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 운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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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2018년 10월 “일본 기업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뒤, 올해 8월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면서 한일 관계는 맞불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생 연합 토론 동아리 ‘세론’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토론_대학생 연합 토론 동아리 세론
 

도심 곳곳에서 ‘노 재팬(No Japan) ,’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등의 홍보물이 발견되는데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피부로 느끼시나요?
남가희 저는 하루 끝에 맥주를 마시는 게 취미인데, 편의점 매대에서 일본 브랜드 맥주가 싹 빠진 것을 보고 불매 운동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하연 방학이라 많은 대학생이 해외여행을 가는데, 이번 방학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던 친구들이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더라고요.
김도훈 지나가다가 건물 전체가 유니클로 매장인 곳을 보았는데 유니클로 직원 이외에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전에 비해 썰렁한 느낌이에요.
강영준 유튜브나 인터넷 뉴스에 매일 불매 운동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서 불매 운동 자체가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불매 운동에 찬성 또는 반대하시나요? 그 까닭은 무엇인가요?
오하연 불매 운동의 시발점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손해배상’ 관련 판결 을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수출 규제로 대응했기 때문이잖아요? 그동안 일본과 한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관계를 맺어왔는데, 이번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두 나라의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봐요. 외교적 갈등이 빚어진 현 상황에서 불매 운동은 우리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김도훈 일각에서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도 나오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리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불매 운동이 민족주의에 경도되었다기보다는 일본의 비합리적인 경제 보복에 대해 민간 부문에서 표출하는 정치적 표현이자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에 대응해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보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국제법으로도 질타를 받지 않고 실질적인 보복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위를 강제로 막지 않는 선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불매 운동에 찬성하는 바입니다.
강영준 저는 불매 운동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진 않습니다. 저는 불매 운동의 목표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히려는 게 아니라, 일본 내부의 자생적인 성찰을 촉구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움직임으로 보거든요. 그런데 ‘불매 운동이 일본 내에 자생적인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가’를 따져보았을 때 우리의 움직임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김동훈 저는 불매 운동의 목표 지점이 일본 그 자체가 아닌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 의 표시로써 전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불매 운동을 진작 시작했어야 했다고 봐요. 오사카 시장이 역사 왜곡 발언과 ‘위안부’ 관련 망언을 내뱉어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의 도시 중에서 오사카를 가장 많이 여행 했었거든요. 지금이라도 불매 운동이 일본의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어서, 오사카 시장이 자신의 발언을 사과한다면 이 운동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슬기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이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일제 강점기의 역사는 청구권 협상으로 모두 해결된 것이다.’ 라고 말하며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손해배상’ 관련 판결에 반기를 든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 한일 양국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청구권 협상에는 많은 모순이 있어요. 유·무상의 자금만 기록되어있을 뿐 전쟁 배상, 즉 잘못을 인정하는 차원의 자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표현은 기록되어있지 않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강제 징용으로 일어난 불법적인 노동 착취에 대해 법적 사죄와 피해 배상 요구를 인정한 것인데, 이런 것들이 전혀 명시되지 않은 청구권 협정은 강제 징용에 대한 해결이 아닙니다.
또한 나라를 불문하고 자국 또는 본인의 경제적 권리가 침해받으면, 스스로 경제권을 수호하고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이 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사유를 근거로 수출 규제 조치에 나서서 우리나라 경제에 해를 입히고 있으니, 우리도 이에 대응해 경제권을 지키기 위해 불매 운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일청구권 협정: 1965년에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맺어진 협정으로, 협정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제1조) 일본은 한국에 10년에 걸쳐 무상 3억 달러와 유상 2억 달러(연이율 3.5%, 7년 거치를 포함하여 20년 상환)를 제공한다.
(제2조) 양국과 그 국민의 재산·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 없어선 안 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조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동훈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것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근시안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관세 무역 일반 협정(GATT) 제11조를 보면 회원국이 수출 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러한 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어요. 일본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규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봅니다.
강영준 일본의 조처는 분명 위협적입니다. 한국에서는 규제 품목이 대체 가능하다며 본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저는 대체재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반도체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굉장히 만들기 어려운 것으로, 사실상 100%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요. 국산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요.
