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이대로 괜찮은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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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시간 강사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 교육법」 일부 개정안, 속칭 ‘강사법’이 시행되었다. 2011년 발의되어 약 8년간 유예를 거듭해 온 법안이지만 시행과 동시에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강사법의 실효성과 개선 방안을 연합 법률 동아리 ‘로잉’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토론_연합 법률 동아리 ‘로잉’
 

강사법이란? 강사의 교원으로 지위 향상, 1년 이상 임용 보장, 4대 보험 적용 등을 명시한 법안이다. 대학은 신규 임용을 포함하여 강사의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 1년 이상 임용 시 퇴직금 지급,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강사 임용 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용 기준과 절차, 교수 시간에 따라 근무 조건을 정해 서면으로 계약한다.’는 법조문은 투명한 강사 채용과 안정적인 임용을 의무화한 것으로 본다. 다만 교육 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 교직원 임용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예외다.

강사법 발의 배경 2010년 조선대학교 시간 강사 자살 사건이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조선대학교 시간 강사였던 서정민 박사는 열악한 노동 현실, 암암리에 이뤄지는 대학 교수직 매관매직, 논문 대필, 불투명한 강사 채용 과정 등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사법이 시행되며 캠퍼스의 풍경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이수호 이번 학기는 유난히 강의 계획서가 미비하거나 교․강사가 정해지지 않은 강의들이 많더라고요. 에브리타임에 관련 글을 보아도 ‘강의 계획서가 없는데 어떻게 강의를 신청하느냐’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또한 이번 학기에 유난히 온라인 강좌 수강 인원이 늘어나고, 이전 학기보다 증원 신청을 관대하게 받아준다고 느꼈습니다.
서승덕 저희 학부는 최근 로스쿨 수요가 늘어나면서 법학 과목 수강을 원하는 학생이 늘어난 데 비해 교수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 것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과목 당 수강 인원이 거의 100명이 넘어가는 수준이어서 “이럴거면 차라리 인강을 듣지, 왜 비싼 등록금을 주고 학교 수업을 듣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수강 신청이 어려워지자 ‘전공을 십만 원에 판다’와 같은 수강 과목의 매매도 심해졌습니다.
박정기 서울시립대학교의 경우 서울시의회 회의록에서도 나와 있듯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강사의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지 않고 법안의 취지에 맞게 강사 채용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학기에는 유독 학사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강사법의 규정으로 인해 서울시립대학교에 재임용 될 수 없는 강사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강사 임용시 요구되는 서류가 많아져 강사 임용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김평강 서강대학교 측에 정보 공개 청구를 넣어 지난 5년간의 교수 및 수업의 수를 비교해봤을 때, 분명 줄어가는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결국 수업 당 학생 수가 늘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사립대학교가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사법이 시행된 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이수호 ‘대학이 강사법에서 언급한 강사의 신분과 지위 등을 강사에게 제공할까’하는 의심이 들죠. 실제로 대학은 시간 강사의 신분을 강사법의 온전한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초빙 교수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2011년에 개정안이 통과된 뒤, 성균관대학교는 1,000여 명의 시간 강사 중 99%를 겸임 교수나 초빙 교수 등 강사가 아닌 신분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2019년 현재 시간 강사가 거의 없습니다.
김용재 한국 비정규 교수 노동조합은 지난 8월 28일 청와대 앞에서 강사법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강사법의 반대자가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강사 노조입니다. 그 까닭은 강사법 이후 강사들이 고용 안정은 커녕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현재 수업이 아닌 생존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박사 과정 포기자가 속출하고, 재임용 보장을 명시한 법조문 때문에 신진 연구자의 강사 임용이 불리해지면서 미래 연구자의 교육 지속성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입니다.
강동희 강사법 시행 이후 강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돈을 내고 다니는 대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니까요.
김평강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의 저자 김민석 씨의 말에 따르면 시간 강사는 대학으로부터 직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발급받을 수 없고, 그 어떤 복지 제도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강사법 개정 자체는 근로자로서 강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2011년에 개정안이 발의된 뒤, 지난 7~8년 동안 대학들이 강사 수를 계속 줄여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2018년부터 모든 대학에서 강의가 줄어드는 것에 따라 필수 이수 학점을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강사들의 문제를 넘어 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와 기관의 책임 돌리기 끝에 약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강사법은 2011년에 발의된 뒤에도 각 대학과 강사 측 대표 등 이해 당사자의 반발로 8년간 4차례나 유예되었습니다. 강사법의 안착이 어려웠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서승덕 정부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거의 8년이나 되는 시간이 흐르게 둔 것도 문제입니다. 그 결과 대학에서는 재정 불안 해소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시간 강사를 해고하게 되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시간 강사의 부당 해고를 막는 법안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기 사립대학교의 반대, 일부 강사들의 반대 등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을 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 강사들의 이익 보장을 못 박아 말한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수호 강사법과 관련해 대학, 교육부 등 영향력 있는 주체는 아무도 이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이자 법안의 수혜자인 강사들이라도 이 법안이 채택되도록 강력하게 지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법안 시행 전에 이미 강사를 대량 해고한다는 우려도 있었고, 강사의 실제적 처우가 개선되리라는 기대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강사는 돈도, 힘도 없고 집단적인 움직임도 활발하지 않기에 본인들의 목소리를 법안에 녹여내는 데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강사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었다고 보시나요?
김평강 이에 대해 딱 잘라 말하기 힘들뿐더러 특히 미디어에서 주목하는 게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인데, 지방 사립대 쪽으로 조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실한 재정 문제로 학과 통폐합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방 사립대가 예산 가중에 원인이 되는 강사법을 더욱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강동희 강사법의 적용을 받는 ‘소수 강사에 한해서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서승덕 최근 보도된 뉴스를 보면 강사 공개 채용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합격·불합격 발표가 번복되는 등 채용 과정에서 대학이 임의로 결정하는 부분이 아직 존재합니다. 때문에 강사법이 시행되어도 법 도입 취지와 엇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간접적인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 들어요.

