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을 위한 극단적 체중 감량 ‘프로아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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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을 위한 극단적 체중 감량
‘프로아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날씬한 몸이 미(美)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요즘, 뼈가 보일 정도로 마름을 추구하는 이른바 ‘뼈말라’, ‘프로아나(pro-ana)’를 좇는 사람이 늘어났다. 식욕억제제 과다 복용,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등 잘못된 다이어트로 섭식장애를 앓고, 환각과 우울증 등 부작용을 겪으며 사망까지 이르기도 한다. 극단적 다이어트로 인한 섭식장애, 프로아나에 대해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아나
프로아나는 ‘pro(찬성한다)’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가 합쳐진 말로,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선망하고 따르는 섭식장애 환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섭식장애 환자는 2017년 8,168명에서 2021년 1만 90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남성보다 여성 발병률이 13배 높으며, 10~20대 여성 환자가 전체의 52.7%를 차지했다. 또한 10대 환자가 늘어난 게 최근 특징이다. 프로아나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에 매혹되기 쉽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프로아나’ 위험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김현서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 보는데요. 뼈가 드러나도록 마른 모습을 담은 유튜브 썸네일이 충격적이라서 프로아나 문제를 지적한 방송을 시청했었어요. 나비 모양으로 생긴 식욕억제제인 일명 ‘나비약’과 프로아나에 대해 알게 됐죠.

이지윤 저도 현서 님께서 말씀하신 <그것이 알고 싶다>나 유튜브 채널 <스브스 뉴스> 등을 통해 접했어요. 마약류 식욕억제제, 통칭 나비약을 섭취하면서 극단적 다이어트를 하고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며 자랑으로 여기는 건 사회 문제입니다.

박민지 사실 프로아나라는 용어 자체는 오늘 토론을 준비하며 알았어요. 거식증은 알았지만 그 증상을 옹호하는 현상이 있다는 건 몰랐거든요. 자료 조사를 하면서 개인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민서 저도 프로아나는 처음 들은 말인데, 관련 현상은 익숙했어요. 주변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끼니를 거르는 친구를 자주 봤거든요. 하루 한 끼만, 심하면 빵 한 조각만 먹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목격했던 사례도 일종의 프로아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여러분은 체중 감량을 한 경험이 있나요?

박민지 살이 조금 쪘었는데, 실제로는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거나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식단을 조절한 적이 있어요.

김현서 고3 때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은 제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재수할 때 공부보다 다이어트를 우선으로 삼기도 했어요. 1년 동안 25kg 정도를 빼면서 하루 종일 거의 안 먹고, 무조건 걸어 다녔고요. 지금 돌아보면 프로아나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이민서 저도 고등학교 때 살이 많이 쪘어요. 사회 기준에 내 몸을 맞추려니 엄청 스트레스 받고, 제 몸이 너무 싫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무리하게 다이어트 하다가 나중에는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골고루 하면서 영양소를 고루 갖춘 건강한 식단으로 감량했습니다.

이지윤 수험생활을 하면서 단기간에 몸무게가 늘었는데 실시간으로 건강이 나빠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그 모습으로 대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죠. 예쁜 옷도 입으면서 청춘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밀가루와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하루에 2시간씩 운동하며 살을 뺐던 경험이 있습니다.

 

프로아나가 사회 문제가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지윤 미디어 영향을 무시할 수 없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을 보면서 ‘저렇게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니까요. 특히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이 SNS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진을 보거나 공유하면서 프로아나 같은 극단적 현상이 유행처럼 퍼진 것 같아요.

김현서 인플루언서 영향이 크죠. 연예인의 마른 몸은 직업적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테지만, 인플루언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과 비슷해요. 그래서 일반인도 말라야 한다는 인식을 주고요. SNS를 일상처럼 접하니까 그런 사람을 기준으로 자기 몸을 판단하는 거예요.

박민지 다양한 체형이 존재하는데도 ‘마른 몸매가 제일’이라는 인식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사실 마른 몸을 만들려고 식단 조절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평범하고 통통한 몸을 위해서는 특별히 관리하진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생기는 마른 몸에 대한 우월감도 있다고 느껴요. ‘저렇게까지 마를 수 있다고?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간극에서 ‘나도 저런 체형이 돼야 해’라는 극단적 판단까지 이어진다고 봅니다.

이민서 서로를 신경 쓰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고등학교 때 “돼지, 뚱뚱하다”라는 놀림을 받곤 했어요. 직접적으로 놀리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운동을 하는 게 어때? 살이 좀 쪘네.”라는 등 제 몸을 평가하는 말을 많이 들었죠. 우리나라는 특히 다른 사람 외모에 관심이 많은 편이잖아요. 길거리에서도 누군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경우가 흔하고요. 타인 시선에 갇힌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인 거죠.


완벽한 몸을 만들어 촬영하는 ‘바디 프로필’이 유행하면서 섭식장애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김현서 바디 프로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널리 유행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여겨지고,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느끼는 게 문제예요.

