요? 예전에는 무대를 한 번 하고 난 뒤 힘든 정도가 100%였다면 이제는 70%로 줄었거든요. 몇 달 동안 무대에 서면서 요령도 생긴 것 같아요.
관객과 교감했던 수많은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언제인가요?
유럽 투어 때가 기억나요. 세트리스트를 그 나라 정서에 맞거나 팬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느낌으로 구성했는데요. ‘여름바다’ 라는 곡을 부를 때 팬분들이 우시는 거예요. ‘노래만으로도 진심이 전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데뷔 후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의 절반을 팬들이 보이지 않는 무대에 오르셨어요. 다시 대면으로 팬들을 만나며 오랜만에 응원 소리를 들었을 때 첫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역시 함성소리를 들어야 힘이 나지’ 싶었어요. 앞에서 팬분들이 1분 1초를 다 보고 계시니까 더 집중하면서 무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실내 마스크도 해제됐으니까 이번 활동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CIX는 연습생 때부터 오래 지낸 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결성한 그룹이잖아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것 같아요.
짧은 시간 동안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하고, 사소한 걸 공유하면서 전부 얘기했죠. 덕분에 지금처럼 좋은 관계가 완성된 것 같아요. 성격이 잘 맞아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직까지 단점은 딱히 못 찾았어요.
멤버들끼리 자주 얘기하는 소재 1위부터 5위까지가 궁금해요.
1위는 당연히 스케줄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요. 2위는 음식이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오늘 뭐 먹을까?” 이런 말을 자주 해요. 3위는 컴퓨터 게임이나 휴대폰 게임, 4위는 최근에 이사를 해서 방 꾸미기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어요. 어떤 가구를 살 지, 어떻게 꾸밀지 이런 얘기요. 5위는… 각자 하고 싶은 말. 대부분 저나 용희 형이 아무 말을 종종 해요. (웃음)
연기는 노래, 춤과 다른 매력이 있어서 꾸준히 병행하고 싶다고요.
무대는 노래나 안무를 통해 저를 보여주는 건데 연기는 제가 가진 표현력으로 다른 사람을 나타내야 하잖아요. 그 점이 흥미롭고 재밌어서 계속 도전하려고요. 아직 배워나가는 단계라 어렵기도 하지만 잘 했다는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하는 중입니다.
예전 인터뷰에서 ‘성장통을 겪어야 어떤 길이 맞는지 고민할 수 있다’라고 하셨어요. 현석 님은 데뷔 후 어떤 성장통을 경험하셨나요?
코로나19가 강했던 것 같아요. 영차영차 올라가려고 하다가 조금 정체됐거든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도 많은 시기였어요. 무대도 제한이 생겼고, 숙소에서 아무것도 안 하니까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일단 연습은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까 방황도 했죠.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니까 모두 밑거름이 됐어요.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다르게 행동하려고요.
그 시기를 지나며 성격과 MBTI도 바뀐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가만히 있기보다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조금 더 부지런해졌어요. 옛날에는 그냥 누워있거나 영화 보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운동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를 노력하는 중이에요.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요. 행복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걱정 없이 사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이랑 잘 지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 아닐까요?
지금 행복 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75%?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고, 뭔가를 크게 이뤘다는 느낌이 없어서 조급함이 느껴지거든요. 요즘 그런 고민이 좀 많아서 아직 행복 지수가 100%는 아닌 것 같아요. 나머지는 앞으로 채워 가야죠. (웃음)
팬분들의 소중한 사랑을 받기 때문에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한 적이 없다고요. 혹시나 언젠가 지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추억을 되돌아보고 싶으신가요?
투어를 하면서 해외 팬분들 앞에서 무대를 하는데 ‘내가 가수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곳에 서지 못했겠지, 언제 또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에 섰던 모든 순간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첫사랑으로 남기’와 ‘끝 사랑으로 남기’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이 바뀌는데요. 오늘은 첫사랑으로 하겠습니다. 화보 콘셉트가 학교에서 좋아하던 첫사랑 느낌이더라고요. 처음이 가장 풋풋하고 아련해서 잊기 힘들잖아요. 오늘 같은 첫사랑이라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요? (웃음)
7월이면 데뷔 4주년을 맞아서 ‘제4회 FIX WEEK’를 진행하실 텐데요. 새롭게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이제 4년 차니까 멤버들 모두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거예요. 인터뷰에 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멤버 형들과 앞으로에 대한 진중하고 솔직한 얘기 나누는 걸 담고 싶어요. 꾸미지 않은 편
한 모습으로요.
열린 결말로 끝나는 영화를 좋아하신다고요. 오늘 인터뷰도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질문으로 진행했는데 어떠셨나요?
열린 결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잖아요. 그럴수록 생각이 다양하다는 걸 느끼면서 더 열심히 살게 되더라고요. 인터뷰도 제 가치관을 담은 저만의 답변이 나온 것 같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춘 그 자체인 현석 님 스스로에게 응원 한마디 해주세요.
요즘 굉장히 근심 걱정이 많아요. 원래 앨범 발매를 앞두고 좀 그런 편이거든요. ‘혹시라도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많은데 그럴 시간에 더 연습하고 무대를 더 연구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보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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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양지원 기자
사진 이진철
헤어 양보화
메이크업 김민경
의상 유능한, 김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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