강사법이 잘 안착되기 위한 대안이 있을까요?
박정기 일반적인 사립대학교에 전적으로 공익적인 입장을 요구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대학 측의 영리 추구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보강해야 합니다. 또한 일시적 재정 지원보다도 학생 1인당 일정 교원 수를 유지하도록 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이 합리적으로 강사를 보호하는 방안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수호 학생은 대학 측에 거금을 낸 교육 소비자이고, 이에 대한 많은 선택지가 있어야함에도 대학 측이 권위와 명성을 내세워 학생들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대학이 주체여야 하는데, 재정을 핑계 삼고 있어요. 사립대학교가 완전한 영리 기업은 아니기에 대학 측에서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김용재 이상적인 법조문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시간 강사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업을 구하거나 위장 취업을 하면 겸임 교수로 임용하겠다는 등 강사법을 피해가기 위한 대학 측의 편법이 이미 자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교육부가 강사법과 관련하여 대학 측이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등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강사법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대학 측의 협조와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합니다.


Audience Talk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7 김용재
강사법의 동기는 이상적이지만 부작용도 존재하기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17 서승덕
강사법의 법조문이 이상적인 것에 비해 허점이 많기 때문에 그 허점을 수면 위로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논의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한남대학교 법학부 19 강동희
아직 1학년이기에 다른 분들에 비해 부족했던 것 같지만, 강사법에 대해 많이 배워갈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서강대학교 수학과 14 김평강
우리 사회에서 잊힐 수 있는 부분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목소리를 듣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가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합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14 박정기
학생, 강사, 교수, 노동자 등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5 이수호
오늘 토론은 대학 구성원의 한 축인 학생도 본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좋은 창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취재_김은혜, 오하은 학생기자 글_김은혜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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