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밥심까지 책임지는 GS타워 김민지 영양사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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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밥심까지 책임지는
GS타워 김민지 영양사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에 걸맞게 학생이 학교일과를 버티는 중요한 이유는 맛있는 급식이다. 아무리 좋은 학교라도 밥이 맛없다면 선호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몇 년 전 급식에 랍스터가 등장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학교급식 위상을 높이던 김민지 영양사는 이제 GS에서 직장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식판만큼 따뜻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방송 출연도 많이 하셔서 바쁘실 것 같아요. GS그룹으로 이직한 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2020년 8월에 세경고등학교(이하 세경고)를 퇴사하자마자 다음 날 바로 GS에 출근했어요. 이 소식이 갑자기 기사화가 되면서 여러 방송사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1년 동안 평일은 일하고 주말에는 촬영하는 식으로 회사 업무와 방송을 같이 했어요. 저도 어느 정도 베테랑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급식과 회사 직원 식당은 정말 달랐어요. 학교 프로그램과 교육청 업무에 익숙한데 보고서와 PPT를 바탕으로 일하니까 너무 생소해서 힘들었어요. 동료분께 많이 물어보고 배우면서 아직도 새 내기 초심으로 일하고 있어요.

방송이나 인터뷰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2개가 있는데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유재석 님을 뵀잖아요. (웃음) 그 이유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방송 이후 저를 ‘유 퀴즈 영양사’, ‘랍스터 영양사’ 이런 호칭으로 많이 불러주세요. 사실 세경고가 처음 방송에 나간 건 6~7년 전인데도 저를 ‘유 퀴즈 영양사’로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런 호칭을 만들어준 <유 퀴즈>가 가장 기억에 남고, 또 하나는 가장 최근에 촬영했었던 <생활의 달인>이에요. 그전까지 어떤 방송을 해도 그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촬영했는데 4일 내내 아침 7~8시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났어요. 회사에서 촬영한 건 처음이어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총괄 매니저로 계시는데요. 영양사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영양사는 식단 작성부터 검수, 조리, 조사, 위생·학생 관리, 발주 등의 일을 한다면 지금은 그 업무를 30% 정도밖에 하지 않아요. 대신 그 외 일을 많이 하는 편이죠. 여기는 외부 업체가 식당을 운영하고 메뉴 작성을 하거든요. 저는 식단이나 재료를 보고 겹치는 게 없는지 전체 구성을 확인해요. 예를 들면 “지금 토마호크가 있으니까 이 메뉴를 반영하는 게 좋겠다”, “이건 구성이 아쉬우니까 저렇게 바꿔보자”하는 식이에요. 식재료를 저렴하게 받아오거나 이벤트 구성도 하고요. 또 직장인은 학교급식처럼 모두가 신청해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휴가철이나 날씨에 따라 식수 편차가 정말 커요. 데이터를 정리해서 식수를 예측하는 등 식당 운영에 대한 업무 전반을 담당해요.
 

언제부터 영양사가 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언니가 요리를 많이 했는데 그걸 옆에서 보고 종종 따라 했어요. 고등학교 급식이 맛없어서 친구들이 점심시간마다 저희 집에서 밥을 먹었거든요. 제가 해주는 요리를 맛있게 먹으면 뿌듯하더라고요. TV에서 ‘어떤 분이 병에 걸렸다가 음식으로 고쳤다’라는 내용의 뉴스를 봤어요. 음식으로 병이 생기기도 하지만 치유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고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실습을 나갔는데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현장은 너무 다른 거예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너무 잦아서 영 양사를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했죠. 세경고에서 1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매일 야근하고 밤을 새워도 재밌더라고요. 학교급식을 하면서 스트레스받았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8년 동안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일했었죠.

요리사 쪽에도 관심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도 하긴 했어요. 어릴 때 요리 경연대회를 나갔는데 워낙 조리학교 학생이나 전문가가 많으셔서 항상 탈락하더라고요. 요리는 아닌가 보다 싶었어요. 대신 오늘 먹을 저녁 식단을 구상하는 게 재밌었고, 음식을 먹으면 어떤 식재료가 들어갔을지 감이 왔어요. ‘이걸 훨씬 넣었다면 더 맛있었을 텐데’ 하면서요. 메뉴 작성이나 개발에 더 관심이 많아서 영양사가 천직인 것 같아요. (웃음)

앞에서 학교급식과 회사 직원 식당이 다르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대상이 다른 만큼 모든 부분이 달라요. 특히 기호도가 천차만별이더라고요. 학생은 튀김 음식, 면 같은 음식을 좋아하지만 직장인은 건강식을 선호해요. 그리고 학교는 식판이 정해져 있는데 회사 직원 식당은 뚝배기, 짜장면·냉면 그릇 같은 플레이팅 도구가 진짜 많아요. 덕분에 같은 음식을 담아도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더라고요. 또 학교급식에 예산이 제한적일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학교가 더 많아요. 대부분 직영이고, 무상급식으로 바뀐 후에는 지원비가 늘었거든요. 식자재비에 70% 이상 쓰라는 지침도 있고요. 회사도 사용해야 하는 비율은 같지만 부가세 등 여러 곳에서 빠지는 걸 계산하다 보면 예산이 조금씩 낮아지는 편이에요.

