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들여다보는 의사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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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보는 의사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 바로 그 ‘통찰’일 거다. 영화를 보며 감독의 연출을 논할 때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내 세상을 더욱 넓혀준다. 지난 6월 《통찰지능》을 펴내며 의학은 물론, 세상을 보는 태도에 통찰을 더하자는 최연호 교수를 만났다.

 

환자를 만나는 의사, 학생을 만나는 교수, 독자를 만나는 작가로서 바쁘게 지내고 계실 것 같아요.
바쁘게 살아야죠. (웃음) 작년 12월까지 성균관대 의대 학장을 맡았는데요. 지금은 진료와 일반 교육만 해서 시간이 조금 많아졌어요. 요즘 최대 즐거움은 글쓰기예요. 저를 위해서라기보다 남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해요.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부모님께서 제 사주를 보셨는데 여자 만나는 직업을 가질 거라고 했다는 거예요. 의대에 진학하면서 산부인과를 선택하나보다 했어요. 서울의대 재학 시절 최용 교수님 강의를 듣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하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소아청소년과로 정했어요.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현실은 아이 진료만 하는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보호자인 엄마, 이모, 할머니를 대하는 일이 더 많죠. 그래서
‘아, 사주가 맞나보다’ 생각하게 됐어요. (웃음)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고충이 있으시다면요?
보호자를 만나는 게 고충이죠. 제 부족함도 느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들어주는 거더라고요. 끝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죠. 심리학책도 보며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경제까지 분야를 넓혀 다양한 책을 읽었더니 더 넓은 세상이 보이더라고요.

저서 《통찰지능》을 ‘일상의 교과서’라고 표현하셨죠. 의학보다 더 포괄적인 주제의 책을 쓰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통찰지능》은 의학에서 시작한 내용인데요. 다른 의사가 저에게 환자를 의뢰하면 제 생각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증상만 보고 약을 쓰거나 검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뒤에 숨은 건 보지 못하고 지식만으로 접근하기 때문이죠. 몸이 아파 찾아오는 아이를 살펴보면 가족 내 문제나 아이 성격이 원인일 때가 있어요. 이런 걸 조금만 들여다보면 약을 쓸 필요도, 검사할 필요도 없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걸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약이나 의학 지식만으로 환자를 치료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요?
관찰이 먼저예요. A, B, C, D라는 증상이 있다면 모든 상태가 설명 가능한 전체를 봐야 해요. 지식만으로 환자를 본다면 무언갈 놓치기 쉬워요. 증상은 여러 개인데 검사 한 번으로 다른 진단을 내리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의학 개념만으로 환자를 보기보다 마음이나 상황까지 전체를 보려고 해요.

그런 걸 통찰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통찰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지식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인공지능이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에 속박되면 오히려 지식의 노예가 될 확률이 높아요. 유발 하라리 ‘뒷담화 이론’이라는 게 있죠. 뒷담화가 인간 언어를 발전시켰다는 건데요. 상상력은 인간만 가진 선물이에요. 상상하지 않고 머문다면 더 발전할 수 없어요. 틀렸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연구하면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되는 거죠. 저는 그런 걸 통찰이라고 봅니다. 쉬운 말로 하면 지혜고요.

《통찰지능》에서도 IQ와 EQ를 합친 InQ, 통찰지능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어요. 일상에서 통찰지능을 키우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할 수 있을까요?
눈치가 빨라 다른 이 마음을 잘 읽고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는 사람을 통찰력이 있다고 하죠. 선천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능력을 키우려면 어려서부터 자꾸 질문을 던지고 의심하는 훈련을 해야 해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에 ‘왜’라는 생각을 해보는 거죠. 인간을 가장 뛰어난 고등 동물로 만들어 준 질문 하나를 꼽는다면 ‘왜’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혼자 산책할 때도 ‘저 가게가 왜 이곳에 들어왔을까?’ 생각해봐요. 가게가 잘 된다면 어떤 이유로 잘 될지, 그렇지 않다면 원인은 무엇일지 스스로 내기해 보는 거죠. 몇 달 후 다시 가보면 판단할 수 있잖아요. 이런 것들도 다 훈련이 되는 거예요. 주변 상황 하나하나를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고요.

성균관 의대 학장으로 계시며 인성 평가와 인문학 기반 의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교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모두 내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의사를 바라죠. 하지만 의학 교육에 그런 과목은 없어요. 온 국민이 바라는 건데 말이죠. 성균관 의대는 입학부터 인성 평가가 중요해요. 첫 강의에서도 마음 이론을 가르칩니다. 다른 사람 마음을 읽고, 타인이 보는 내가 진짜 나라는 걸 말하죠.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인성 평가를 중시하다 보니 아이들이 조금 더 부드럽고 착한 것 같기도 해요.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죠. 하지만 어떻게 모두를 바꾸겠어요. 잘 따라오는 학생이 있으니 그들이 분위기를 바꾸고 이끌어 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평소 독서와 영화 감상을 즐기신다고요. 대학생 독자에게 몇 가지 추천해주신다면요?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그 의미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해요. 오락 영화라고 해서 웃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감독 마음을 읽고 의도한 걸 들여다보는 거죠. 책을 읽을 때도 좋은 문구가 있다면 누가 말했는지,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든지 하고요. 책 한 권, 영화 한 편에 만족하지 않고 범위를 더 넓히는 거예요. 독서든 영화든 파생시킬 줄 알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뭐든 많이 보고 대화도 많이 해야죠. 자신의 영역을 더 넓히는 게 통찰로 나아가는 시작이에요.

 

PROFILE

경력
(現)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現)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前)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前)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무부학장
(前) 삼성서울병원 환자행복추진실 차장/Happy spirit 팀장
(前)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육부학장

저서
통찰지능(2022)
기억 안아주기(2020)

학력
199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박사
1992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석사
1988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CREDIT
취재, 사진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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