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유발하는 자극적 예능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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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유발하는 자극적 예능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능은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여주겠다는 명분으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중 필요 이상의 자극적 연출을 하는 방송이 등장하고 있다.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화제성에만 초점을 맞춘 사연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한 여러 문제에 대해 백석대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예능
부부싸움, 미성년자와 성인의 결혼 등 자극적 소재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가 늘었다.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은 갈등을 겪는 부부가 출연하는 관찰형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다. MBN 예능 <고딩엄빠>는 고등학생 10대 부모의 결혼과 육아 등을 다룬다. 이외에도 이혼한 부부가 재회를 고려하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부부간 ‘앞담화’가 콘셉트인 채널A 예능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등이 그 예다. 해당 프로그램은 고민 해결이라는 취지와 달리 자극적 소재, 연출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논란이 된 예능을 시청한 적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채민 <고딩엄빠>를 시청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관련 사업계획을 진행한 적이 있어 더욱 꼼꼼히 봤던 기억이 나네요.

김정현 유튜브에서 <고딩엄빠>를 처음 접했는데요. 그 후 방송도 조금씩 챙겨봤습니다.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예린 다른 분들이 언급하신 예능을 많이 접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서 자극적 장면을 자주 봤어요.

서한나 저는 다들 말씀하신 것처럼 방송을 시청하기도 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방송 캡처본을 봤던 게 기억나요. 연예면 기사나 뉴스에서 접한 적도 있고요. ‘자극적 내용이라 단편 콘텐츠로 재생산하기 더 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극적 소재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주변 반응과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경험이 있나요?

김정현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이 <고딩엄빠>여서 이 프로그램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부부가 서로 다투는 장면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이런 내용까지 방송해야 하냐”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대부분 갈등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채민 저 역시 <고딩엄빠>에 대한 주변 반응이나 뉴스가 기억나요. 프로그램 이름이 ‘고등학생’ 엄마 아빠라는 뜻이잖아요. 10대에 부모가 된 사람이 출연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보도와 주변 반응이 다수였죠.

이예린 프로그램 시청 후 SNS와 뉴스 등을 통해 반응을 찾아봤어요. 더 나은 방송 문화를 위해 자극적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한편, 갈등 피해자나 어려움을 겪는 출연자가 안쓰러워서 잘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서한나 부부 일상을 촬영하다 보면 자녀가 방송에 등장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아이들 신상이 노출되거나 사연이 알려진 걸 나중에 알게 되면 정신적 충격이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시청률이나 화제성 등 어떤 이해관계를 알고 출연하겠지만 아이들 의사는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프로그램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계속 시청하는 심리를 추측해 본다면요?

이예린 요즘에는 TV 외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하잖아요. 새로운 예능도 많이 등장했고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예능이 증가하는데, 그중에서도 더 눈길이 가는 자극적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됐죠.

서한나 완성하지 못한 문제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Zeigarnik) 효과’ 혹은 ‘미완성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끝났을 때 마지막 화까지 찾아보게 되는 것도 이에 해당합니다.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다신 안 봐.”라고 하지만 뒷내용이 궁금해서 결국 다음 화를 시청하잖아요. 이런 심리와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김정현 자극적 소재에 끌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흥미진진한 내용에 나도 모르게 계속 시청하는 거죠. 토론을 준비하며 찾아봤는데, 한나 님이 말씀하신 ‘막장 드라마’에서 ‘막장’ 뜻이 ‘광산 탄광의 갱도 끝에 있는 장소’라고 하더라고요. 끝까지 간다는 의미가 담긴 만큼 시청자는 호기심에 눈을 떼기 어렵죠. 막장 드라마를 보는 심리와 비슷하게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결말을 알고 싶어서 그런 듯해요.

이채민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심리가 그 이유고요. 다음으로 시청자가 점점 자극적 콘텐츠를 원하는 경향도 늘어난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는 논란의 여지를 주는 프로그램 속 갈등 당사자보다 자신이 더 잘산다는 안도감이나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또 많은 사람이 무엇을 칭찬하고 지적하는지 예능을 통해 관찰하기 위함도 있다고 봅니다.


논란이 되는 소재를 계속 다루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서한나 방송 관련 규제가 제작자와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존재하지만, 규제 강도는 약한 편이죠. <고딩엄빠 2>에서 18세 미성년자 여성이 10세 연상인 28살 남성을 만나 임신하고 미혼모 센터에서 혼자 출산한 사례와 19세 여성이 산후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내용을 방영했는데요. 해당 회차가 방송된 이후 많은 시청자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문제없음’이었어요.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는 게 드러나는 사례죠.