오하연 여태껏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경제 부문에서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 일본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관례를 어기고 경제 보복으로 한국에 대응하였습니다. 이는 한일 양국의 긴밀한 관계에 피해를 주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동훈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도 한국의 어떤 부분이 안보상 우려가 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수출관리의 필요성, 한국 측의 짧은 납기 요청에 따른 수출관리 미흡,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을 언급했는데, 과연 명단 제외까지 이를 만한 사안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슬기 일본은 GDP 규모로 세계 3위의 우수한 나라 중 하나이면서, 전범 국가의 전력도 있습니다.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 신뢰를 쌓아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의 화이트리스트 편입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혐한(嫌韓) 정서’ , ‘한국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가희 저는 일본인들이 단편적인 정보만을 받고 있어서 오해가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언론이 한국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아는 사람도 적고 알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김도훈 일본 도쿄에 있는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 ‘일본 영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재특회)’이 주최하는 혐한 시위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혐한 시위와 관련해 유엔의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계속해서 시위를 묵인하고, 일본 서점에서 혐한 관련 책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또 이런 책들을 집필하는 일부 작가들이 일본 미디어와 뉴스에 많이 노출되는 등 일본의 혐한 정서는 꽤 오래되었죠. 아직도 과거를 반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식민 국가에 대해 혐오를 일삼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습니다.
김동훈 저는 제일 충격적이었던 게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퇴임 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혐한 책을 냈어요. ‘주한 일본대사까지도 혐한을 하는데 본토는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슬기 저는 혐한 정서가 역사 인식의 부재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식민지배에 대한 역사 교육이 미비해요. 실제로 대다수 일본인이 전범국 일본이 정확하게 어떤 행위를 저질렀는지 몰라요.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국 거주 일본인이나, 일본 거주 한국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오하연 저는 두 부류 모두에게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유학하는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 시국에 따라 많이 조심스러워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노 재팬’ 글귀를 볼 때마다 슬프다며, 일본 자체를 미워하지 말고 아베 총리의 행동을 비판하는 ‘노 아베’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김도훈 각국의 정부에서 상대 국가를 심하게 비판하고, 이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면 각국의 국민들도 서로에 대한 혐오 정서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강영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일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한다고 합니다. 현 상황에서 불매 운동은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양국 국민의 감정이 서로 섞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각국의 국민들은 각자 자국의 조치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불매 운동이 두 나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올바른 한일 관계를 위해 우리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오하연 이런 시국 속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목소리나 우리의 생각은 분명하게 일본에 전해야 합니다만, 불매 운동을 지속하면서 민간 교류마저 중단된다면 양국 국민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남가희 일본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느꼈던 게 ‘한국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다.’, ‘잘모른다.’는 점이었어요. 일본이 한국의 처지를 이해하려면 일본 국민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민간 교류가 분명 좋은 효과를 발휘하리라 생각합니다. 한일 민간 교류, 대학생 교류 등으로 서로 만나고 부딪히는 일이 자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영준 현재 불매 운동은 표출의 방식을 띄고 있는데, 설득과 회유의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매 운동보다는 일본의 시민 사회와 직접 접촉해서 우리 입장을 밝히고, 왜곡된 사실이 있다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과 마찰을 빚는 일들이 있을지라도 일본인에 대해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단순히 일본을 비판하기보다 일본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훈 저는 슬로건을 ‘노 재팬’보다는 ‘노 아베’라고 쓰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과거 일본도 총리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과한 ‘고노 담화(1993)’나 일본의 전쟁 범죄 인정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가 있었어요. 그러니 일본 자체가 잘못이라는 혐일 정서보다는 ‘현재 아베 총리가 잘못하고 있다.’라는 말을 전해야 할 것 같아요.

불매 운동이 일본 자체가 잘못이라는 혐일(嫌日) 정서로 나아가기 보다는 ‘현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뜻으로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Audience Talk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6 남가희
사실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또 저희 동아리원들과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16 김도훈
제 전공이 국제관계학이지만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일을 다뤄보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론적인 공부 외에 현실에서 진행 중인 사안인 불매 운동을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16 강영준
학교에서 국제전공학을 전공하며 배우는 내용이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토론으로 눈앞의 현실인 불매 운동에 대한 제 입장을 좀 더 구체화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18 김동훈
단순히 정서에 휩쓸려서 불매 운동을 하는 것과 알면서 하는 불매 운동은 다르잖아요. 현재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이고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동덕여자대학교 영어과 17 조슬기
저는 아베 정권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렇게 대학생으로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8 오하연
민감한 사안인 불매 운동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를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감정적인 부분을 지양하고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취재_서태림·김은혜 학생기자 글_서태림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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