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진곤 교수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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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학생에게 깊이 있는 학습과 생각하는 즐거움을 전하는 박진곤 교수는 정치사상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며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이끈다. 덕분에 강의실에는 진지함과 열정이 공존하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깊은 통찰과 열정으로 강의를 빛내는 박진곤 교수를 만났다.

 

 

현재 강의 및 연구하시는 분야와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정치사상 및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박진곤입니다. 현재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정치사상, 숙의민주주의 이론, 정당 및 당파성 이론에 관해 연구합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며 도움이 됐던 수업 방식이나 학습 태도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을까요?

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수업을 들었는데 과제가 많고 내용도 어려웠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지식을 쌓고 효율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을 터득했거든요. 거의 모든 수업에서 토론과 질의응답 기회를 풍족하게 제공하는 점이 가장 도움 됐습니다. 동료 학생이 지적 역량과 호기심이 매우 커서 함께 토론하며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학문적 슬럼프를 겪었던 적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교수님만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홀로 유학 생활을 하며 불안감, 우울감, 외로움에 빠져 방황한 적이 많아요. 대학원 박사 과정 중반 너무 큰 슬럼프를 겪어서 이 분야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길을 걷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컸어요.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상상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한 목표를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매 단계에 집중하자. 오늘 할 일이 정해지면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그 일에 초집중하자. 그 외의 모든 생각은 부질없다’라는 생각을 많이 되뇌었죠.

 

역사학을 전공했는데 정치외교학 교수로 취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역사학을 매우 좋아하기는 했지만 학부 중반부터는 정치 사상과 철학 등 정치적 주제에 관한 연구에 더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정치학 연구를 통해 현실 세계를 개혁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품었던 것 같고요.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고 정치사상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셨나요? 

창조적이고 당위적 측면이 흥미로웠어요. 당대에 이미 존재하던 사회를 기술하기보다 인류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사회를 제시하는 부분에 큰 흥미가 생겼죠. 또 정치사상이나 정치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근본적 가정을 인식하고 고찰하는데 그런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 노출되기를 바란다”라고 말씀하셨죠. 자립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다양한 서적, 자료, 사람을 능동적으로 찾고 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것만 보면 마음은 편할지언정 종합적 관점과 철학적 이해를 지닌 지식인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확증편향과 양극화 시대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한테도 귀 기울이는 일은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관점이나 사상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약간의 지적 호기심으로 들여다본다면 인식적 유익이 반드시 존재할 거예요. 

 

 

정치사상을 가르치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치사상 커리큘럼에는 많은 고전을 포함하는데 과거 타지역에서 다른 언어로 쓰인 텍스트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정치사상은 자유·평등·정의 등 추상적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어렵죠. 정치사상 수업에서 인식적 유익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사상가와 텍스트에 대한 호기심,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져도 강의와 함께 꼼꼼히 분석하면서 읽으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지식, 통찰, 상상력 등이 풍부해지는 걸 체감할 겁니다.

 

교수님은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데요. 학생들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어떤 학습 태도를 갖추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해당 수업 리딩 과제를 먼저 읽고 감상을 정리하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궁금한 점이 떠오르면 무엇이든 질문하셔도 좋고요.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시고 좋은 질문이라며 귀 기울여 답변해 주신다’라는 평가를 받곤 합니다. 학생과 나눈 대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이나 얘기가 있을까요? 

그렇게 평가해 주셨다니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성신여대에서 몇 년간 강의하면서 정말 좋은 질문이나 의견을 많이 받아 연구자로서  매우 뜻깊었습니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가 보편적 인권을 정당화하는 데 무리가 있고 식민제국주의도 이에 의해 설명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은 전문 연구자가 떠오를 정도로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 강의에 열정이 가득하고 깊이 있는 준비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강의를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 스스로 수업 내용을 재밌고 의미 있게 여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학자로서 익힌 내용 중 괜찮은 부분이 있으면 학생분들과 수업을 통해 나누고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거든요. 

 

남은 방학을 알차게 보낼 대학생을 위해 책을 한 권 추천해 주세요. 

정치학자로서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인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작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새삼 우리나라 문학의 힘과 높은 수준을 절감할 수 있었죠. 소록도에 사는 한센병 주민이 모티브인데 ‘과연 인간 사회가 낙원 혹은 천국이 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낙원은 어떤 모습일까’처럼 정치철학적 주제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다뤘습니다. 정답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혹시 읽고 가벼운 토론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웃음)

 


 

PROFILE

 

학력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역사학 전공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대학원 정치사상 박사학위

 

경력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2024.09~현재)

한국정치사상학회 사무국장 (2023.06~2024.05)

한국아메리카학회 연구이사 (2022.02~2024.02)  

 

저서

《생명과학기술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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