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향한 친절함, 그 적당한 선을 찾아서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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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플3월호 #착한사람증후군
때때로 불편한 부탁을 수락하고 난 뒤 거절하지 못한 내 자신을 책망할 때가 있다.
왜 우리는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억압하면서까지 상대에게 친절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까?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우리는 어쩌면 ‘착한 사람 증후군’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01
인싸가 되고 싶었던
나만의 방법

나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다. 쑥스러움을 타는 성격이라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고, 친구를 사귀는 일은 늘 어렵게만 느껴졌다. 내가 내린 해결책은 착한 아이가 되는 거였다. 숙제를 보여주고, 체육복을 빌려주었다. 작은 친절은 효과가 있었다. 별로 친하지 않던 아이들도 내게 말을 걸어주었고 쉽게 친구가 됐다.
어릴 적 경험으로 나는 '착한 이미지가 원만한 대인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가치관을 갖게 됐다. 그래서 성인이 된 뒤에도 모두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으려 애썼다. 좋은 평판, 폭넓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친하지도 않으면서 무리한 부탁을 하는 동기, 날 위하는 말이라면서 불쾌한 조언을 늘어놓는 선배가 내 눈앞에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애써 참고 넘어가려 노력했다. 굳이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해하면서 내 착한 이미지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02
착한 사람 증후군
벗어나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착한 나’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억눌린 감정은 부메랑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내 나름의 친절에 상대가 충분히 고마워하지 않았을 때 고까운 기분이 들었다. 또 지나친 친절을 베푸느라 감정이 소진될 때면 스스로를 책망하게 됐다. 결국 나는 겉은 친절하지만 속은 화로 가득한 사람이 되었다.
내 노력이 자신을 갉아먹을 뿐이라는 걸 느낄 때 ‘착한 사람 증후군’이란 말을 알게 됐다. ‘착한 사람 증후군’이란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것을 말한다. 작은 것도 양보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교육을 받아왔던 어린 시절의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는 습관을 반복하는 것이다.
내가 착해 보이는 이미지를 힘겹게 붙잡고 있을 뿐이란 걸 안 뒤로, 나는 내 마음에 적정선을 하나 긋기로 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친절,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친절까지만 베풀기로 한 것이다. 물론 내 마음에 그어 놓은 적정선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가 그어 넣은 선을 가뿐히 넘는 사람도 있었고, 사람들의 인정에 목마른 내가 무리한 부탁을 받아들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의 적정선을 의식하는 건 효과가 있었다. 상대의 인정과 칭찬에 목마른 나를 받아들이되, 뒤로 미뤘던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게 됐다.
‘사람들에게 친절하십시오. 그러나 그들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지는 마십시오’란 명언이 있다. 길을 모르는 사람에겐 길을 알려주면 된다. 택시를 태워줄 필요는 없다.
글_윤혜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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