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모색하다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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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고양이를 부탁해> 프로그램에서 고양이의 문제 행동을 척척 해결해 주며 ‘캣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명철 수의사를 만났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진료하던 그는 2006년부터 고양이 전문 병원인 백산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고양이 진료와 그의 반려묘에 대한 이야기, 고양이 집사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들어본다.
 

소동물 수의사가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수의학과는 수능 성적에 맞춰 진학했어요. 학교에서 다양한 실습을 하며 소동물 임상 수의사가 제게 잘 맞는다고 느꼈고요. 수의학과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해요. 소동물 외에 산업동물, 수생동물, 야생동물 수의사가 될 수 있고, 공무원이나 연구원으로도 일할 수 있죠. 제 경우 매니지먼트 개념이 강한 산업동물 수의사나 공무원 직무보다는 소동물 임상 수의사가 직접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감정 소모도 클 것 같아요.
수의사는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직업이에요. 늘 아픈 동물을 보니까요. 상태가 심각해 언제 무지개다리를 건널지 모르는 동물을 살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때는 보호자에게도 더 신경 써서 설명해야 하죠. 보호자가 느낄 감정을 이해하며 다독이고, 동시에 이성적으로 판단해 말씀드려야 해요. 예전에는 일하며 느끼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어요. 심리 상담을 받기도 했고요. 일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매우 무뎌진 것 같아요. 또 현재 병원이 중증 내과, 일반 내과, 외과, 치과, 건강검진 등 과별로 나눠 운영돼요. 저는 건강검진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나마 심각한 상태의 고양이를 덜 보니 마음도 덜 힘든 것 같아요.

단독 건물에서 고양이만을 진료하는 곳은 백산동물병원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최초의 길을 걸으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진료와 병원 운영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볼 데가 없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진료적인 부분은 결국 교과서나 논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다 보니 금전적으로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에요.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자부심도 있어요. ‘이루어가고 있다’,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저희를 인정해주는 수의사도 늘고 있어요.
 

고양이 전문 병원인 만큼 진료실도 일반 동물병원과 다를 것 같아요.
우선, 병원이 조용하지 않나요? 보통 동물병원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나요.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에게 자극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마련했어요. 또 고양이가 병원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들을 준비했죠. 진료실 한편에 디퓨저 형태의 고양이 합성 페로몬제를 두고, 숨는 습성이 있는 고양이를 위해 체중을 잴 때는 박스 모양의 체중계를 사용해요. 진료대에 열선을 깔아 고양이가 최대한 안락한 상태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요. 병원에서 일하는 스텝들의 행동도 일반 동물병원과 달라요.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앞서 얘기한 대로 개 짖는 소리가 나서 의사소통할 때 동작도 목소리도 크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수 없어요. 조용히 말하고, 조용히 움직이죠. 발소리도 잘 안 내고 다녀요. 그래서 저희 병원으로 이직한 분들은 적응하느라 몇 개월 정도 고생하세요.

고양이를 진료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계신 것 같아요.
고양이에게 병원은 무서운 공간이에요. 그래서 병원을 찾은 고양이는 예민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요. 잘못하면 손도 못 대보고 집에 돌려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진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고양이가 안정된 상태여야 검사도 할 수 있고 치료도 할 수 있죠. 진료 과정도 한 번에 진행돼야 해요. 개는 한 부분을 살피다가 다른 부분도 살펴볼 수 있지만, 고양이는 그렇게 하면 날카로워져서 더 진료하기 어려워요. 보호자를 통해 충분히 문진하고 검사와 치료 계획을 머릿속에 상세히 세우는 시간이 필요하죠.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 중이시죠. 얼마 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양이를 입양하셨어요.
넉 달 전쯤 유기묘 입양 프로젝트를 통해 새 고양이를 만났어요. 정말 잘 모시고 싶다는 뜻에서 이름을 ‘사모님’이라고 지었죠. 10여 년 전에 ‘아톰’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1년 반 정도 기르다가 하늘로 떠나보낸 일이 있어요. 전염성 복막염을 앓았는데 발병 원인의 하나가 스트레스라 제가 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었어요. 이후 고양이를 기를 준비가 되지 않으면 입양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집이 조금씩 넓어지고, 결혼을 하고, 아내도 고양이를 좋아하고, 시간적으로도 전보다 여유가 생겨 새 고양이를 맞이했어요.
 

‘사모님’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사모님이 저희가 꾸며준 방에서 밖으로 나오는 데 2주 정도 걸렸어요. 지금은 거실 소파에 올라와 제 무릎을 베고 눕기도 해요. 제가 목과 어깨에 걸어도 목도리처럼 가만히 있어요. 신뢰 관계가 생긴 거죠. 아톰을 기를 당시에는 하루 14~15시간씩 일하고 쉬는 날에는 잠만 잤어요. 지금은 출퇴근 시간도 규칙적이고, 아내와 둘이서 돌보기 때문에 사모님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충족시켜주고 있어요.

동일 프로그램을 통해 고양이 마을인 일본의 ‘아이노시마’와 대만의 ‘허우통’을 다녀오셨어요.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고양이 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들었는데요. 
제가 시즌 1에 참여할 때부터 제작진에게 고양이 마을 방문을 적극적으로 제안했어요. 두 곳 모두 고양이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에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 사람들이 고양이를 편하고 친숙하게 느끼기를 바랐어요. 우리나라에도 고양이 마을이 생기고, 고양이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계속 노출되면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나 나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출간한 책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집필하셨나요?
고양이를 기르는 분들이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썼어요. 고양이를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는 많지만, 전부 실행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이것들만 규칙적으로 해줘도 고양이는 최소한 80점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두고 필수적인 것들을 정리했어요. 책을 보면 환경 조성과 사냥놀이에 대한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와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고양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도, 고양이를 처음 기르는 분들께도 유용한 지침서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미 고양이를 기르고 있거나, 앞으로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 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고양이만의 특성이 있어요. 이를 이해하면 고양이와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 하는 분은 ‘20년을 책임질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면 좋겠어요. 10년은 좋을 수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 병을 앓고 더 세심하게 보살펴줘야 해요. 단지 귀엽다는 생각으로 고양이를 데려오지 않으셨으면 해요.

現 백산동물병원 원장
現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이사

방송 출연
EBS 교양 <고양이를 부탁해> (2018~현재)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2017)

YouTube
<미야옹철의 냥냥펀치>

도서
『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2019)
취재_신유미 기자 사진_안용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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