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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전공을 포기하고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엔 금속 공예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잘 맞지 않아서 다른 걸 알아보는데, 교수님께서 1세대 푸드스타일리스트이신 조은정 선생님을 소개해주셨어요. 그게 첫 걸음이었죠.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던 아카데미에서 10개월 정도 교육받았어요. 당시 여러 가지를 같이 배웠는데, 다른 건 금방 그만뒀어도 푸드스타일링만큼은 모든 과정을 마쳤어요. 너무 재밌었거든요. 배우면서도 즐거웠고 뭔가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찬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사람들은 푸드스타일링을 음식이 예쁘게 보이는 연출 정도로 생각해요. 사전적으로는 맞아요. 하지만 정확하게는 음식이나 브랜드를 돋보이게 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브랜딩의 과정입니다. 장식으로 올린 허브 하나도 의미가 있어야 해요. 초창기에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음식 혹은 브랜드의 가치나 아이덴티티를 창출합니다. 플레이팅이 먹기 위해 음식을 맛있게 연출하는 거라면 푸드스타일링은 음식 바깥까지 범위를 확장시켜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토리텔링이에요. 똑같은 피자라도 이탈리아와 미국이 다른 것처럼 음식의 문화나 배경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음식에 스토리가 없을 때 어떻게 만들지, 만든 스토리를 어떤 방법으로 브랜드에 녹여내는지가 중요해요. 물론 푸드스타일리스트마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어요.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고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우선할 수도 있죠. 저는 스토리에 따라 앞에 언급한 요소들이 정해진다고 믿어요.
푸드스타일링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감이 안 떠오를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현장감 넘치는 연극, 뮤지컬, 전시회 등을 많이 봐요.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그 공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때론 맛집을 찾아 가기도 합니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사람이 음식을 어떻게 담았는지 볼 수 있죠. 인스타그램이나 플리커로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직접 보고 먹는 거랑 다르다고 생각해요. 체험은 기억에 잘 남아서 도움이 많이 되니까요.
지금까지 참여한 스타일링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여러 사람과의 의견 조율이 필수인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최근 아웃백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전에 삼성 인덕션 때도 함께했던 감독님인데 그분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음식의 가치가 100이라면 120까지 끌어내주세요. 또 현장 분위기나 결과가 좋아서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정해인 씨가 출연한 스프라이트 촬영은 분위기가 좋았고, 딤채와 LG 인덕션은 결과가 잘 나왔죠. 단, 광고는 엄청 많은 기획이 집약된 프로젝트라 제가 뭔가 스토리텔링을 하긴 힘들어요. 그래서 개인 작업에 항상 목말라있죠. 작년 이맘때 ‘G-세라믹페어’라는 식탁용 식기류 공모전에 초대 작가로 간 적 있는데, 그때 하고 싶었던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 일은 매번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처음 보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하다보니 사소한 문제가 생기기 쉬워요. 그래서 의견 조율할 때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거죠. 일이 끝나면 모두 잊어버리려고 하고요. 작은 문제까지 고민하면 과부하 걸리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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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푸드스타일리스트, 회사 CEO, 대학 교수, 한 가정의 어머니까지. 하나만 해도 벅찬데 대단하세요. 유한나 님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재미죠. 일이 쉽진 않아요.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체력도 많이 필요하고 밤샘 작업도 많아서 힘듭니다. 근데 결과물이 나왔을 때 뿌듯해요. 배추 100개 다듬어서 손목 나갈 것 같아도 작품을 보면 '그래, 할 만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생한 게 보상 받는 기분이죠. 또 연성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에서 푸드스타일링과 식공간 연출을 가르치는데요. 학생들과 만나는 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못할 거예요. 물론 엄마 역할도 제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할 수 있는 거고요.
푸드스타일리스트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예전엔 이렇게까지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나 광고가 많지 않았고, 예상도 못했어요. 제가 처음 광고 촬영할 때만 해도 요즘처럼 유명한 모델이나 감독님이 아니었죠. 지금은 달라요. 음식 광고에 대한 비중이나 인식이 개선됐고, 음식 프로그램이나 SNS를 활용한 바이럴 광고도 생겼어요. 그래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할 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푸드스타일링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지 않다보니, 시작이 쉽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CEO로 있는 ‘푸드 판타지’는 사진, 광고, 방송 촬영, 신메뉴 개발, 레스토랑 컨설팅 등 창의적인 스타일링과 맞춤식 푸드 디렉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저희 ‘푸드 판타지’를 촬영부터 작품 노출까지 원스탑으로 가능한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외주 작업했던 디자인이나 인쇄까지 직접 하는 거죠. 더불어 제가 없어도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지금은 50% 정도 달성했다고 봐요. 100%까지 더 노력해야죠.(웃음)
최근 음식 인증샷 찍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알아두면 좋은 꿀팁이 있을까요?
음식을 많이 담지 마세요. 양이 많으면 사진으로 볼 때 촌스럽거든요. 그리고 각도를 통일해야 해요. 항공샷이면 항공샷, 눈높이면 눈높이로 맞춰서 찍어야 SNS에 깔끔히 정리된 모습으로 올라가요. 음식 색감은 세 가지 이상 안 쓰는 게 좋습니다. 직접 만든 음식이 아니라면 채도를 조금 빼는 걸 추천해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처음에는 이 일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어요.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하면 꿈꿔왔던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될 수 없습니다. 일에 재미를 느끼지만 힘들다보니 금방 그만두거나, 가끔 아르바이트로만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계속 버텨낸 사람과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순간순간 재미만 생각하지 말고 끈기 있게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캠퍼스플러스를 읽는 20대 청춘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대학생활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그때가 제일 행복한 시기였다고, 대학생 때만큼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없었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학교 다니면서 ‘힘들다, 이걸 왜 하고 있지’ 이런 안 좋은 생각은 최대한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졸업하고 나면 지금이 그리운 순간이 올 거예요. 그러니 조금 힘들어도 지금을 즐기며 잘 버텨내셨으면 좋겠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 유한나 연혁
푸드스타일링 그룹 푸드 판타지 대표
(사) 한국 푸드코디네이터 협회 상임이사
연성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호텔외식경영전공 겸임교수
광고 작업
LG DIOS 인덕션 - 딸 편, 엄마 편
롯데마트 - 요리 대신 요리하다 편
삼성 셰프컬렉션 냉장고 - 나는 셰프컬렉션을 씁니다 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 토마호크스테이크 편
배달통-허전해 편
The Original 딤채 CF - 2019년형 편
스프라이트 - 맛있는 케미 편
방송 출연
2012 MBC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꿈상담 푸드스타일리스트 편
2014 GTV 여왕의 레시피
2015~ SBS 모닝 와이드
저서
2012 『미녀들의 식탁』
2014 『아기튼튼 이유식, 엄마날씬 다이어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