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어떻게 보셨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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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어떻게 보셨나요?
 
지난 5월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일본 유명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촬영, 연출한 영화이기에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은 여러 등장인물의 예기치 못한 여정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대학 연합 토론동아리 ‘세론’과 영화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화 <브로커> / 드라마, 129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개봉 2022년 6월 8일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동수(강동원)는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를 찾으러 돌아오고 세 사람은 새로운 보호자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브로커>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은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영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등 주로 가족이 주제인 영화를 제작한 그는 <브로커>에서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소재인 베이비 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부모가 아이들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이다.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온 영유아는 아동일시보호소로 옮겨져 최대 6개월까지 머물다 입양되거나 아동 복지시설로 옮겨진다. 2009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주사랑공동체의 집’에서 처음 만들었으며, 현재는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군포,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 있다.

*이 기사에는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브로커>를 본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손영비 베이비 박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질 때쯤 관련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나와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까지 생명의 중요성과 여성의 삶 중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어떤 걸 중요시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중간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상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전작처럼 가족과 공동체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따뜻한 영화였어요. 불법적인 일로 엮인 관계이며 법적으로 용인된 공동체가 아닌데도 서로 아끼고 보듬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물 간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이 더 많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황희준 솔직히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어요. 우선 일본어로 쓴 대본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그런지 대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 부족했고요. 범죄를 미화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 이 점도 아쉬웠습니다.

박소원 영화를 볼 때 결말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마무리가 찝찝했어요. 원래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인상 깊은 캐릭터가 있나요?
박소원 인물 서사가 너무 뻔했어요, 예고편을 봤을 때 ‘소영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사정 때문에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뒀을 거다’라는 전개를 예측할 수 있었어요. 다른 인물 역시 예상하던 내용으로 흘러가더라고요.

황희준 소원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영화 속 인물은 대부분 아슬아슬한 악인처럼 느껴졌어요. 영아 납치와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브로커 여정을 그렸으니까요. 심지어 배두나가 맡은 형사 수진조차도 옳지 않은 방법으로 수사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주영이 맡은 이은주가 그나마 선인에 가까운 인물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손영비 저는 동수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보육원 출신이자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한다는 점을 보면 동수가 영화 속 우성의 미래를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우성이는 결국 입양되지 못하고 소영이가 키우기에도 애매한 환경에 처하잖아요. 결국 동수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박소원 자동 세차장에서 창문을 내려서 모두 물에 젖는 장면이 있습니다. 다들 행복해하며 웃는데요. 그 모습이 가장 부자연스러워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서로 감정이 깊어진 상태이긴 했지만 다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일부러 연출을 위한 장면을 집어넣은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손영비 저도 다 같이 물 맞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이유는 소원 님과 다른데요. 주요 인물 전부 결핍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마치 가족처럼 하나가 돼 행복하게 웃는다는 게 좋았어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결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황희준 소영, 수진, 은주가 건물 옥상에서 삼자대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경찰관과 피의자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혹은 여성 대 여성으로서 영아 유기, 베이비 박스 문제에 대해 굉장히 솔직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 부분이 영화 주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인 것 같았어요.

일본 감독이 한국 자본, 스태프, 배우와 제작한 작품인데 특별한 차이를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황희준 아무래도 영화 전체를 지휘하는 감독이 일본인이니까 나머지 요소가 한국적이라 해도 일본 특성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점이 부자연스럽다는 거예요. 대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 감성이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 감성이 나쁜 건 아니지만 한국적 요소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손영비 일본 특유의 화면 색감이나 감성을 느꼈어요. 조금 색 빠진 듯한 느낌 있잖아요. 영화가 지루했던 부분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한국인 감독이 연출했다면 비교적 흐름도 빠르고 전체적으로 색감이 뚜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칸에서 영화 <브로커>가 관심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손영비 휴머니즘 영화가 주는 분위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봉고차를 타고 여정을 떠난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칸을 감동으로 물들인 것 같아요.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다른 나라에서도 베이비 박스를 운영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생명을 다룬 주제이기도 해서 여러 나라가 공감할 만한 요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박상현 주제가 신선하고 사회적 의미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전작과 비슷한 점도 있고요. <아무도 모른다(200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에서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볼 수 있었거든요. <브로커>에서도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이면을 꼬집었죠.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재인 ‘베이비 박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소원 영화처럼 원치 않은 임신을 했는데 아이를 지울 여건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낳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아이의 입양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도 있고요.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을 위해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는 것 자체는 찬성합니다.

