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본업은 라디오 PD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다. 팟캐스트에 유튜브 운영, 음악 칼럼도 쓴다. 세상의 콘텐츠란 콘텐츠는 다 다뤄야 속 시원할 것 같은 이 사람. 웹소설이라고 다를쏘냐. N포털 웹소설 미스터리 분야 역대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예측불가 반전까지. 한 번 보면 도통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이야기 만드는 걸 사명이라 여긴다는 이재익 작가에게 ‘웹소설’은 어떤 의미일까.
<키스의 여왕>, <모두 너였다>, <욕망하다>까지. 웹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십니다. 어떤 점이 독자들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시나요?
일반적으로 웹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이입의 쾌락’ 때문이죠. 실제론 불가능한 로맨스나 성공, 막강한 무공 등을 상상을 통해 대리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소설은 미스터리 장르라 이입이 쉽지 않습니다. 오롯하게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들을 끌고 가야 하죠. 그래서 보다 꼼꼼하게 전략을 세워요. 예를 들어 중간 중간 미리 큰 반전거리들을 심어놓고, 화자나 시점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각 회차 엔딩에 힘을 실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끔 만드는 거죠. 웹소설 전체로 보면 상당히 마이너 장르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내가 아직까진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고요.
미스터리 장르를 쓰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단 제가 미스터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아니어도 로맨스나 판타지 분야는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매 연말이면 네이버 웹소설 작가들이 함께 모여서 파티를 하는데요. 1회 때부터 초청 받아 갔는데 작가들이 다들 젊고 생기발랄하더라고요. 제게 사인 받겠다고 줄 서있는 걸 보면서 ‘내가 이 친구들과 경쟁해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설령 이긴다한들 과연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내가 먼저 미스터리 분야를 잘 닦아놓으면 이 분야를 시도하는 친구들이 좀 더 원활하게 작품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제 소설에서 미스터리는 빠지지 않을 것 같아요.
글 쓸 때 영감이나 관련 자료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실제 사건과 사회 현상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미래 시대 클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모두 너였다>의 경우, 한창 AI와 인공지능 이슈가 떠오를 때 쓴 소설이고, 지금 연재 중인 <욕망하다>는 부패한 권력층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땄습니다. ‘충분히 똑똑하고, 말 한마디로 한 사람 인생 파탄낼 만큼 대단한 사람들인데 뭐가 부족해서 재물이나 권력과 결탁할까?’ 하는 생각에 그들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죠. 자료의 경우, 작가 외에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쉽게 구하는 편이에요. 제가 하는 방송 프로그램만 해도 형사, 의사, 프로파일러 등 다양한 전문가가 게스트로 나옵니다. 섭외할 필요 없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또 활동으로 인맥이 많아져서 필요하면 전화해서 바로 알 수 있어요. <키스의 여왕>의 경우 재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제 친동생 부부가 변호사라 미리 검수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틀린 게 은근 많더라고요.(웃음)
소설 쓰실 때 속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한 문장을 쓰더라도 어떤 글자와 어투를 쓸지 고심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그 고민이 굉장히 적습니다. 글자 하나보다는 이야기에 집착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빨리 쓰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쓴 문장 하나하나는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죠. 고치고 싶은 습관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려면 200살까지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연재하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모두 너였다>에 클론이 등장하는데, AI다 보니 머릿속 칩을 꺼내고 다른 몸에 옮겨 심는 장면들이 나와요. 그렇게 주인공이 고양이 몸에 들어가고, 또 다른 주인공이 그 고양이를 꼭 끌어안고 자죠. 제가 상상해서 만들었지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은 말도 안 되지만 먼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웹소설을 문학의 돌연변이라고 표현하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웹소설은 조회수가 나오기 때문에 독자가 명 단위로 정확히 집계돼요. 제가 약 서른 권의 종이책을 냈는데 그중 만 부 이상 팔린 게 한 번뿐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몇 천부죠. 그런데 웹소설은 기본 십만 명부터 시작해요. 처음은 돌연변이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엄청난 번식력으로 대중문학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잖아요. 그럼 돌연변이라고 할 수 없죠. 이젠 웹소설이 대중문학의 대세라고 생각해요.