이예린 자극적 소재를 다루면 그 내용이 좋든 나쁘든 ‘뜨거운 감자’가 되잖아요. 여러 사람 반응을 유도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2018년 6월 시작한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도 조작 논란으로 비판받았지만 결국 11.2%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고 합니다. 144회나 방송했고요.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볼 사람은 본다는 태도로 제작하는 듯해요.

이채민 저도 화제성을 위해 더 자극적으로 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 의견도 관심이라는 입장으로요. 요즘 같은 시대는 시청률뿐 아니라 화제성도 중요하잖아요. 유튜브는 물론이고, 다양한 OTT까지 늘어난 경쟁자 사이에서 더 눈에 띄어야 하니까요. <고딩엄빠>도 시청률은 2% 대로 높진 않지만 에피소드마다 화제가 돼서 결국 시즌 3까지 나온 것처럼요.

김정현 한 프로그램이 잘 되면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많이 생기는데요. 자극적이라고 유명한 방송은 대부분 패널이 스튜디오에서 미리 찍은 영상을 보며 얘기하는 관찰 형식이 대부분이죠. 다른 프로그램보다 비교적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져가기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 같아요.

 

분노 유발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채민 ‘악마의 편집’을 통해 출연자 삶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연출하면 시청자도 그들을 부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예요. 그런 반응도 화제가 된다면 더 자극적 콘텐츠를 우후죽순 생산할 거고요. 악순환의 고리죠.

김정현 유해한 내용을 다루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접근성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기도 쉽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 장면을 접할 시 좋지 않을 영향을 받을 위험이 크기에 연령 제한을 거는 것처럼요.

이예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동에게 자극적 장면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부모를 촬영하기 위해 생활공간에 관찰 카메라가 들어오면 집에 있는 동안 아동의 사생활도 보호받기 힘들죠. 게다가 부부 갈등처럼 부적절한 장면을 연출할 때 아이가 받을 정서적 충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서한나 기획 의도와 프로그램 순기능을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찰 및 고민 상담 예능의 순기능은 ‘출연자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고민하고 있구나. 전문가가 제안한 해결책을 적용해 봐야겠다.’ 같은 문제의식 공유나 공감이잖아요. 그런데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그와 상반되는 감정인 분노를 유발해요. 게다가 논란이 발생했을 때 평소에 지키지 않던 기획 의도를 해명의 도구로 쓰죠. 이러한 관행은 고쳐야 할 부분 아닐까요?


분노 유발 예능이 등장한 게 사회 분위기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한나 어느 정도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2016년 OECD 30개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 갈등 지수가 3위라고 하더라고요. 결과의 근거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인 걸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나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이 많은 거죠.

이채민 많은 사람이 편안함보다 자극을 더 원하는 것 같아요. 타인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현대 사회 분위기와도 상관있다고 생각하고요. 예능을 보며 ‘저 사람보다는 내가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이예린 사람은 자신이 자주 접하는 콘텐츠 영향을 받고 그와 비슷한 가치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점점 자극적 장면이 많아지다 보니 사회 분위기 또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느낍니다.

김정현 분노 유발 예능은 주로 편견, 충돌, 이에 대한 비판 등을 다루는데요. 예린 님 말씀처럼 이런 점이 시청자에게 갈등과 혐오를 조성하고, 그대로 사회에 나타난다고 봅니다.


위 문제의 개선 방안 혹은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예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게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더욱 강력한 심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죠. 예능은 대중문화이고, 파급력이 큰 매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채민 시청자 차원에서 분별력을 기르고 콘텐츠를 접하려는 개인적 노력과 더불어 공적 규제도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목소리를 내면 작은 부분이라도 변화할 테니까요.

김정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으로 해결하기를 바라요. 프로그램 중심 내용을 분노나 갈등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이끌면서요. 자극적 예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주제로 폭넓은 시야를 담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

서한나 사회 결핍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채우려 고민하는 게 개선 방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갈등을 날것으로 조명하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요. 그럼 모두가 웃으며 볼 재밌는 예능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Audience Talk
 

이예린
백석대학교 특수교육과 20학번

자극적 소재로 기획한 예능을 보며 늘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분노 유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다른 분들 생각도 들어보고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채민
백석대학교 경찰범죄수사학과 20학번

최근 떠오르는 주제여서인지 기존에 나온 예를 들어 설명하기 쉬웠고 재밌는 토론이었습니다. 특히 학교생활을 하며 다른 학과 학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의견을 들어보게 돼 신선했고 즐거웠습니다.
 

김정현
백석대학교 산업디자인전공 22학번

시청률을 올리기 힘드니 점점 더 자극적 소재를 다룬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예능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지 생각해 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서한나
백석대학교 관광경영학과 23학번

평소 예능을 즐겨 보는데 관련 주제로 토론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분노 유발 예능이 등장했지만 이제 시청자가 웃으면서 볼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임채연 인턴기자
취재 임채연, 김예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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