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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으로 인간을 깊이 보는, 경희대학교 사학과 강인욱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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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은 먼저 간 사람을 위한 마지막 사랑이 느껴지는 장소라는 강인욱 교수. 많은 학생이 고고학을 재미있게 느끼며 나 자신에 관해 알기를 바라신다. 매번 다양한 고고학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현재 강의하시는 분야와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강인욱 교수입니다.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전공이며 ‘고고학 연구 기초’, ‘동아시아 고고학’, ‘인류 문화의 여명’ 등 인문 수업을 진행합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고학자를 꿈꾸셨다고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회과 부도’라는 책이 계기였어요. 흑백 교과서 사이에 유일하게 색이 많아서 눈이 가더라고요. 교과서 속 세계 지도를 보며 여러 곳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중학생 때는 고대사처럼 오래된 학문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다른 분야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죠.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고고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언제나 신선해서 재밌어요. 고고학이라 하면 고리타분한 이미지지만 실은 날마다 정보가 바뀌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자료가 올라오고 있죠. 실물을 발굴하고, 물건에 담긴 얘기를 알아가며 새롭게 보는 맛이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발굴 장소와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세요. 시베리아에서 처음 인골을 발굴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고고학자는 뼈를 보면 성별과 나이를 어느 정도 예상하는데 해당 인골은 20대 초중반쯤 되는 것 같았어요. 골반 사이에서 발견한 미세한 뼈 같은 걸 확인했을때 아마 아이를 낳다가 돌아가신 듯해요. 보통 무덤을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돌아가신 분을 떠나보내며 흘린 눈물이 느껴졌죠. 무덤은 먼저 간 사람을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장소라는 큰 깨달음을 준 계기예요.
학생들이 고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고학은 인간을 알아가는 가장 좋은 학문이에요. 남긴 물건을 통해 인생을 알 수 있거든요. 과거를 아는 게 무슨 쓸모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은 보편적이에요. 한 사람을 깊이 아는 방법을 배운다면 이 사회가 더 좋아질 거라고 보기 때문에 학과생에게도 기본 소양을 가르쳐주는 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모든 인문학이 인간을 알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찾은 과거가 지금 우리와 연결된다는 점이 고고학이 가진 큰 매력이죠.
늘 즐거운 강의를 해주셔서 많은 학생이 교수님 수업을 정말 좋아해요. 고고학 수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 수업만큼은 학점에 메이지 않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들었으면 좋겠어요. 고고학을 재미없게 느낄까 봐 과제도 내지 않죠. 대신 한 학기에 적어도 한 번은 현장 수업, 한 번은 특강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접하게 해요. 스스로 새로운 전시나 집 근처 유적지를 보러 가게 만들죠. 또 제가 알려주는 지식은 구글이나 유튜브에 없는 내용이길 바랍니다.
교수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시나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나아가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통찰하는 법을 배우길 바라요. 인간은 과거의 동물이에요. 과거는 경험이라 얘기하죠.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가상의 박물관 전시회를 원하는 대로 꾸미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기상천외한 답이 많이 나왔어요. 맥주 전시를 열겠다고 회사에 연락해서 진짜 맥주를 받아온 학생도 있었죠. 또 아차산 고구려 요새로 현장 학습을 간 적이 있는데요. 수업인지 모르니까 등산객들이 ‘저 사람 제정신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누가 돌을 주워서 ‘이건 고구려 꺼’라며 말하고 여러 학생이 진지하게 듣고 있으니 놀랐나 봐요. (웃음)
앞으로 한국 고고학계가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시나요? 한국 고고학계는 물건 자체를 발굴하는 데에만 지나치게 집중이 돼 있어요. 상당히 많은 고고학자가 21세기 한국 사회에 고고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죠. 가장 큰 문제는 개발과 파괴예요. 춘천 레고랜드를 만들 때 세계유산 급 유적지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아무도 책임지지도 않았고 관련 법도 없었죠. 발전도 좋지만 이 사회에 고고학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길 바라요.
교수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올해는 고고학을 더 넓은 공간에서 풀어보고 싶어요. 축제 때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여러 고고학자를 모시고 북 토크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중앙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문화재라서 현장뿐 아니라 도서관, 캠퍼스 안에서도 고고학을 적극적 구현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캠퍼스플러스》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고고학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열정을 모든 사람이 느끼진 못하겠지만 구독자분들도 즐거움을 알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PROFILE
학력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학사 (1993)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 (1996) Russian Academy of Sciences, PhD (2000)
경력 경희대학교 부설 한국고대사고고학 연구소 소장 (2021~현재) 고조선사부여사연구회 회장 (2021~현재) 중부고고학회(Society for Korean Central Archaeology) 부회장 (2024~현재)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장 (2025~현재)
도서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2024) 《황금, 불멸의 아름다움》 (2024)
CREDIT 글 박가영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