박상현 베이비 박스가 없었더라면 죽었을 아이들이 살아난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순기능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어요. 하지만 하나의 생명이 작은 박스에 담긴 걸 보면 안타까움이 더 커요. 유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손영비 그나마 베이비 박스를 통해 살아갈 기회라도 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황희준 전 반대합니다. 베이비 박스는 절대 해결책이 아니에요. 물론 아기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일부 존재하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 방법을 제시해야지 베이비 박스라는 도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됩니다. 베이비 박스는 영유아 유기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국가가 나서서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살아갈 쉼터를 만들어주거나 입양을 돕는 등 적극 지원하는 게 맞고요.
 

영화는 ‘좋은 보호자(양육자)’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립니다. 올바른 보호자 역할은 무엇일까요?
박소원 가장 큰 역할은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울타리가 돼 주는 거죠. 자녀가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날 때 보호자가 안정감을 줘야 합니다. 감정을 어떻게 분출하고 억누르는지를 알려주는 게 보호자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박상현 영화를 보면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대사가 있는데요. 이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양육자이지 않을까 싶어요. 태어난 사실만으로 고맙다고 하는 거니까요.

황희준 좋은 양육자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식주 제공과 폭력 없는 가정은 필요 조건이라고 봅니다. 이를 충족한 상태에서 피보호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 속 소영은 당연히 좋은 보호자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손영비 아이를 편하게 해주고 그러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요. 영화에서 소영이 아이와 잘 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런 행동이 좋은 보호자가 되려고 애쓰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희준 님 의견과 달리 소영 역시 좋은 보호자라고 생각해요. 보호자가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아이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도록 좋은 양육 방향을 고민해야 하죠.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요?
황희준 범죄를 미화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소영은 살인범·성매매자·영아 유기범이고 상현, 동수는 인신매매범이에요. 목적과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어요. 감독 특유의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으로 좋게 포장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박상현 영화보다 드라마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해요. 인물이 가진 사연을 두 시간 안에 전부 풀어내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동수 과거나 상현 가족 이야기가 부족해서 아쉬웠어요. 전반적으로 동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점도 있었고요. 동수가 없어도 영화 흐름에 문제가 생기지 않거든요. 캐릭터 입지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손영비 크게 아쉬웠던 점은 없지만 하나만 꼽자면 영화가 지루했다는 점이요. ‘사실 우린 다 착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완전한 악인이 등장했다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궁금해요.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박소원 첫 번째는 사회에 소외된 사람이 많다는 고발이요. 두 번째는 그런데도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두 가지로 생각했습니다.

황희준 ‘사회에서 악인으로 보이는 인물도 의도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나 사회적 구조 때문일 수 있으나 넓은 아량으로 바라보자’라는 게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박상현 공동체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 아닐까요. 주요 인물은 소위 ‘정상 가족’이 아닌데요. 불안정하더라도 새로운 형태로 가족을 꾸린 덕분에 그들만의 유대가 생깁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공동체 자체가 주는 안정감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손영비 베이비 박스라는 소재를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고발성이 강한 영화라고 느꼈어요. 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나 법적 조치를 마련하자는 게 아닐까요?


Audience Talk
 

황희준
아주대학교 사학과 21학번

영화를 주제로 토론해서 좋았어요. 민감한 주제에 대해 내 의견을 표현하고 반대 의견도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번 토론과 기사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베이비 박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박소원
한성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21학번

<브로커>를 보면서 베이비 박스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의견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느낀 다양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박상현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17학번

토론하면서 영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됐어요. 특히 영화 소재가 현실에 존재하는 베이비 박스였기에 실제 사회 문제와 연관 지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영화가 제시하는 공동체 의미, 공동체가 개인에게 가져다주는 안정과 편안함도 생각할 기회였습니다.
 

손영비
성신여자대학교 바이오생명공학과 20학번

영화를 소재로 다양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즐거웠습니다. 영화 주제와 내용을 자세히 생각해보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뜻깊었습니다.
CREDIT
취재 최서연, 이서희 학생기자
 최서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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