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재미는 과정을 즐기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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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인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이후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 등‘엄마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는데요. 어머니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당시 환갑을 맞이한 어머님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를 떠올리다가 ‘엄마 손잡고 여행을 한번 가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죠. 어머님도 초반에는 “너무 무모하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계속된 제 설득에 결국 넘어가셨어요.
그 여행이 500일 가까이 이어질 줄은 작가님도 모르셨을 듯해요.
맞아요. 어머님 연세도 생각해서 본래 한 달 정도 아시아 지역을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볼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한 달 다녀오시더니 어머니께서 너무 좋으셨던 거예요. 평생 일만 하시다 보니까 비슷한 날들의 반복이셨을 텐데, “내일이 기다려지는 게 처음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여기서 멈출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의지가 있다면 여행을 계속해야겠다.’라고 다짐했죠. 제가 모아두었던 돈이 다 떨어진 뒤에는 누나의 도움을 받아 유럽까지 한 300일을 여행했고, 또다시 기회가 생겨 어머니와 함께 200일 동안 남미를 여행했어요. 결국 어머니와 함께한 500일간의 여행이 된 거죠.
최근 여행에서는 홀로 남아시아 4개 국가를 다녀오셨어요. 그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요?
미얀마의 바간이라는 도시를 추천해요. 바간은 미얀마의 북부에 있는 도시로, 제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꿈꿨던 곳이었어요. 드넓은 초원 위에 이천 개가 넘는 탑과 사원들이 있어 그 사이를 누비는 것이 너무나 환상적이었지요. 도시 생활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데다가, 열기구 위에서 보는 지평선, 햇살, 금박을 입힌 탑과 사원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저는 모든 여행을 다 합쳐서 바간이 제일 좋았습니다.
바간에서 열기구에 탑승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하셨다고 들었어요.
열기구가 기상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바간에서 나흘을 기다렸는데 비가 내리 쏟아지는 바람에 탑승을 못했고, 아쉬움을 안고 일단 다른 지역을 갔었죠. 그런데 나머지 여행을 포기하더라도 그 열기구가 너무 타고 싶었어요. (웃음) 그래서 바간이란 도시에 또 버림을 받을지언정 다시 가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돌아가서 결국 열기구에 탑승했죠.
사실 저는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행을 잘 못 떠나는 체질인데,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저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렇다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저는 많은 분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알리려고 글을 쓰게 된 것이거든요. 저 역시 최근 남아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말이 통하는 데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면 나도 몰랐던 잠재능력이 나오고, 헤쳐 나가게 돼요. 떠나는 그 두려움이 있을 뿐 일단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장애물을 다 넘어서게 되더라고요. 너무 평탄하고 계획대로 다 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좌충우돌 왁자지껄 돌아다니는 거 자체가 여행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 발자국 내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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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해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여행지도 있나요?
제가 종종 비슷한 질문을 받는데요. 제가 한 지역을 뽑아서 얘기를 드릴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저의 개인적인 감상일 수도 있고, 보시는 분들이 특정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나 안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있어서 따로 말씀드리지는 않아요.
여행이 직업이 되면 어느 순간 매너리즘이 올 수도 있잖아요. 선생님은 어떠세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저도 제가 신기한 게 호기심이 정말 많아요. 쉽게 감탄하고 쉽게 감동해요. 어딜 가든지 멋진 부분을 찾아내죠. 그게 계속 여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호기심이 너무 강해서 한 지역을 가면 그 지역에 모든 것들을 다 둘러 봐야지 직성이 풀려요.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움직이기 때문에 지루할 틈, 매너리즘에 빠질 틈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책에서 여행자야말로 가장 많은 오염물질과 쓰레기를 배출하는 집단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여행자들은 갖춰진 게 없기 때문에 필요하면 뭐든지 사야 돼요. 오늘 비 온다고 우리가 우산을 사지는 않아요. 집에 있으니까. 목마르다고 매번 물을 사먹지도 않죠. 그런데 여행을 가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소비가 잦아지고 많은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해 특별히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환경에 대해 인식하게 된 건 여행지가 변하는 게 눈에 보여서인 것 같아요. 이전에 다녀왔던 여행지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 광경이 없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행동하게 되었죠. 선크림을 안 바르는 것도 선크림의 성분 일부가 산호 군락을 병들게 한다는 걸 알면서부터예요.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 중에 3천만 명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죠. 캠플 독자들에게 여행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여행이 양적으로 늘수록 질적으로도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여행과 관련된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도 여행의 책임감이라고 봐요. 인증샷 남기는 것도 좋지만, 여행 안에서 서로가 공생하며 현지인과도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시고 현지의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여행, 현지 친화적인 여행을 즐기셨으면 해요.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생각하시고 조금 더 바람직한 여행을 하시길 바랄게요.
도서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 북로그컴퍼니 (2013)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 북로그컴퍼니 (2013)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 , 북로그컴퍼니 (2016)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 , 북로그컴퍼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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