박민지 저도 바디 프로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봐요. 운동과 노력의 결과물이잖아요. 하지만 준비를 위해 극단적 다이어트를 하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도전 이유를 상기하면 좋겠어요.

이민서 저는 바디 프로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보여주기식 문화 같거든요.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SNS에 올리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화라는 방증이죠. 원래 운동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과도한 식단 조절과 엄청난 운동량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단계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급하게 시도한다면 건강하지 못한 과정이 될 거예요. 결국 몸은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윤 바디 프로필 준비 과정이 오히려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해요. 민서 님 말씀처럼 주변 사례를 보면 모두 SNS에 사진을 올릴 목적이었죠. 촬영 이후에는 보상 심리로 폭식을 하는 경우도 흔하게 접했어요.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최근 유튜브는 섭식장애 관련 행동을 조장하는 콘텐츠에 대해 제한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SNS 규제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현서 콘텐츠를 금지하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섭식장애를 조장한다고 평가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요. 어떤 몸은 옳고, 어떤 몸은 틀렸다는 판단이 무의식에 박혀 있는 게 원인입니다.

박민지 저는 SNS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우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중고등학생은 화장이나 몸매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며 외모에 쉽게 집착하곤 해요. 대부분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콘텐츠 예시로 ‘극단적 칼로리 계산’ 등을 떠올릴 거예요. 청소년이 이런 부분을 영상으로 접하고 따라 하기 쉽다는 게 문제죠.

이지윤 어느 정도 선에서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변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 청소년 시기는 유해한 SNS 게시글 등을 따라 할 위험이 커요. 잘못됐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모방하는 사례가 많고, 심지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 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콘텐츠 제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유해 정보에서 청소년을 보호할 의무도 있습니다.

이민서 SNS 규제가 큰 효과를 낳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해요. 프로아나는 특정 콘텐츠보다 사회적 인식이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서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SNS 규제로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섭식장애를 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고,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게 먼저죠. 그러다 보면 ‘뼈말라’를 조장하는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회 분위기와 달리 섭식장애 관련 치료시설이나 전문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부족한 편입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민서 외모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당연시하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강남역에만 가도 성형외과가 널렸죠.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이어트약 종류도 굉장히 많고요. 마른 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섭식장애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이지윤 정신질환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주원인이죠. 그래서 섭식장애가 있어도 숨기거나 관련 정보가 부족해 자신이 프로아나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거예요. 건강한 다이어트는 자기 관리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적당함과 과함의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김현서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에 몰두하기 때문에 섭식장애를 ‘장애’ 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봐요. 프로아나를 ‘소식좌’ 등 적게 먹는 식습관 일부로 판단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죠.

박민지 저도 섭식장애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과식이나 비만 등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적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극단적으로 먹지 않는 문제에도 경각심을 주는 등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각자 생각하는 미(美)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이지윤 남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해치는 건 아름답지 않아요. 체중에 강박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지 않도록 섭식장애 인지 교육과 더불어 치료 시설도 늘어나길 바라요.

박민지 모두 본연의 모습이 가진 아름다움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해요. 예쁨의 기준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죠. 획일화된 기준에 맞춰서 ‘예뻐야 한다’라는 인식을 없애는 게 목표고요. 그런 틀이 생길수록 남과 비교하며 박탈감을 느끼고 집착하게 되니까요.

이민서 모든 사람의 다름을 아름답다고 인정해야죠. ‘아름답다’ 어원이 ‘나’를 뜻하는 ‘我’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국 나다운 게 아름답다는 뜻 아닐까요? 각자 다름을 인정하고 모두 아름답다고 느낄 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될 거예요. 다양한 교육 콘텐츠 등을 통해 어릴 때부터 지금과 다른 미적 관점을 학습해야 합니다.

김현서 미에 대한 올바른 관점은 타인은 물론 내 모습도 어떤 틀에 맞춰 판단하지 않는 거예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자기 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잖아요. 타인 모습에 왈가왈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문제고요. 프로아나 같은 현상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섭식장애를 비롯해 타인을 평가하는 문화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고, 남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해요.



Audience Talk
 

김현서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부 20학번

또래 친구들과 프로아나를 주제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토론을 통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습니다. 한 주제를 두고도 사람마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걸 느꼈어요. ‘다름’을 인정하는 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되는 세상이 오길 꿈꿔봅니다.
 

박민지
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과 20학번

평소 거식증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었는데요. 다른 생각을 가진 학우들과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늘 토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프로아나 관련 기사나 주변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민서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21학번

그동안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주변 사회 현상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지윤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21학번

외모에 대한 미디어 영향력과 사회적 시선, 프로아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경험이었습니다. 토론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무리하지 않고 다이어트를 하길 바라요.
CREDIT
 조효선 인턴기자
취재 조효선, 임채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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