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도입, 당신의 생각은? 고려대학교 토론 동아리 ‘고란도란’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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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나이 도입, 당신의 생각은?
고려대학교 토론 동아리 ‘고란도란’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나이를 센다. 실생활에서는 이런 ‘세는 나이’를 사용하지만, 공문서나 법률에 따라 ‘만 나이’와 ‘연 나이’를 병행한다. 만 나이 도입이 대두된 요즘, 한국식 나이 문화를 강조하는 의견과 국제 흐름에 맞춰 만 나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향후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고려대학교 토론 동아리 ‘고란도란’과 이야기를 나눴다.

 

만 나이 도입이란?
한국에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세는 나이’, 공문서나 법조문 등에서 사용되는 ‘만 나이’, 청소년 보호법과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 사용되는 ‘연 나이’가 있다. 본래 세는 나이는 중국에서 시작돼 동아시아 국가가 공유했다. 그러나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했고, 중국은 1960~70년대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4월 11일,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로 인해 혼란을 겪은 적 있으신가요?
정재영 대학 생활 중 여러 불편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특히 외국 학생과 교류할 때 은연중에 한국 나이를 말한 후 번복하기도 했죠. 이 외에도 ‘빠른 연생’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세는 나이로 20살이 됐을 때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기로 했지만, 빠른 연생 친구는 법적으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애매한 순간이 많았어요.

이승민 저도 외국인과 교류할 때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외국에 살며 불편함을 직접 느꼈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나이를 물어보면 한국식 나이로 대답했기 때문에 제가 나이가 더 많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이후엔 혼란을 막기 위해 태어난 연도를 함께 대답했어요. 한국에선 큰 문제를 겪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이미 한국식 나이에 대해 알고 있더라고요. 세는 나이는 우리나라 학기제에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봄에 학기를 시작해 겨울에 끝나기 때문에 같은 반에서 나이 차이로 생길 문제를 줄일 수있죠.

김수민 기사를 통해 관련 이슈를 접했습니다. 남양유업과 노조 측이 단체 협약에 적힌 ‘56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해석에 대해 법적 분쟁까지 벌였습니다. 1심 재판에서는 세는 나이로 해석했고, 2심에서는 만 56세로 판결했습니다. 결국 해당 이슈는 대법원까지 갔고, 만 56세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이처럼 현 나이 체계로 많은 혼란이 발생합니다. 만 나이를 써야 하는 공적 범위 판단 기준에도 의문이 생기고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 나이 통일’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해당 이슈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수민 만 나이 도입 쟁점은 사회적 합의가 먼저인지, 입법을 통해 인식을 바꿔야 하는 건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생활에선 대부분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호칭이 정해지기 때문에 법이 바뀌더라도 국민 인식에 괴리가 생길 겁니다. 각종 사회적 편익을 위해 우선 법을 바꾼 후 인식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죠. 사회적 비용 발생과 편익 크기를 비교해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혼란이 있을지라도 장기적 편익을 위해 만 나이 도입에 찬성합니다.

정재영 저도 만 나이 도입에 찬성합니다. 반대하는 입장은 행정이나 제도적으로 통합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그만큼의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왔다는 뜻 아닐까요? 따라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만 나이 통일로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행정·의료 서비스 혼란과 국제 관계에서 나이로 인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이득을 가져올 것입니다.

유정민 한국식 나이 문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교육 체계에도 문제가 생길 거고요. 물론 지금 체계에 나름의 불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만 나이를 도입하는 건 급진적 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만 나이 도입으로 얻고자 하는 편익이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 사진 출처_'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가 세는 나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재영 세는 나이가 우리나라만 가진 문화라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겪는 불편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분화된 나이 체계로 불편을 겪는다면 관습이라 할지라도 변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문화에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건 대중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입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정민 나이는 단순한 문화를 넘어 연대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합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계층을 집단화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하죠. 대학 학번 문화와 비슷합니다. 만약 세는 나이를 폐지한다면 한국식 문화 자체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세는 나이가 유지된 이유도 집단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살리고자 사회적 합의를 이룬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식 나이를 폐지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김수민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혼란이 개인에게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 나이 체계 유지는 행정 인력 낭비와 혼선을 초래합니다. 때문에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재영 도로명주소 도입 당시를 생각해보면 불편하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리 잡은 정책이 됐죠. 1997년부터 도로명주소 시범 사업을 시작해 각종 시설물과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2014년 전면 시행을 이뤘습니다. 당시처럼 적극적 홍보와 충분한 계도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정민 도로명주소 사례는 만 나이 도입과 결이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지 않은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약 1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자리를 잡았죠. 실생활과 더욱 밀접한 나이 체계 변화는 훨씬 긴 시간을 두고 이뤄져야 합니다. 더불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 기조가 이어질지 우려됩니다. 따라서 큰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승민 만 나이를 도입한다면 동시에 청소년 보호법과 병역법 정비가 필요합니다. 법무부는 사법 관계에서 만 나이 사용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민법의 만 나이 적용 원칙이나 표기 방법을 명문화해야 하고요.

