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없이 먼저 이용하는 ‘패스트 트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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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없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SBS 예능 <집사부일체 2>에서 관련 주제로 토론한 뒤 다시금 화제가 된 것.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게 정당한가?’라는 지적이 더해지며 갑론을박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른 경로를 뜻하는데, 보통 추가 금액을 지불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서비스를 바로 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추가금을 내고 먼저 배달받거나 더 비싼 이용권을 구매해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패스트 트랙을 이용한 경험이 있나요?
이채은 제가 직접 이용한 건 아니지만 워터파크에서 다른 사람이 쓰는 걸 본 적 있어요.
김지민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 있는데 패스트 트랙 전용 라인을 통해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입장하는 걸 봤어요. 외국 놀이공원에서는 저도 구매한 적 있습니다.
송혜림 저도 놀이공원 같은 시설에서 자주 접했지만 사용한 적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조성현 저는 장애인이라 복지카드를 제시한 뒤 먼저 입장한 경험이 있어요. 돈을 내고 이용한 건 아니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패스트 트랙을 이용한 셈이네요.
패스트 트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송혜림 긍정적으로 봅니다. 패스트 트랙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 건데요. 시장 경제에 따라 시간이 필요한 주체와 돈을 원하는 주체가 서로 거래하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죠. 이에 따라 추가 자원을 확보한 기업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김지민 저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놀이공원이나 배달 앱을 사용할 때 추가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먼저 기다렸음에도 순서가 밀려 대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데요. 결국 도덕적 개념으로 인식하는 ‘줄 서기’가 더 이상 도덕이 아닌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맡겨지죠.
이채은 저는 일정 부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혜림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 맞는 자원 순환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조성현 온당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합니다. 패스트 트랙은 경제력에 따라 서비스에 차별을 두겠다는 것인데요. 원론적으로 헌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송혜림 저는 오히려 헌법에 따라 보장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말합니다. 패스트 트랙은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이 경제적 창의성을 발휘한 제도이며 헌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고 봅니다.
패스트 트랙 정당성 관련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채은 과거에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여겼던 것도 구매할 수 있도록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김지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제도는 이미 곳곳에 존재합니다. 저렴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무궁화호보다 더 비싼 KTX 등을 이용해 도착 시간을 줄이는 것처럼요. 그중에서도 패스트 트랙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거기에 추가로 돈을 더 내서 대기 순서를 당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 순서가 밀려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기니까요.
송혜림 찬성과 반대 입장이 명확히 갈리는 주제이기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는 거 아닐까요? 찬성 측은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자원을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반면 반대 측은 ‘줄 서기’라는 도덕 원칙을 무시하는 차별 대우이자 불공정한 제도이기 때문에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말합니다.
조성현 이 논란은 패스트 트랙 자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질 만능주의, 공정성 침해, 위화감 조성 등은 패스트 트랙이 아니더라도 과거부터 꾸준히 논란이었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관련 논란은 반복될 거예요.
인천국제공항은 2007년부터 비즈니스 승객이나 유료 신청 승객을 대상으로 한 패스트 트랙 도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미 시설도 마련한 상태지만 국토교통부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허가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지민 공항은 생존이나 건강에 직결된 필수 영역은 아닙니다. 놀이공원처럼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도 아니고요. 국가가 시민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기에 국토교통부 언급처럼 사회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성현 물론 수익도 중요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공공재를 다루는 공기업입니다. 그러니 공익을 더 중시해야죠. 오로지 사익만 추구하는 패스트 트랙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입니다.
송혜림 패스트 트랙 도입을 검토할 때 해당 재화나 서비스가 공공재인지 확인하는 건 필요 조건에 불과합니다. 추가로 삶에 필수 요소인지 검토해야 하고요. 공항은 공공재에 해당하지만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패스트 트랙 도입을 금지하는 건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위화감을 느끼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섣부른 도입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사회적 혼란 또한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기에 먼저 패스트 트랙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뒤 도입해야 합니다.
이채은 혜림 님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비슷한 입장입니다. 공항을 이용하는 건 사생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우선 가치를 판단해 소비하기 때문에 패스트 트랙도 개인 선택일 뿐이라고 봐요. 국토교통부가 도입 반대 이유로 국민 정서를 언급한 게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실제 공항 이용객을 조사한 뒤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요?
조성현 거래 주체인 돈으로 물건을 소비하는 건 당연하지만 윤리와 소비자 간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이채은 자본주의에서 돈의 통용 가능 범위는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에 한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구성원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부분에서 돈을 도구로 활용해서도 안 되고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그 안에서 거래해야 합니다. 불공정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텐데요. 그래서 패스트 트랙이 논란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김지민 삶의 필수 요소, 기본 권리와 연결된 분야까지 좌지우지하지 않길 바랍니다. 돈으로 시간을 사서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걸 당연한 자본주의 원리라고 여기는 자세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송혜림 먼저 도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생각해 보면 대답이 쉽게 나올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길에 쓰레기를 버린 후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그 행위를 정당하게 봐서는 안 되고, 대학 입학을 위해 입시 담당자에게 돈을 주며 부탁하는 행위도 윤리에 어긋나는 것처럼요. 비도덕적 사례를 제외하고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거래는 막을 이유도 없고, 막기도 어렵습니다.
앞으로 패스트 트랙을 건전한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성현 ‘신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소비자 간 믿음을 깨서는 안 됩니다. 패스트 트랙을 적용하는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서 허용해야 합니다.
김지민 패스트 트랙에 대한 논의를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거부로 해석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 의견을 나눈 것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이상적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이채은 사회적으로 합의한 규범도 필요하지만, 그 기반을 이루는 시민 의식이 더 중요합니다. 교육이나 공익 광고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한 뒤 본격 논의를 이어가야죠.
송혜림 재화 평등주의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패스트 트랙 제도를 시행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재화 평등주의란 생필품이나 국방 등 일부 재화 및 서비스는 모두 차별 없이 누려야 한다는 관점인데요. 패스트 트랙도 이 기준을 따라 필수재가 아닌 사적 영역에만 제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관련 제도 도입으로 발생하는 혼란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합니다. 이를 중요하게 고려해 방안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Audiences Talk
김지민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21학번
기존과 다른 입장으로 토론에 참여한 덕분에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패스트 트랙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관련 문제를 생각해 보는 계기였고요. 학우님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송혜림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21학번
패스트 트랙뿐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목적과 공정성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국민 정서에 집중해 올바른 의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이채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22학번
놀이공원 패스트 트랙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요. 오늘 토론을 통해 논쟁 이유와 반대 의견을 접하며 생각의 폭을 넓혔습니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바라볼 문제가 많아질 것 같아요.
조성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21학번
특정 주제로 토론한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근거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는지, 횡설수설한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네요. 모든 성대생이 저 같은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좋은 토론 기회 감사합니다. |
CREDIT
글 임수현 인턴기자
취재 임수현, 김혜균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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