<유 퀴즈>에서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차이점으로 직장인분들은 학생보다 반응이 적다고 하셨어요.
다시 물어본다면 그 얘기를 정정하고 싶어요. (웃음) 제가 다가가는 게 부담된다고 처음에는 정말 반응이 없으셨거든요. 이제는 너무 많은 의견을 주셔서 답변하기 바쁠 정도예요. 그 걱정은 이제 덜어낸 것 같아요. (웃음)

사내 급식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요. 입맛을 만족시키는 비결이 있을까요?
그게 정말 어려워서 기호에 맞게 드실 수 있도록 한식, 양식, 샐러드 바 이렇게 세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요. 2~30대분은 치킨 덮밥처럼 퓨전 음식이나 양식에 관심이 많고, 다이어트 하시는 분은 샐러드를 꼭 드세요. 4~50대분은 순두부찌개, 콩나물찌개 같은 한식을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대신 전복, 랍스터, 토마호크, 킹 블랙타이거새우 등 특식이 나가는 날은 연령대 상관없이 모두 좋아하는데요. 한 달에 거의 3~4번 특식이 나가기 때문에 이제 도저히 생각나는 게 없어요. (웃음) 이번 주에는 칠면조까지 도전하게 됐죠. 특식은 기존보다 단가를 조금 더 높여서 책정하기 때문에 가능해요.

저렴한 식재료를 찾는 게 영양사님만의 장점이시라고요.
제공하고 싶은 메뉴가 생기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꼭 내야 해요. 학교 영양사 때도 그랬어요. 퇴근하고도 마트, 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자주 갔죠. 지금은 업체 사장님 연락처가 500개가 넘을 정도예요. 좋은 제품을 소개해 주시는 분도 많고요.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와 준비하기 힘들었던 메뉴가 궁금해요.
특식은 다 인기가 많아요. 학생들도 맛있는 게 나오는 날이면 종 치자마자 달려가잖아요. 직장인도 똑같아요. 11시 20분부터 배식 시작인데 11시에 미리 내려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웃음) 전복 솥 밥이나 새우 리소토도 반응이 좋았고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4번 정도 제공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힘들었던 건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있지만 의외로 소고기가 준비하기 어려워요. 굽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급식 지침에 따르면 식품 중심 온도를 측정했을 때 75℃ 이상이어야 하거든요. 그러면 고기 익힘 정도가 웰던이 돼 버려요. 메뉴 선정할 때 그런 점도 고려하고 있어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도 있을까요?
유명 식당과 협업하고 싶어요. 이벤트 중 ‘콜라보 데이’가 있는데요. 외부 업체와 같은 메뉴의 식재료를 납품받고 직접 조리해서 제공하는 거예요. 직장인은 업무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식당에서라도 즐거움을 느끼시라고 시작했죠. 다음 주에는 ‘이차돌’과 하는데, 차돌깍둑볶음밥, 소곱창전골, 와사비크림관자 등 이차돌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동일하게 제공해요. 지금까지 맘스터치, 사보텐, Mad for Garlic(매드포갈릭), 태리로제떡볶이 등과 협업했어요. ‘몽탄’과도 함께 하는 게 목표입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세경고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9시에 출근해서 4시에 칼퇴했어요. 메뉴는 정해져 있고 전에 계시던 영양사님 레시피를 참고하면 될 것 같아서 고민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이 계속 급식 맛없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오랫동안 영양사 자리가 공석이었어서 지난달 식단이 똑같이 나가고 있던 거예요. 그 이후로 학생들과 눈만 마주치면 어떤 점이 별로였는지 물어보고 개선했어요. 감사하게도 스승의 날 편지도 받을 만큼 만족도가 높아졌죠. 그렇게 노력할 수 있었던 건 제가 구성한 메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학교 급식을 할 때는 현장에서 그걸 바로 볼 수 있었고 소통도 잘 됐거든요. 더 힘이 나서 여러 가지 이벤트도 하고 다양하게 제공했죠. 지금도 식당과 협업이 너무 잘 돼서 목표 점수보다 만족도가 더 올라갔어요. 아직은 부족한 점도 많고 더 배워야 하지만 직원분들이 식단을 신뢰해주시는 것 같아요.

세경고가 첫사랑이시라고요. 그렇다면 GS는 어떤 의미인가요?
멘토 같은 곳이에요. 여기서 정말 많이 성장했거든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제안해주기도 하고 끊임없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줘요. 덕분에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했고, ‘영양사가 이런 부분까지도 할 수 있어’라는 인식을 심어줬어요.

바쁘신 와중에 적십자 봉사원 교육도 꾸준히 하고 계시더라고요.
MBN 교양 프로그램 <생생 정보마당>에 ‘1004가 전해주는 황금도시락’ 코너를 메인으로 맡았었어요. 개그맨 오정태 님과 같이 전국 적십자회를 돌아다니면서 어른들께 도시락을 전해 드리는 프로그램이었죠. 2년 동안 방송하며 더 많은 분께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인연으로 지금도 여러 적십자 에서 위생 교육 강의나 쿠킹 클래스 등을 요청하셔서 재능 기부를 하고 있고요. 식재료도 종종 기부하고 있어요.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식품 업계에 필요한 다재다능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 업계가 정말 크고 넓은데요.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영양사 관련 전문성을 키우는 게 목표예요. 멀티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내년 입학을 목표로 대학원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0대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대학생이 가장 고민 많을 때잖아요. 목표를 정했다면 그 꿈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천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영양사가 되기까지 학원도 많이 다니고 여러 학교 급식을 먹어보면서 배우는 등 투자를 많이 했거든요. 그때는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결국 다 돌아오더라고요. 독자분들도 더 큰 가치를 보고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PROFILE

경력
(現) (주)GS, GS타워 사원식당 총괄매니저
(前) 파주중학교·세경고등학교 영양사

저서
《수험생 황금 식단》(2018)

학력
청운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CREDIT
취재 양지원 기자
사진 김민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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