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미래의 작품까지. 연기 이야기를 할 때면 눈에도, 목소리에도 밝은 빛이 켜지는 듯했던 배우 신재휘. 계속해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그에게서 재능뿐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으로 쌓은 단단한 내공이 보였다. 장르를 망라하며 더 다양한 세상을 담아낼 그의 미래를 함께 지켜보자.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요즘은 촬영을 다 마치고, 12월에 들어가는 작품을 기다리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가끔씩 감독님과 회의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혼자 준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막연하게 중학교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은 반대하셨고,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고민만 하면서 입시를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하루는 친구랑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갔어요. <카페인>이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였어요. 그 무대를 보고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첫 스크린 데뷔였던 영화 <애비규환>이 개봉한 지 막 1년이 됐어요. 촬영과 개봉 당시를 돌아볼 때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첫 촬영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결혼을 허락받는 씬이었는데,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어요. 다리에 쥐가 나는 줄도 모르고 말이죠. 최덕문 선배님께서 ‘왜 이래, 얘’ 하면서 붙잡아 세워주셨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개봉 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극장이 비는 것에 대해서 배우들끼리 너무 개의치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었어요. 그런데 무대인사를 하거나 GV(관객과의 대화)를 하면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기분도 좋고 감사했죠.
극 중에서 연기하신 ‘호훈’을 찾는 전단에 ‘골격이 좋다’, ‘귀엽다’는 표현이 계속해서 나오더라고요. 평소에도 이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이신가요?
골격이 좋다는 말은 가끔 듣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귀엽다는 말은, 글쎄요. 제 첫인상을 날카롭고 차갑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장난기가 되게 많거든요. 하지만 장난을 쳐도 귀엽다는 소리는 못 듣고, 그냥 재밌다는 말만 들어요. (웃음)
<애비규환> 외에도 드라마 <여신강림>, <미스터 기간제> 등에서 고등학생 역을 많이 맡으셨어요. 학생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신 게 있나요?
집 근처에 학교가 많아서 주변 학생들의 행동이나 말투를 관찰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도 알아볼 겸 현장 조사를 좀 했죠. 제 나이에서 거의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역할이다보니 부담이 됐어요. 제 친구들은 ‘네가 무슨 고등학생이야’라며 장난을 치곤 하는데, 그래도 시청자분들께서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면 너무 좋죠.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액션 씬을 소화하기 위해 액션 스쿨에 다니셨다고 들었어요.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와 <모범형사>를 하면서도 액션 스쿨에 갔었어요. 그때는 맨몸 액션이었는데,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칼을 쓰는 장면이 있었죠. 동작을 하나씩 끊어서 절도있는 암살자 느낌을 줘야 했어요. 상대는 김서형 선배님이셨고요. 먼저 혼자 연습을 많이 하고, 선배님하고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액션 합도 길고, 혼자서 1대 3의 액션을 소화하는 장면이라 연습이 끝나면 어지러울 정도였죠.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요?
하나를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악역을 자주 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연기와 제 삶은 분리된 거지만, 그 캐릭터의 행동 자체가 힘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생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드라마 같은 장르에 더 눈길이 가요.
단편 영화 <맛있는 엔딩>은 사투리도, 로맨스 작품도 처음이라 특별했을 것 같아요.
<맛있는 엔딩>은 현실적인 커플의 이야기라 큰 고민 없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제 친가가 경상도여서 아버지하고 대화할 때는 사투리를 자주 쓰거든요. 그래서 억양이 헷갈릴 땐 아버지께 여쭤보면 ‘이렇게 해라’라며 알려주셨죠. 영화의 실제 모티브가 되신 분이 경상도 출신이라 감독님께서 사투리를 제안하신 건데, 이래저래 저에게는 재밌는 경험이었죠.
요즘 즐기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다는 책은 거의 다 읽고 있어요. 독서가 취미가 됐죠. 최근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읽었어요. 소설은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그 안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있어서 그걸 탐구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인물이나 작품 속 시점을 따라가는 것도 즐겁고요. 요즘에는 작가가 직접적으로 말하는 메시지보다 인물에 투영된 모습을 발견하는 게 더 흥미로워요.
“제가 표현하는 모든 연기가 관객에게 도달해야 한다고 믿어요
어떠한 형태로든 신재휘라는 배우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저의 소명이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 영화가 궁금해요.
한 개만 선택하기엔 우열을 가리기가 너무 어려워서 늘 <버드맨(2015)>과 <조커(2019)>, <더 파더(2021)> 세 영화를 말해요. 어렸을 때는 마블 영화만 보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가 주는 힘과 배우들의 잔잔한 연기 호흡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마블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세 작품은 정말 인생 영화예요.
최애 영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모두의 ‘아이언 맨’인 토니 스타크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한 번쯤은 직접 연기해보고 싶어요. 돈부터 능력까지 모든 걸 다 가진 판타지 같은 인물이잖아요. 제가 토니 스타크를 표현한다면 조금 더 개구지게 표현해보고 싶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이 내년 1월에 공개될 예정이에요. 특별히 준비했거나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요?
저는 ‘소년형사합의부’에서 가장 막내로 나와요. 워낙 쟁쟁한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제 캐릭터가 죽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사전에 역할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현장에 갔죠. 선배님들께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어려워하고 있으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며 조언해주셨고요. 선배님들께 굉장히 많이 배웠죠.
한예종 연기과를 전공하셨어요. 재학 중에 연기가 아닌 제작 등 관심 갔던 분야가 따로 있었는지 궁금해요.
1~2학년 때는 무대 제작에 전반적인 스태프로 참여해야 해요. 티켓팅 안내부터 조명까지 학생들이 전부 다 하거든요. 가장 재미있었던 건 무대 제작이었어요. 무대미술과 친구들의 지도 하에 열심히 셋업한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걸 보면 내심 뿌듯했어요. ‘아무도 안 보지만, 저 나무 내가 만들었어’ 이런 거죠. (웃음)
연기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무조건 ‘전달’이에요. 제가 표현하는 모든 연기가 관객에게 도달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외형적인 모습이든 내적인 연기든 모든 걸 통해 관객에게 다가가야죠. 제가 표현하는 인물이 악인이라면 그 잔혹성이, 귀여운 인물이라면 그 사랑스러움이 이해되도록요. 그런 지점에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촬영할 때 바로 몰입을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계속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몰입해 있는 편이신가요?
캐릭터가 저에게 얼마큼 붙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호훈’이 같은 경우에는 큰 걱정 없이 현장에 갔거든요. ‘호훈’이의 감정은 이해하기 쉬웠어요. 그런데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맡은 역할은 악인이다 보니 처음엔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 캐릭터는 준비를 많이 해서 가는 편이에요. 선배님들께도 개인적으로 조언을 많이 구하고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가진 목표가 궁금해요.
관객분들이 계속해서 찾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떠한 형태로든 신재휘라는 배우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저의 소명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 배우가 나이가 들더라도 계속 궁금하고, 연기가 보고 싶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취재_김혜정 기자
사진_천유신 실장
의상_이태희
수정 헤어·메이크업_박종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