웹소설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시장은 더 커지고, 장르도 좀 더 다양해질 거라고 봅니다. 특히 OSMU(원소스 멀티유스)라 해서 웹소설이 웹툰으로, 웹툰이 웹소설로, 이런 것들이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거예요.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처럼요. 제 작품 중 <모두 너였다>도 드라마 제작사에서 판권을 사가서 대본 집필 중이고요. 하지만 시장이 커지더라도 굳이 공공성을 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중에 ‘매일 연애 타령하는 소설 읽다가 작가님 작품 보면 우리 사회상도 고민할 수 있고 뭔가 깨닫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요.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소설 읽으면서 꼭 그렇게 고민하고 배울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냥 재밌게 즐기면 됩니다.
앞으로 <욕망하다>가 어떻게 진행될지 살짝 귀띔해주세요. 차기작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신가요?
이제 <욕망하다>도 중반부에 들어섰네요. 앞으로는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한 여자 주인공의 활약상이 다각적으로 펼쳐질 거고요. 두 개 정도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차기작으로는 두 개의 작품을 구상하고 있어요. 정식 연재작으로는 기존에 해왔던 형태의 로맨틱 스릴러 작품이고요. 또 하나는 안티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현대 판타지 소설이에요. 베놈이나 데드풀 느낌의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거죠. 스토리까지 이미 다 완성한 상태라 <욕망하다> 연재가 끝나면 부지런히 써보려 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크리에이티브한 매체는 거의 다 경험해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제 하나만 골라서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각각의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라디오 방송도 하고, 팟캐스트도 하고, 소설도 계속 쓰고.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참! 최근에는 유튜브도 시작했습니다. 구독자도 나름 3,300명 정도 돼요. ‘DJ꿀방망이’ 꼭 검색해주세요.(웃음)
웹소설을 포함해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작가를 꿈꾸는 건 행복해질 수 있는 길 앞에 서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길 끝까지 가서 문을 열 수만 있다면요. 특히 웹소설 작가는 성공만 하면 상상 초월하는 돈이 생깁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많이 벌릴 거예요. 제 경우 <키스의 여왕> 한 달 유료 매출이 1,900만원까지 찍힌 때가 있었어요. 가장 많이 나온 경우지만 매달 이보다 몇 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작가도 있답니다. 물론 너무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되겠죠. 웹소설은 종이책과 달리 분량이 살인적으로 길어요. 웹소설 100화는 백과사전 3권 분량입니다. 굉장한 장거리 마라톤이죠. 그걸 감당할 수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면 메모하고 필사하는 습관을 꼭 가지세요. 당신이 셰익스피어가 아니라면요. 저 역시 늘 메모와 필사를 합니다. 후배 작가들 소설을 띄워놓고 베껴 써보는 거죠. 20년 동안 소설 쓴 저도 하는데, 작가 지망생 여러분은 당연히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어요
방송(PD)
SBS 라디오 씨네타운S (2013~2018)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 (2006~2012)
SBS 라디오 허수경의 가요풍경 (2002~2007)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 (1996~2013)힘
도서
무비유환 (2017)
키스의 여왕1,2 (2017)
영등포 (2016)
도전! 웹소설 쓰기 (2016)
빙애 1,2 (2014)
복수의 탄생 (2013)
오페라 소녀 (2012)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2012)
41 (2012)
아이린 (2011)
심야버스괴담 (2011)
아버지의 길1,2 (2011)
카시오페아 공주 (2010)
압구정 소년들 (2010)
그 외 다수
영화 시나리오
질주 (1999)
목포는 항구다 (2004)
원더풀 라디오 (2012)
수상
문학사상사 한국장편소설상 (1997)
취재_임수연 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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