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주거지, 어느 게 우선일까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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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주거지,
어느 게 우선일까요?
 
김포 장릉 500m 인근에 생긴 ‘왕릉 뷰 아파트’를 두고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에 법정 공방이 한창이다. 건설사 3곳이 문화재보호법을 어겼다는 문화재청과 적법한 절차 하에 공사했다는 건설사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 이 싸움에 등 터진 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다. 길어진 법적 다툼에 올해 예정됐던 입주가 지연됐다는 이유다. 문화재 보호와 아파트 건립의 우선순위를 두고 숭실대학교 토론동아리 만장일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 출처_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공식 홈페이지


문화재보호법이란?
인위적·자연적으로 형성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반경 500m 이내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그 안에 높이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의 개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에 얽힌 문화유산은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그의 부인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는 김포 ‘장릉’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15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평소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편이신가요?


이선우 어릴 적에는 국보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흥미가 있었지만, 대학교 와서는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문화유산에 관해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유동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집 앞에 있는 몽촌토성이나 차를 타고 10~15분 정도 가면 있는 조선왕조 왕릉 동구릉에 방문합니다. 그쪽을 산책하며 문화재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다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숭례문이 소실됐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당시 문화유산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에는 김포시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왕릉 경관을 헤쳐서 건설사와 문화재청이 서로 대립 중이라는 이슈를 들어봤습니다.

오늘은 김포 장릉과 그 인근에 세워진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사가 벌이는 갈등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건은 2021년 7월 문화재청이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 중지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는데요, 건설사가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해당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선우 옳은 결정이라고 봅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땅한 요청이었고, 오히려 공사 중지를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문화재청의 존재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다현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존할 의무가 있기에 해당 요구는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된 2017년 이후부터는 높이가 20m 되는 건축물은 문화재청의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 장릉 반경 500m 내에 지을 수 있게 변경됐습니다. 하지만 검단신도시에 신축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 3곳 모두 심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 해당 건물은 장릉 인근의 계양산을 막고 있는데, 이는 장릉의 풍수지리적 요소를 방해합니다. 조선왕릉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는 풍수지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아파트가 그걸 가린다면 문화재청은 공사를 중지를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동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요구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건설 업체는 2019년에 국토교통부와 김포 서구청을 통해 공식적인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문화재청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하반기에야 건축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는데, 그때는 이미 아파트 외관이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는데 문화재청의 과실로 인해 갑자기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건 부당합니다.


홍무열 저 역시 문화재청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2017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고 난 후, 문화재청은 지방 자치 단체에 법안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야 합니다. 문화재청은 그런 과정에서 미흡한 행정 처리를 했습니다. 건설사는 합법적인 허가를 받고 공사에 착수한 건데, 문화재청의 잘못으로 인해 공사를 중지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사는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요청에 불복하여 행정 소송을 했습니다. 12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은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며 공사를 재개하도록 했는데요. 문화재 보호와 입주민 거주 중 어느 게 우선돼야 할까요?


이선우 입주민들의 거주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화재청은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장릉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아파트가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경관 보호를 위해 국민이 거주할 권리를 막는 게 옳은 것일까요. 아파트 때문에 유네스코 등재가 취소된다 한들, 그로 인해 국가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존재하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다현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수천 명의 입주민을 쫓아내는 게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장릉의 문화적 가치가 더 크다고 봅니다. 문화재는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자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개체입니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은 민족의 얼을 지키고, 민족성을 고양하는 것입니다. 입주민의 거주도 중요하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인 장릉을 보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유동 이번 사건에 얽힌 입주민의 입장은 안타깝지만, 저도 문화재 보존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법정 판결문은 선례를 중요시한다는 법률 체계를 근거로 하는데, 이번 사건은 2017년 법안이 제정되고 처음으로 제약에 걸린 일입니다. 만일 문화재청이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건축을 승인했다는 선례가 발생하면, 훗날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같은 선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문화재청이 매번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면 문화재 또한 잘 지켜지지 못할 것입니다.


