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국회의원이 온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괜찮을까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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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국회의원이 온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괜찮을까요?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1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올 6월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에 국민의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보다 많은 국민이 피선거권을 누리게 됐다는 긍정적인 견해와 함께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한 2030 세대의 표심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대선의 캐스팅 보트, 20대 대학생들로 이뤄진 대학생연합발표토론동아리 P.O.P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2021년 12월 3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청년의 정치적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한 내용이다. 개정안은 2022년 1월 21일부터 시행된다.


1월 21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만 18세부터는 누구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데요.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승아 긍정적으로 봅니다. 피선거권 연령 기준이 낮춰지면서 만 18세부터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누리게 됐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대변자입니다. 최대한 넓은 연령대의 국민에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자격과 권한을 주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도은 저는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회의적입니다. 우선 제도 시행에 따라 우려되는 것들에 어떠한 대비도 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미성년과 국민의 대표라는 두 가지 사회적 특징을 동시에 갖게 되는데,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습니다. 또한, 등교를 해야 하는 고등학생이 정치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지, 출마를 위해 납부해야 하는 기탁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등에서 현실성도 부족해 보입니다. 때문에 깊은 논의와 대책 마련 없이 단순히 피선거권의 연령을 낮추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경 온전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학교에 정치가 개입되면서 발생할 여러 문제가 우려됩니다. 아직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학생에게 정치라는 엄청난 책임과 의무를 주는 게 과연 옳을까요? 또한, 국회의원 후보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1,500만 원의 기탁금이 필요한데,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박홍덕 금전적인 조건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서 피선거권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비용 마련은 개인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경험을 통해 선거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고, 여러 경험이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을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홍덕 답변 드리기에 앞서 피선거권 기준 연령의 하향 조정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지부터 짚고 싶은데요.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은 청년 정치인이 최소한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특정 집단에서 한 명이라도 대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닐까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최초의 귀화인 출신 국회의원인 이자스민 전 의원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당시 당선만으로도 국회에는 다문화 가정, 귀화자 관련 정책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자가 생겼다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청년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하는 것 자체로 청소년 정책 및 교육 정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거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윤경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이 청소년 관련 정부 부처와 충분한 논의를 통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은 2019년에는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했는데, 2030 세대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개정에 동의한 것을 보면 2030 세대의 표심 잡기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게 됩니다.
 

피선거권 연령이 하향 조정되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선출직에 출마와 당선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학교의 정치화, 출결 문제 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윤경 저는 교육계에서 우려하는 출결 문제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학생들이 3년간 일정 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고, 학년에 따라 필수 학점을 이수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하거나 당선된 학생은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따라가기 어렵겠죠. 이런 경우 학교 밖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야 할지, 공결처리 한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우려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유승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출마하거나 당선되는 상황에 대비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더 많은 고등학생이 교실이 아닌 사회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제도가 없다고 기회를 막을 것이 아니라, 제도의 마련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반들을 준비하고 보완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도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회가 또 다른 권리를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학교 출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긴 출마의 기회가 과연 학생들의 교육권을 해치지 않을지 의문입니다. 학교의 정치화 역시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박홍덕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싶습니다. 고등학생이 선출직에 출마하고 당선된다고 해서 학교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린다는 것은 비약에 가깝지 않을까요? 이는 정치를 진영의 논리로만 해석한 시각입니다.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사전적 의미의 정치로 접근한다면 이미 학교에서 학생회, 자치법정 등을 통해 작은 정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이미 경험하던 정치의 범주가 넓어지는 것뿐이죠.

앞선 교육계의 우려에 대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요?
이윤경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선거에 출마하는 학생들은 출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학교에 며칠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교과 교육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 보완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또래와의 대인관계 역량,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과의 사회화 경험을 충분히 학습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백도은 정치인이 된 학생이 학교 안에서 겪을 정서적‧감정적 갈등 상황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정치적 진영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교내에서 겪을 의견 대립도 우려됩니다. 학생의 정치 활동과 정치 진영이 학교 내에서 배척과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기에, 미성년자 정치인에 대한 보호 조치가 더욱 필요합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기성세대의 정치가 ‘꼰대 정치’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 이례적이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이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박홍덕 청년 정치인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변화에 기성세대도 공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정치에서는 청년, 그중에서도 미성년자의 의견과 법 감정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셧다운제가 있습니다. 셧다운제가 도입되던 2011년 당시, 기성 정치인들은 미성년자 또래 집단 사이에서 게임이 가지는 긍정적인 영향과 소통 및 교류 수단이라는 측면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청년, 미성년자 국회의원이 없었기 때문에 제도 적용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12월 마인크래프트 청소년 이용 불가 사태 등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경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기 전 피선거권 기준 연령이 만 25세였을 때도 2030 정치인들은 국회 안에 발을 붙이기 힘들었습니다. 지배적인 양당 체제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양성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눈앞의 선거를 위해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표심 잡기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죠. 새로운 청년 정치인의 등용은 피선거권 기준 연령이 몇 살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정치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본질적인 문제들은 외면한 채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피선거권의 기준 연령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박홍덕 대통령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감당해야 하는 업무의 양도, 권한의 크기도 상당합니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권한 및 책임과는 비교가 어렵습니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인사를 배치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국민을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식견과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모든 법의 근간인 헌법에 규정해둔 것도 이런 무게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반 의원직과 대통령은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토론에서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가져올 다양한 변화를 짚어봤는데요, 토론을 마치면서 기존의 생각이 바뀌셨는지 궁금하네요.
이윤경 공직선거법 개정이 청년 정치인 등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나이에 맞는 환경에서 배워야 하고, 배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교과 지식일 수도, 사회화 및 대인관계 능력일 수도 있죠. 그런 과정들을 거친 뒤에 정치에 입문해도 충분히 청년 세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겁니다. 개정의 목적이 올바르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미성년자가 정치인이 되더라도 정치 활동에 전념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학교 출결 문제,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와 조치가 필요합니다.
박홍덕 반대 측에서 지적한 미성년자 정치인 보호 문제에 공감합니다. 다만, 어떤 제도든 초기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완벽하게 대비하려는 것보다 도입 이후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대표되지 못했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공직선거법 개정의 의미가 큽니다.


Audience Talk
 

백도은
고려대학교 가정교육과 15학번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치에 한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며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란 걸 느꼈습니다. 청년 정치인의 가능성과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승아
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21학번

이번 토론을 통해 피선거권 연령의 범위에 대해 깊게 고민했습니다. 이전에는 막연히 피선거권의 자격이 되는 연령층이 넓을수록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피선거권 확대로 인해 변화될 청소년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윤경
경희대학교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20학번

피선거권 연령 하향 개정안의 여러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부정적인 여론도 있겠지만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언젠가는 현명한 정치 혁신안 중 하나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박홍덕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17학번

명확한 주제와 제시된 질문으로 토론을 하다 보니 더욱 꼼꼼히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뉴스로만 접하던 정책에 대해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하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의견을 접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CREDIT
취재 정예은, 최서연 학생기자
 정예은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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