만 나이 도입 시 긍정적, 부정적 측면은 무엇일까요?
유정민 정부에서 ‘오늘부터 만 나이를 도입한다’라고 해서 관습이 된 나이 체계를 한 번에 바꾸긴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혼란이 더 클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체계가 바뀌면 초·중등 교육 제도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만 나이 도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많다고 봅니다.

정재영 나이 체계가 통일되지 않아 생기던 오해나 소통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현재 행정 체계에서는 민법상 만 나이가 기준이 되고 있지만, 청소년 보호법과 병역법에는 예외적으로 연 나이를 적용합니다. 현재 검토 중인 만 나이 도입 세부 사항을 보면 해당 법안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편입할 계획입니다. 단일한 체계로 효율적 업무가 가능할 것입니다.

김수민 만 나이 통일은 행정 효율성을 재고할 수 있고 한국식 수직적 문화 타파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우선, 나이별로 정책이 다르게 적용돼 발생하는 혼란이 사라질 것입니다. 예컨대 코로나19 소아 백신 접종의 경우, 같은 해에 태어났더라도 생일에 따라 백신 종류가 완전히 달라져서 혼선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나이는 보건 복지, 노동, 조세, 병역, 교육 등 행정에서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나이 계산법을 통일한다면 신속 정확한 행정 서비스 조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21년 6월 만 나이 통일법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정민 법은 사회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의미합니다. 만 나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우선입니다. 먼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만 나이 도입에 관한 법률을 논할 수 있습니다.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상황에 갑자기 만 나이를 도입하는 건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에 통과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승민 만 나이 도입으로 얻는 실질적 이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이 체계를 통일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사람들 인식이 만 나이 체계와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공적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의문입니다. 물론 혼란 등을 감수하며 통일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세는 나이를 쓰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정재영 관심도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에 들어온 법안은 1만 건이 넘습니다. 새로운 법안이 발의되면 중요성을 따져본 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하는데 만 나이 도입 법안은 순위에서 밀려났던 거죠. 다음 임기 대통령이 만 나이 도입에 대한 의지가 크기 때문에 작년과는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수민 행정학 규제정치이론에 따르면 만 나이와 세는 나이 혼용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은 불특정 다수에 넓게 분산되는 대중정치에 해당합니다. 즉 국민 개인 차원에서는 이익이 크지 않은 편 이기에 누군가 앞장서 만 나이 통일을 관철하지 못하는 거죠. 국민 대표자가 결단력 있게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향후 만 나이 도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재영 다음 정부 의지가 크고, 만 나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식 나이 폐지 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71%가 한국식 나이 폐지와 만 나이 공식 사용에 찬성했습니다. 관습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의견은 정부의 적절한 홍보와 충분한 계도 기간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작은 인식이 모여 변화를 이룰 수 있기에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승민 사회적 관심이 클지라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별개로 국가가 제어할 수 있는 건 행정적, 법적, 공적 영역입니다. 인식 변화는 다른 문제죠. 시행되더라도 만 나이 통일로 기대되는 효과가 현실적인지 의문입니다.

유정민 인수위에서 언급할 만큼 주요 정책으로 손꼽히기에 만 나이 도입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대로 시행되려면 국민을 얼마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국민 참여와 홍보를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만 나이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수민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행정 업무에 만 나이가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은 아닙니다. 또한, 나이에 의한 서열 문화가 없어져야 하는 악습이라는 점은 모두 공감하실 텐데요. 만 나이 도입으로 이런 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기에 나이 계산법을 통일해도 큰 저항은 없을 것 같습니다.



Audience Talk
 

김수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20학번

만 나이 도입에 관한 토론을 준비하며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입법해야 하는 건지, 입법을 통해 인식을 견인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가능한 선택지의 정당성과 효과를 비교해보고, 더 좋은 방향의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유정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21학번

만 나이 도입은 시의성을 가진 논제임에도 이야기해 볼 토론의 장이 적었는데, 좋은 기회로 참여해 영광입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색다른 자리라 재미있었습니다.
 

이승민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0학번

유익한 토론을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평소 동아리 활동만으로는 많은 주제를 다루지 못했는데, 사회적 논의 대상이 되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해주셔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정재영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21학번

만 나이 도입 이후 바뀔 일상에 대해 상상해보고, 여러 관점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와 관습을 바꾸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고유한 가치를 지키며 일상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REDIT
취재 이서희, 이효나 학생기자
 이서희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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