이선우 이번 사건이 선례가 되면 훗날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계신 것 같은데, 사실 법률상으로는 아직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건설사가 2019년에 관할 지자체에서 건축 사업승인서를 받았지만,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을 고려하지 않았던 점을 불법이라 간주할 수 있을지는 대법원의 판결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건설사 측 잘못이라 판단해 철거를 요청하기는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홍무열 문화재와 주거지 모두 빨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둘 중 주거지 확보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주민의 거주는 한 가족의 생존 문제입니다. 입주가 지연된다면 무주택 입주 예정자들은 갈 곳도 없습니다. 보상금이 있다고 해도 재판이 끝나야만 지급될 텐데, 재판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입주민의 주거를 먼저 해결하고 추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청은 아파트 고층부 철거, 장릉 인근 나무 심기 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으나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아파트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죠. 아파트 철거에 찬성 또는 반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다현 아파트가 철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릉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 중 하나는 풍수지리적인 요소 때문입니다. 고층부 철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안정성 문제 때문인데, 이는 건설사와의 협의나 후속 처리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장릉의 고유 가치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 문화를 지키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생긴다면 국제적으로도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입주민들의 주거 문제와 재산권, 보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문화재 보존 가치는 지켜져야 하고 그에 따른 철거도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유동 다현 님의 의견에 덧붙여 말하고 싶은데요.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여행 인구의 확대로 관광 수입도 증가할 텐데, 세계문화유산에서 탈락하면 한국 관광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결국 국가에 이득이 되는 건 아파트 철거라고 생각합니다.


홍무열 현재 입주민들은 당장 거주할 집이 없어진 상태입니다. 그들의 거주권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철거가 이뤄지면 안 됩니다. 또 현재 문제가 되는 아파트를 철거한다고 해도 그 뒤에 또 다른 아파트가 건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경관은 이미 훼손됐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를 이유로 일부 아파트만 철거하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차라리 아파트는 그대로 두고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입주가 지연되거나 아파트가 전면 철거될 경우, 입주 예정자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야 할까요?


이선우 입주민은 조직도, 정부도 아니기에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건설사가 입주민들의 주거비용을 선제적으로 배상해주고, 그다음에 문화재청을 상대로 소송해서 법리에 맞게 배상 금액을 받아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홍무열 법적인 다툼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제일 크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기적인 소송 과정 동안 장릉이 유네스코에서 탈락할 것 같아서요. 법적 공방을 벌이는 동안 입주가 지연된 주민들이 아파트 앞에서 농성하거나, 혹은 건물 안에 막무가내로 들어가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재와 건설사 그리고 정부 모두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건설사와 문화재청이 빠르게 합의했으면 합니다.

이번 사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문화재 보호와 주거지 확보의 충돌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각 기관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유동 문화재청은 상호 기관과 부처 간 체계적인 소통 방법을 구축해야 합니다. 법안이 개정됐는데 관계자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이런 일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새로운 법안의 소식을 제대로 공표해야 합니다. 건설사 또한, 문화재 근처에 건물을 짓거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는 문화재 관련한 법률이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건설사와 문화재청, 지자체 모두가 협력한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홍무열 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반경 500m 안만 보호하면 된다는 식인데요. 이렇게 따지면, 사실 500m 밖에 있으면 어떤 일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화재 주변 환경을 보다 건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법을 조금 더 신경 써서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Audience Talk


이다현
숭실대학교 AI융합학부 20학번

이번 토론을 통해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예전에는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역사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토론을 통해 문화재의 의미와 가치를 곱씹어볼 수 있었어요. 만일 나중에 장릉 주변에 아파트가 보인다면 이번 토론을 다시 떠올려볼 것 같네요.
 

이선우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8학번

토론을 준비하면서 문화재와 관련된 뉴스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 문화재 보호나 주거지 확보 중 하나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동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18학번

이번 사건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예요. 하지만 대선,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뉴스로 인해 다소 묻히는 것 같아요. 토론을 통해 놓치면 안 될 뉴스에 관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홍무열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18학번

사실 평소에 문화재에 엄청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이를 통해 문화재의 중요성에 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CREDIT
취재 이서희, 이효나 학생기자
 이효나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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